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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 심사 놓고…한화 vs 공정위 ‘으르렁’ 이유는[이코노Y]

KDB산업은행도 등판…“심사 지연 우려”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 중인 한화그룹이 국내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입장을 정면 반박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공정위가 방산 부문의 경쟁 제한 우려에 관해 한화 측에 시정 방안 제출을 요청했는데, 한화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급기야 KDB산업은행이 등판해 “공정위 심사 일정 지연이 우려스럽다”며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재계에선 “기업 결합 심사 당국인 공정위에 심사 대상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부에선 “HD현대 측이 방산 부문 경쟁 제한 우려를 적극 표명해 공정위 심사 기간이 길어졌다”는 주장도 있는데, “특정 기업의 문제 제기로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가 좌우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가 중론이다. 

5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해 “외국 경쟁 당국 승인이 모두 완료된 상황에서 관련 업계 일방의 주장을 바탕으로 심사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매우 아쉽고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한화와 대우조선의 방산업체 매매를 승인했고, 최종 수요자인 정부가 기술이나 가격 등을 엄격히 관리하는 방산 시장 구조 등을 고려하면 양사 결합으로 예상되는 경쟁 제한 우려는 기우(杞憂)라는 얘기다. “그간 주요 주주로 있는 개별 기업에 관해 말을 아껴온 KDB산업은행의 이번 입장 표명은 이례적”이란 얘기가 많다. “KDB산업은행이 HD현대 측의 방산 부문 경쟁 제한 우려에 공정위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을 기정사실화해 이를 문제 삼은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한화에 이어 KDB산업은행도 “업계 일방 주장에 공정위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공정위와 HD현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공정위 입장에선 특정 기업이 결합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고, HD현대 입장에선 경쟁사 결합 심사에 훼방을 놓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경쟁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통상적 절차”라며 “오히려 공정위가 이해관계자의 의견 청취 없이 일방적으로 결합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경쟁 제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를 공정위가 수렴해 심사 대상 기업에 전달하고, 이를 해당 기업이 반박하는 것 모두 상식적인 절차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이는 만큼, 한화와 KDB산업은행의 문제 제기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심사 4개월째 터진 ‘불만’…속전속결 한화, 왜?

한화가 4개월째 기업 결합 심사 중인 공정위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만큼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다른 산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의 기업 결합 심사에는 3~4개월 정도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가 2020년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는데 걸린 시간은 3개월 남짓이었다. 반면 동종 산업 내의 두 기업에 대한 심사는 장기간 이어진다. 공정위는 1년 넘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심사를 진행해 2022년 조건부 승인했다.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불허로 HD현대의 대우조선 인수가 최종 무산되기까지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 당시 공정위는 결합 심사 결과를 내놓지 못한 상태였다. 한화 측은 대우조선 인수를 이종(異種) 사업자 간 결합으로, HD현대 등 경쟁사는 방산 부문은 동종 사업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부 등과 달리 산업 경쟁력보단 독과점 문제를 중점 검토하는 공정위 입장에선 한화의 군함용 무기 등의 사업과 대우조선의 군함 사업의 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를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군함용 무기 시장에서 한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방산 시장 구조상 경쟁 제한 가능성이 희박해도, 독과점 문제를 살펴보는 게 공정위 소관”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한화가 공정위 심사를 비판하고 나선 것을 보면, 단순 실무진 차원의 입장은 아닐 것”이라며 “고위급이나 오너가(家)에서 공정위 심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표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한화의 예상과 달리 공정위 심사가 길어지자 경쟁 제한 우려를 표명한 HD현대를 저격한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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