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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모를 반도체 불황, 삼성·SK ‘현금 확보’ 안간힘…자회사에서 빌리고 교환사채 발행하고

SK하이닉스, 2조2300억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 결정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서 20조원 차입
“손해보며 재고 털기 안하겠다는 의지”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3월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선두 업체인 우리기업이 메모리 불황에 적자가 이어지면서 수조원에 달하는 운영자금 확보에 나섰다. 자회사로부터 자금을 빌리는가 하면 교환사채를 발행키로 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4일 SK하이닉스는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발행 금액은 2조2377억원 규모다. 전날 1조9745억원 규모의 교환사채 발행 결정을 공시했지만 이사회 결의 이후 약 2500억원가량 규모를 늘렸다. 

교환사채는 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 기한이 지난 뒤 발행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나 다른 회사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SK하이닉스는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교환사채의 경우 일반사채에 비해 이자율이 낮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면서 이자 등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또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로 교환해주기 때문에 자본유출이 생기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SK하이닉스가 처분 예정(교환 대상)인 자기 주식은 2012만6911주다. 교환 가액은 11만1180원이다. 3일 기준 SK하이닉스의 한 주당 가격이 8만720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7.5%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교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에 대해 “원재료를 구매하는 등 자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교환사채를 발행하며 2조원 넘는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그만큼 현금 확보가 절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재고 자산이 완제품 기준 3조8000억원에 달하는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상황에서 원가 이하에 재고를 처분하기보다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지난달 열린 SK하이닉스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부회장은 “1년에 20조원 넘게 투자하고 600개 넘는 공정으로 만든 메모리 반도체 제품이 단돈 몇 센트에 팔린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죄수의 딜레마’를 언급하며 “3개사가 담합할 수 없으니 공급이 넘치면 제품 가격이 빠르게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함께 공급을 줄이면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 손해가 커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설비 투자(CAPEX)에 19조원을 썼지만 올해는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하는 등 버티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의 자금을 차입했다고 밝혔다. 차입 기간은 2025년 8월 16일까지 약 2년 6개월, 이자율은 연 4.6%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운영자금 활용을 위해 차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DS(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이 27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올해 1분기에는 4조원대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상황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반도체 사업 운영 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끝 모를 반도체 불황에도 삼성전자는 투자를 유지하고, 반도체 감산도 인위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약 47조원인데, 계열사에서 자금을 빌려서라도 이 정도 수준의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다만 불황이 일찍 끝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기 상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최대 4조원, SK하이닉스는 3조7000억원 수준의 영업 손실을 냈을 것이란 예상이다. 1년 전인 2022년 1분기 삼성전자는 DS부문에서 8조4501억원, SK하이닉스는 2조859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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