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에 아트 세미나까지…‘부자’를 위한 명품 공간 [가봤어요]①
VIP 위한 교류의 장 ‘DB알파플러스클럽’
도심 27층에서 펼쳐지는 특화된 자산관리
아트 컬렉션·세미나 행사로 ‘클럽’ 소속감 높여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27층 높이에 시원하게 트인 통창, 호텔 로비를 연상시키는 창구. 오직 VIP만을 위해 꾸려진 DB알파플러스클럽의 풍경이다.
지난해 출범한 이곳은 자산관리 전문가인 PB 20여 명이 체계적인 고객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꾸민 럭셔리 공간이다. 고액자산가 특화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최근 다양한 세미나와 행사 등을 꾸려 복합적인 성격을 띤 금융 서비스 공간으로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름에 들어간 ‘클럽’도 맥을 같이 한다. VIP들이 PB뿐 아니라 여러 고객과 함께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 장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붙여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미나 행사가 열린 지난 5일 센터 곳곳에서는 고객들이 함께 친목을 다지고 얘기 나누는 모습을 여럿 볼 수 있었다. VIP전용상담실에서 개인 상담이 가능하며 라운지, 세미나실에서는 VIP 고객을 위한 세미나 등의 행사가 꾸준히 열릴 예정이다.
공우진 DB알파플러스클럽 센터장은 “일명 명품 공간이라 명명한 27층 공간에서 자산가들의 세대와 취향을 고려한 여러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자산가들 간 교류와 소통의 공간을 조성하고 싶었다”며 “알파플러스(+)라는 이름처럼 고객에게 최적화된 솔루션뿐만 아니라 고객의 삶에 플러스 알파가 되는 센터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약 한달간 진행되는 아트컬렉션 전시에는 쿠사마 야요이, 앤디 워홀, 하태임, 고민철 작가의 작품 총 15점이 전시됐다.
공간에서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 작품은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판화 작품이다. 도슨트를 맡은 박현정 미오 갤러리 대표는 이 작품을 두고 “80번째 에디션 판화 작품에 크기가 작은 편임에도 1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고 설명했다. 해당 작품을 빤히 쳐다보던 한 고객은 한남더힐에 사는 자신의 자녀 집 인근에서도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호박’을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1973년생 작가 중 최근 가장 핫하다고 평가 받는 하태임의 작품도 걸렸다. 작품에 죽죽 그어진 테이프 형태의 붓터치는 일명 ‘컬러밴드’라 불린다. 프랑스 유학기간 언어소통에 어려움을 느꼈던 작가가 색을 통해 언어 장벽을 없애고픈 마음에 고안한 모티프다. 작가가 바닥에 작품을 눕혀놓고 그림을 그리다 보니 컬러밴드 간의 간격이 어깨너비에 달한다는 점 또한 그가 만들어내는 작품의 특징이다.
바닥에 캔버스를 놓고 작업하는 이는 또 있다. 바로 제주의 풍경을 한 폭의 그림에 녹여내는 작가, 고민철이다.
제주대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고민철은 한평생을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나이프를 활용해 제주의 모든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낸다. 사실 묘사 기법 대신 즉흥적인 느낌을 살려, 제주풍의 리듬이 잔뜩 느껴지는 추상화 작품을 완성한다. 작품이 주는 감상을 소개하는 작가의 말투에서 제주를 향한 사랑이 듬뿍 느껴졌다.
“제 그림은 보는 사람들마다 다른 풍경을 떠올려요. 어떤 사람은 용암을 보고, 누군가는 바람이 뒤섞여 부는 모습으로 바라보곤 하죠. 최소한의 의식만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데 무심결에 제주의 흔적이 녹아있는 게 참 신기합니다.”
돈 있는 자들이 미술을 향유하는 법, ‘아트테크’
재작년부터 시작된 미술경매 시장의 호조세에 힘입어 아트테크를 소개하는 세미나도 열렸다. 첫 번째 순서를 장식한 강의는 서경범 아르텍인베스트먼트 박사의 ‘왜 아트테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다.
서 박사는 아트테크에 올바른 방식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관점에서 세 가지를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시장, 상승, 분산투자 효과다. 시장의 규모와 전망을 기준으로 투자에 적합한 시장인지를 판단한 후, 분산투자의 가치를 따져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지난 2019년 불과 3000억원대에 달했던 미술품 거래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다. 아트페어 방문객 수가 87만 명을 넘어선 점 역시 미술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 박사는 다수의 고액 자산가들이 뛰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작품 판매보다 구매 수요가 높다는 점을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봤다.
또 자산가들이 많게는 자산 절반에 달하는 비중을 미술품 거래에 투자하기도 한다는 점을 미술품이 효과적인 분산투자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로 꼽았다. 이는 부동산이 자산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를 고려하더라도 높은 수치다. 그와 동시에 미술품이 부동산 규제 완화와 박스권에 갇힌 주식시장의 대안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서 박사는 아트테크 시장을 두고 “저렴한 것으로부터 맛을 배우고, 점차 그 수준을 높여가는 와인과 비슷하다”며 “최소 6~20년을 두고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명 팝아트 화가 앤디워홀의 예시를 차용하며 아트테크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앤디워홀의 작품 중 마오쩌둥을 그린 작품은 과거 중국에서 희화화 논란에 휩싸였고, 동시에 미국에서는 반중 이슈로 인해 거부감이 팽배해 있었다”며 “이런 작품이 최근 140억원 넘는 금액에 팔렸으니, 이름난 예술가이자 뛰어난 사업가라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세미나 주제는 ‘한국 미술시장의 현황, 그리고 컬렉팅의 올바른 방향’이었다. 발표는 김손비야 경희대 경영대학원 한류콘텐츠학과 겸임교수가 맡았다. 해당 강의는 미술시장의 세대변화, 즉 MZ가 미술품을 소비하는 방식을 비롯해 컬렉터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논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미술 붐을 일으켰던 프리즈·키아프 아트페어에서도 MZ세대는 미리 작품 리스트를 전달받고 이를 바탕으로 관람에 나설 정도로 전과 다른 소비 형태를 보여줬다”며 “구매한 작품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며 홍보하는 루틴도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아트테크와 아트 컬렉팅의 차이점을 부각하며 투자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도 제안했다. 아트 컬렉팅은 소장 행위를 통틀어 말하며 향유와 만족감이 1순위인 반면 아트테크는 수익 실현을 목적으로 두며 재테크 성질이 매우 강하다. 김 교수는 “효용과 만족감 역시 일종의 재테크라는 인식과 함께, 미술품을 좋아하는 마음이 늘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7회 로또 1등 ‘7, 11, 24, 26, 27, 37’…보너스 ‘32’
2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3“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4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5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6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7“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8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9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