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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만 대출자 웃게 한 금융지주 ‘상생 보따리’

[상생금융시대] ① 금융지주 '대형 상생안' 잇따라 발표
이자 감면 및 우대금리 제공…“국민 신뢰 회복하자”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금감원-KB국민은행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올해 들어 금융사들이 이자 감면, 중소기업, 자영업자 지원책 등 ‘상생금융안’을 대거 내놓고 있다. 규모도 크다. 상생안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이자감면, 금융지원 규모가 수 천억원대다. 또 자영업자,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사업도 확대됐다. 이 정도면 진짜 ‘보따리’를 푼 셈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사회환원’을 외치며 관련 사업을 꾸준히 추진할 기세다.

170만명에 3300억 ‘이자 감면’

금융권 상생 바람의 화두를 튼 사람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다. 그는 지난 2월부터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BNK부산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DGB대구은행을 잇따라 방문해 상생금융 간담회를 열었다.

금융사들도 ‘상생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기본 금리 인하와 함께 취약차주별 이자 감면,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 자영업자 금융지원 및 성장 컨설팅 등의 상생안을 내놨다. KB국민은행은 신용대출 0.5%p, 주담대와 전세자금 대출금리를 0.3%p 내린다. 신한은행도 주담대 0.4%p, 전세자금 0.3%p, 신용 0.4%p 금리를 인하한다. 하나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전세자금, 신용 대출 금리를 최대 0.5%p 내리고 우리은행도 주담대 최대 0.7%p, 전세자금 최대 0.6%p를 인하한다.

국내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차주 부담이 다른 나라보다 큰 편이다. 실제 국내 주요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 비중은 67%지만 미국은 15%에 불과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기준금리가 꾸준히 오르며 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이자로 시름해왔다”며 “이런 시기에 ‘금리 인하’는 금융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상생안으로 상당수의 금융소비자들은 이자 감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권이 내놓은 상생안으로 연간 차주 170만명이 3300억원 수준의 대출이자 감면 효과를 볼 것으로 진단했다. 

금융권의 최근 상생안은 단순 금리인하에만 그치지 않고 매우 다변화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KB국민은행은 약 5000억원 규모로 제2금융권 대출 전환 상품을 출시했다. 제2금융권은 제1금융권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편이다. 이에 대출 전환을 통해 이자를 사실상 낮춰주겠다는 방안이다. 

또 신한은행은 ‘생애최초주택구입’ 대출 신청 청년층 고객에 대출액 0.3%p를 마이신한포인트로 지급하는 혜택도 제공한다. 이밖에 하나은행은 ‘햇살론15’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잔액의 1% 금액을 캐시백해 준다. 또 다자녀 가구 대상 우대금리 적금 상품 출시, 대출금리 인하 등에 나선다. 

우리은행은 청년층을 지원하는 5000억원 규모 대출상품 출시와 함께 서민금융 대출상품의 성실 상환고객에게 대출원금 1%를 감면하기로 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도 눈에 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소호 컨설팅센터, 소호사관학교 등을 통해 자영업자들에게 경영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자영업자 대상 연 최고 10%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을 내놨다. 하나은행은 중소기업 고객들을 ▲고금리 차주 ▲고정금리 선택 차주 ▲취약 차주로 각각 구분해 대출금리 인하, 원리금 상환유예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대형 상생금융안, 왜 등장했나
4대 금융지주 회장.[사진 각 사]

이처럼 은행권이 대형 ‘상생 보따리’를 푼 데에는 최근 몇년 간 이례적인 저금리 기조로 대출이 크게 확대된 이후 급격하게 금리 인상이 이뤄진 상황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기준금리 인상 속 대출금리가 치솟으며 은행권 이자이익이 대폭 상승했고, 번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순이익으로 벌어들인 돈은 약 16조원이다. 전년보다 1조3000억원 이상 순익이 늘었다. 금융지주사 전체로 확대하면 순이익만 20조원이다. 

‘보따리 풀기’의 또 하나의 배경은 ‘소비자 신뢰 회복’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직원 횡령 문제 등 내부통제 부실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금융권 전체로 보면 유동성 문제 등이 거론되며 소비자들이 불안에 떠는 상황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도 금융업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취임 1주년 기념사에서 “최근 40년의 역사를 지닌 SVB 단 36시간만에 파산하는 것은 금융업의 본질인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 결정적인 이유”라며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금융회사의 말로가 명확한 것처럼, 금융업이 손님과 사회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달 31일 열린 5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금융지주회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다”며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그에 대한 결과가 나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예 상생금융부서를 신설한 우리금융지주의 임종룡 회장도 “상생금융을 위해 조직체계를 정비하고 최선의 패키지를 마련했는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금융사의 노력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수장들이 잇따라 소비자 신뢰 회복,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하며 해결책으로 상생금융을 강조한 셈이다.

아울러 은행 입장에서는 ‘상생금융’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대출이자 감면으로 대출자들의 재정상황을 안정화시키면 이들이 다시 은행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은 고객들이 꾸준히 이용해줘야 성장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은행 스스로도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생 보따리, 잘 살펴보면 ‘돈이 보인다’

은행권의 이번 상생 방안을 살펴보면 은행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의 금리를 감면해줬다. 대출자 혹은 재테크족들이 실제 활용해보면 좋은 상품이나 제도도 많다. 

KB국민은행이 내놓은 KB국민희망대출은 기존 보험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렸던 저신용 차주가 제1금융권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다. 금리를 10% 미만으로 제한해 최대 1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대상자는 기존 1금융권 대출이 어려웠던 저신용자들이다. 단, 근로소득자여야 하고 회사 1년 이상 재직 및 연소득 2400만원 이상자가 대상이다. 여러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이력이 있어도 갈아탈 수 있지만 제3금융권인 대부업체 대출이 있으면 가입이 제한된다.

청년층이면서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상품을 찾고 있다면 신한은행의 포인트 페이백(Payback)상품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신한은행은 ‘생애최초주택구입’ 대출을 실행한 청년층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금액의 0.3%p를 마이신한포인트로 지급한다. 지급 대상은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면서 주담대를 신규 실행한 차주로 1년 이상 대출 계좌를 유지한 만 20~39세 고객이다. 예컨대 1억원 대출을 받았다면 30만원의 포인트가 지급되는 셈이다. 지난 1월에 이미 생애최초주택구입 대출을 실행했더라도 이 제도를 소급적용 받을 수 있다.

자녀가 2~3명 있는 다자녀 가구원이라면 하나은행의 ‘다자녀하나 아이키움 적금’ 상품을 추천한다. 이 상품은 1만~30만원으로 가입이 가능한 1년 만기 적립식 예금이다. 기본금리 2.0%p에 ▲양육수당 수급 등을 통한 우대금리 최대 4.0%p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 2자녀 가구에 연 1.0% ▲3자녀 이상은 연 2.0%p의 특별금리가 주어진다. 자녀가 3명 이상이면 최대 연 8.0%p까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조만간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주담대, 전세자금대출 이자도 깎아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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