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반등하나?…중저가 매물부터 거래량 ‘터졌다’
[집값 바닥론] ① 2개월 연속 2000건 돌파…지난해 하반기보다 2배 이상↑
2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가격, 규제완화·대출지원에 진입장벽 낮아져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서울 부동산 반등을 기대할 만한 신호가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을 강타한 이후 잠자고 있던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가 두 달 연속 2000건을 훌쩍 웃돌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보다도 눈에 띄게 많은 수준이다. 지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주택시장 회복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가 매물 늘며 매매 계약 증가세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올해 2월과 3월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 건수는 각각 2462건, 2402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1000건을 밑돌았던 거래가 지난 1월 1418건까지 오른 뒤 상승세를 잇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 상 부동산 계약은 30일 이내 신고하도록 돼 있으므로 공공기관 통계 상 3월 매매 건수가 2월 거래량을 초과할 전망이다.
게다가 이 같은 월별 거래량은 금리인상 여파로 인한 부동산 경기침체가 본격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1000건 가량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3월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 건수는 1426건이다.
거래량 증가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데다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에 들어섰다. 정부가 약 두 달 전 시행한 특례보금자리론 역시 닫혀 있던 수요자들 마음을 열고 있다.
무엇보다 아파트 가격이 실수요자 눈높이에 근접한 2년 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급매물이 증가하고 매수자 우위시장이 한동안 지속되면서 잠재 매수인으로 남아있던 수요자 일부가 계약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싸면 팔린다’는 진리가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빠른 기간 내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수억원씩 떨어지면서 수요자들이 본격 매수를 고민하게 됐다는 것이다.
마포구 소재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전용면적 59㎡은 올해 12억원~13억3000만원 사이에서 거래가 이어졌다. 지난해 말에는 11억원 실거래도 있었다. 일명 ‘마래푸’로 불리며 ‘직주근접’ 아파트의 상징으로 인기가 있던 해당 단지는 전용면적 59㎡ 타입이 17억원(2021년 9월)에 최고 실거래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 6개월간 거래가 뜸했으나 가격이 본격 하락한 뒤 매매가 점차 이뤄지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인 중저가 주택이 특히 강세다. 출시된 지 약 두 달이 지난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저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정책금융상품으로 최대 5억원까지 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50%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신청 규모는 25조6000억원으로 이중 43.0%인 약 4만9000건이 신규주택구입 용도였다.
저가 아파트, ‘전세사기 원흉’ 지목된 빌라거래 추월
이에 따라 강서구, 노원구 등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된 자치구 내 아파트 거래가 최근 급증했다. 강서구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 10월 27건까지 감소했다 올해 1월 53건을 기록하며 50건을 초과하기 시작했다. 강서구 거래량은 특례보금자리론이 시행된 뒤인 2월부터 곧바로 149건으로 급증했다. 노원구 역시 지난해 9월 30건까지 줄었던 매매 계약이 올해 1월 133건으로 다시 100건을 웃돌기 시작했고 2월에는 190건, 3월에는 162건이 현재까지 등록됐다.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 일명 ‘미미삼’은 소형 타입으로만 구성된 아파트로 최근 호가가 낮아지고 급매물이 매수인을 찾으면서 5억원~6억원대 거래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 단지는 총 3930가구 규모를 자랑하며 재건축 호재와 더불어 광운대역세권 개발호재 수혜를 받아 노원구 내에서도 젊은 실수요 및 투자수요의 집중 관심을 받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 부동산 시세가 급등하던 2021년 7억원 대에 거래됐던 해당 단지 전용면적 33㎡ 타입은 현재 4억원 후반~6억원까지 가격이 낮아지며 거래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이 같은 현상은 4월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4월 1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택가격 하락폭이 커졌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0.13%로 일주일 전 수준을 유지했다. 중저가단지의 가격 상승세 덕분에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은 “전반적으로 급매물이 소진된 후 매수자와 매도자 간 희망가격 격차 유지로 매물 적체가 지속되며 하락폭이 유지됐다”면서도 “일부 중저가 단지에서 규제완화 영향으로 가격이 소폭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규제 및 공급과잉 영향으로 다른 지역보다 먼저 하락세를 탔던 세종시가 반등하는 흐름이 지속되면서 서울 역시 같은 현상을 보일 수 있을 지도 주목되는 점이다. 같은 통계에서 세종시는 전국 주요시도 중 유일하게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한 곳이다.
최근 심화한 빌라 기피 현상도 저가 아파트 선호를 더욱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젊은 실거주 수요가 많고 빌라촌이 밀집된 강서구에서 아파트 거래가 급증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지난해 3월 서울 다세대·연립 매매계약은 3206건으로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량(1426건)의 2배를 초과했으나 최근 이 수치는 절반 수준으로 줄며 아파트보다 낮아졌다. 강서구 소재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빌라왕’ 사건 등이 터지면서 빌라에 대해서 매매는 물론 전월세 문의도 줄었다”면서 “새로 지은 깔끔한 빌라보다 낡고 불편하더라도 아파트가 낫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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