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다 끝난다… 고금리에 기업 3곳 중 2곳은 “수익 못 내”
적자·손익분기인 기업’ 66%
56% “작년 하반기보다 더 어렵다”, 71%는 비상 경영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기업 영향’ 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6.3%는 ‘적자를 내고 있거나 손익분기 상황’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해 ‘이익과 비용이 동일한 손익분기 상황’이라고 답한 기업이 31.0%로 가장 많았고, ‘적자로 전환된 상황’이라는 기업이 24.3%였다. ‘적자가 심화하는 상황’이라고 답한 기업(11%)도 10곳 중 한 곳에 달했다.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33.7%였다.
지난해 9월 대한상의 조사를 보면 수익 실현을 위해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을 묻는 질문에 기업들은 2.91%라고 답했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가 3.5%인 점을 고려하면 이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3.5%를 기록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작년 하반기와 비교해 현재의 자금 사정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56.3%가 ‘고금리로 인해 작년보다 어려움이 심화했다’고 답했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한 기업은 29.3%였으며, ‘어려움 없거나 자금 사정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은 각각 12.7%와 1.7%로 나타났다. 이런 영향으로 비상 긴축 경영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힌 기업은 71.0%에 달했다.
긴축 경영 조치로는 ▲소모품 등 일반관리비 절약(71.8%), ▲투자 축소(24.9%), ▲임금 동결 또는 삭감(11.7%), ▲희망퇴직, 고용축소 등 인력감축(9.4%), ▲공장가동 및 생산 축소(8.9%), ▲유휴자산 매각(8.0%) 등의 순이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경영안정자금 대출, 이차보전사업 등의 기업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지 않거나, 모르는 기업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고금리 지원대책의 활용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60.7%는 “지원제도 내용을 몰라서 활용해본 적 없다”고 답했고, “알고 있는 데도 활용해본 적이 없다”는 답변도 16.0%였다. “활용하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응답은 17.3%,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는 답변은 6.0%에 불과했다.
지원대책의 효과가 낮은 이유로는 ▲지원 대상이 제한적(35.5%) ▲지원대책에 대해 모르는 기업이 많음(28.7%)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임시방편에 가까움(28.4%) ▲시장수요에 비해 지원 규모가 작음(19.9%) 순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무역적자가 13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 소비심리 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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