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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버리, ‘배두나 화장품’ 출시 1년만에 정리수순 밟나

더 라퓨즈, 백화점·면세점 매장서 철수
리빙앤헬스, 21년 인수 후 완전자본잠식
셀리라운지·바이오늘 사업도 ‘불투명’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셀리버리(268600)가 자회사 셀리버리 리빙앤헬스를 정리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우 배두나를 모델로 쓴 화장품 ‘더 라퓨즈(THE RAPUEZ)’는 이미 백화점과 면세점 매장에서 철수했고, 미용실과 겸하는 플래그십스토어 ‘셀리라운지’, 마스크·물티슈 브랜드 ‘바이오늘’ 사업 역시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사진 셀리버리 리빙앤헬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리버리는 자회사 리빙앤헬스 사업의 존속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리빙앤헬스가 지난해 1월 출시한 화장품 더 라퓨즈는 최근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철수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매장은 지난달 말 폐점했고,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 매장에선 이달 중으로 철수가 결정됐다. 현대백화점의 온라인 쇼핑몰 더현대닷컴에서도 제품 판매 페이지가 사라진 상태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 면세점에서도 지난달 모두 철수했다. 그밖에 롯데백화점 분당·광주점, 현대백화점 미아·부산·중동점에서도 매장이 빠졌다. 현재 더 라퓨즈 오프라인 매장이 남아있는 곳은 롯데백화점 동래·창원점, 롯데몰 수지점 정도다. 

더 라퓨즈의 매장 철수가 잇따른 건 모회사 셀리버리의 상폐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2018년 11월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셀리버리는 지난달 23일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으며 현재 매매 거래가 정지됐다. 2021년 1월 10만원을 넘겼던 주가는 현재 6680원에서 멈춰있다. 셀리버리 리빙앤헬스 역시 이날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감사를 맡은 대주회계법인은 셀리버리에 대해 “영업손실이 668억원이며 당기순손실이 751억원이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255억원 초과하고 있으며, 올해 10월엔 전환사채(CB) 350억원(액면가액)이 청구될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작년말 기준 셀리버리가 보유한 현금은 145억원에 불과해 CB 상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셀리버리 리빙앤헬스에 대해서도 대주회계법인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285억원, 당기순손실이 306억원이다. 유동부채는 유동자산을 60억원 초과하고 있으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이 141억원”이라며 “이러한 상황은 회사의 존속능력에 대해 유의적인 의문을 초래한다”며 의견거절의 근거를 설명했다. 

유명배우 앞세운 25만원 크림…고가 마케팅 발목 잡았나

더 라퓨즈는 셀리버리가 개발한 독자적 신약 후보 물질 ‘R3 펩타이드’를 활용한 바이오 화장품 브랜드다. 배우 배두나를 앞세워 ‘배두나 전달세럼’ 등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론칭 초기엔 크림, 세럼 등 기초제품 위주였으나 이후 쿠션팩트, 립스틱 등 색조제품, 핸드워시·핸드크림 등 핸드케어 제품으로 라인업을 늘렸다. 

그러나 더 라퓨즈의 고가 마케팅은 줄곧 논란의 대상이 됐다. 더 라퓨즈의 ‘얼티밋 어드밴스드 나이트 크림’은 25만원, ‘알쓰리 코어 리프트 더블 세럼’은 9만8000원, ‘알쓰리 리페어 글로우 쿠션’은 5만6000원으로 유명 고가 브랜드와 비슷한 가격 정책을 차용했다. 드럭스토어 대신 백화점과 면세점 입점을 우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리빙앤헬스의 광고선전비는 2021년 2800만원대에 그쳤으나 2022년 152억원으로 급증했다. 

리빙앤헬스의 또다른 사업도 더 라퓨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티슈·마스크 브랜드 ‘바이오늘’은 배우 조윤희를 모델로 기용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 셀리라운지는 1층은 더 라퓨즈, 2층은 미용실로 인근의 헤어·메이크업 샵과 비슷한 프리미엄 정책을 추구했다. 바이오늘과 셀리라운지는 아직까지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향후 미래는 불투명한 상태다. 

리빙앤헬스 인수 후 적자 폭 늘어

셀리버리 리빙앤핼스의 전신은 1991년 설립된 물티슈 등 위생용품 제조사인 아진크린이다. 셀리버리는 2021년 11월 149억원에 아진크린을 인수해 셀리버리 리빙앤헬스로 사명을 바꿨다. 2021년 1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회사는 셀리버리에 인수된 후 28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현재 리빙앤헬스는 자본총계가 -46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2021년 140억원, 지난해 25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본을 조달했지만 지난해 306억원 규모 당기순손실을 내며 재무 상태가 급격하게 악화됐다. 지난해 회사가 공언한 더 라퓨즈의 해외 진출 소식 역시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는 지난달 3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회사를 구하기 위해 사재 20억원을 출연하고, 유무형자산 매각을 통해 회사 정상화를 위해 말 그대로 ‘목숨을 걸겠다’고 했다. 그러나 셀리버리는 물론 자회사 리빙앤헬스까지 연이은 위기에 빠지면서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한 회계사는 “셀리버리 리빙앤헬스의 경우 자체적으로 유의미한 실적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베스트인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2021년 인수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오히려 평가절하된 상태여서 재매각으로 차익을 내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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