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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반납한 중장거리 노선 놓고 LCC ‘지각변동’ 시작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현주소]②
중장거리 앞세운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 ‘약진’
제주항공, 1위 자리 지킬까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국내외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독과점 우려가 제기되는 중·장거리 노선에 관한 슬롯(공항이 항공사에 배정하는 항공기 출발‧도착 시간) 반납 등을 추진하면서, 티웨이항공 등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꾀하고 있는 국적 저비용항공사(LCC)들이 LCC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아직까지 중·장거리 노선에 뛰어든 국적 LCC가 운용하는 항공기는 충분하지 않다는 진단이 중론이다. 다만 이들 LCC가 향후 중·장거리 노선을 지속 확대해 중·단거리 노선 출혈 경쟁에서 벗어난 수익 구조를 갖출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항공업계 일부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으로 중·장거리 노선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티웨이항공 등이 1위 국적 LCC인 제주항공을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장거리 노선 중심의 사업 구조인 에어프레미아는 4월 1일 보잉 787-9 4호기를 도입했다. 4월 말 같은 기종의 5호기를 들여오고 내년엔 787-9 3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보잉 787-9는 운항거리 1만5500㎞의 중·장거리 항공기로, 에어프레미아는 2025년까지 787-9 10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중·장거리 전문 항공사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10월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에 취항해 미주 노선 운항에 돌입했고, 오는 5월엔 인천~뉴욕 노선에, 6월엔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 각각 취항한다. 국적 대형항공사(FSC)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미주와 유럽 노선 등에 취항한다는 것인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당 노선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산이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 [사진 티웨이항공]

티웨이항공은 최근 대규모 공개채용에 나서면서 이목을 끌었다. 일반직군 신입 사원은 공통 직무로 모집하고 경력 채용의 경우 항공기 운항 정비, 여객 운송, 안전 기획, 홈페이지 기획, 콘텐츠 마케팅, 영업, 언론 홍보, 회계, 수입 관리, 재무 기획, 내부 통제, 사내 변호사, 개발자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인재를 채용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국내외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독과점 우려가 많은 중·장거리 노선 일부를 포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적 LCC는 대한항공이 포기한 중·장거리 노선 슬롯 등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간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지속 추진해온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슬롯 확보 등과 관련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항공업계에선 국적 LCC의 중·장거리 노선 진출에 대한 기대감보단 회의론이 많았다. 인천발(發) 중·장거리 노선 중심의 에어프레미아가 2017년 출범했을 당시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티웨이항공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2017년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거리 노선 진출을 밝혔지만, 항공업계의 반응은 냉담한 분위기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적 LCC가 중·장거리 노선 진출을 밝혔을 당시엔 중·단거리 노선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인식됐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으로 중·장거리 노선 운수권 확보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고 설명했다.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 [사진 에어프레미아]

대한항공 출신 LCC 대표들, 중장거리 노선 확장 선두에

공교롭게도 중·장거리 노선 확대를 꾀하고 있는 LCC를 이끄는 인물은 모두 대한항공 출신이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대한항공 국내선 영업팀장, 진에어 경영지원부서장 등을 지내다 2015년 말 티웨이항공에 합류했다. 유명섭 에어프레미아 대표 역시 대한항공 한국지역 영업마케팅 담당 등으로 재직하다 제주항공 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21년 11월 에어프레미아 대표로 합류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단거리와 중·장거리 노선의 수익 구조는 판이하기 때문에 중장거리 노선에 관한 경험이 충분하지 않으면 노선 운항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며 “대한항공에서 중·장거리 노선 경험을 쌓은 경영인들이 중·장거리 노선에 적극 진출하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적 LCC 이스타항공도 3년 만에 운항에 나서는 등 국적 LCC들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이사아나항공이 결합으로 통합 LCC가 등장하거나 특정 LCC가 매각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적 LCC의 경쟁 구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의 턱밑까지 추격한 제주항공이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지킬지, 다른 국적 LCC에 1위 자리를 내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으로 중·장거리 노선을 확보할 기회가 늘어난 만큼, 중·장거리 노선에 진출한 국적 LCC들이 양사 결합의 수혜 항공사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보인다”면서도 “중·단거리 위주의 LCC들이 중·장거리 노선을 병행하는 수익 구조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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