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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컨설팅 받고 매출 두배 늘었어요”…자영업자 은행 찾는 또 다른 이유

[상생금융 시대] ② 국내은행, 소상공인 대상 무료 경영 컨설팅
9개 은행은 별도 컨설팅 센터 운영…1~2개월 수업도 진행
창업자금 조달·상권 분석 등 세밀한 지도…비대면 상담도

차종찬 민속떡집 대표. [사진 하나TV 유튜브]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들었죠. 저희는 주로 행사장에 납품을 많이 하는데 다 비대면으로 바뀌어 버리니까 행사가 없었어요. 그때는 정말 그만둬야 하나 싶었죠. 하지만 은행에서 지저분한 외벽을 말끔하게 교체해주고 사업 교육도 해줘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인천 남동구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차종찬 민속떡집 대표는 지난해 여름 하나은행으로부터 ‘골목상권 리프레시 지원사업’을 받았다. 이 사업은 심사를 거쳐 선정된 100개의 소상공인 사업장에 옥외 간판교체, 내부 인테리어 보수, 무인결제기(키오스크) 설치 등 노후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금을 최대 150만원 지급하는 하나은행의 상생금융 프로젝트 중 하나다.

지원금뿐 아니라 사업 컨설팅도 이뤄졌다. 하나은행은 전국 15개 상권 총 450여개 소상공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사장이라면 꼭 알아야 할 노무·세무 교육을 진행했다. 차 대표는 “리프레시 지원사업을 받고 나서 큰 힘을 얻었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사업을 해주면 더욱 고마울 것 같다”고 전했다.

비단 하나은행과 차 대표만의 얘기가 아니다. 은행과 소상공인들을의 상생금융 동행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이제 은행은 ‘소호(SOHO)대출’ 등 금융 서비스는 기본, 소상공인의 실질적인 사업 컨설팅에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컨설팅을 통해 소상공인의 경영 애로를 해소하고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컨설팅에 ‘진심’인 은행들…‘학교’도 운영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16개 국내은행은 소상공인들에게 창업·상권분석·경영자문·금융상담 등 경영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중 별도의 지역별 컨설팅센터까지 두고 운영하는 은행은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IBK기업은행·BNK부산은행·BNK경남은행·광주은행·DGB대구은행 등 9개에 달한다.

서울 여의도 KB 소호 컨설팅 HUB에서 한 소상공인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은 지난 2016년부터 ‘KB 소호 컨설팅센터’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선 컨설팅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것은 물론, 상담고객이 국민은행 보증서 담보대출 취급시 0.1%p 금리를 우대해준다. 여의도허브(HUB)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13개 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총 2만4000여건의 컨설팅을 제공해 자영업자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냈다.

우리은행의 경우 2019년 개설한 소상공인 창업지원센터를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종합지원센터’로 명칭을 변경해 그 역할을 확대했다. 소상공인 개인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선의 컨설팅을 내려준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여기에 선배 사장님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소셜미디어(SNS) 전문가들을 섭외해 마케팅 팁을 전수해주는 멘토링도 진행 중이다.

은행들의 컨설팅은 센터 내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상담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교육 커리큘럼도 눈에 띈다.

서울시 중구 소재 신한은행 본점에서 김정남 신한은행 기업고객부 본부장이 신한 SOHO사관학교 24기 개강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신한은행]
신한은행은 소수정예 자영업자를 선발해 8주간 심화교육을 실시하는 ‘신한 소호사관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연간 5개 기수가 운영되는 소호사관학교에선 음식업·서비스업·소매업 등 다양한 업종의 자영업자와 예비창업자들에게 마케팅전략과 사업운영 노하우 등 경영 컨설팅을 제공한다. 최근 10일에는 24기가 개강해 30여명의 교육인원이 모여 정보공유의 장을 열었다.

하나은행도 ‘하나 소호 아카데미’를 열어 예비창업자·자영업자를 위한 교육을 제공한다. 교육별 20명 수강생을 선발해 반기당 1개월간 진행된다. 매장 운영 팁, 매출 관리 노하우 공유 등 실무 위주의 교육이 진행되는 데 더해 업종별 교육까지 제공해 동일 업종 업자들 간 네트워킹 기회도 누릴 수 있다.

재창업부터 상권분석까지…매출 상승은 ‘당연’

일련의 상담과 교육은 실제 사업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의 컨설팅을 받은 소상공인들은 만족을 넘어 사업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김주희 메이비플라워 대표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신한은행]

지방의 경우 비대면으로도 컨설팅이 이뤄진다. 광주광역시에서 꽃집 메이비플라워를 운영하는 김주희 대표는 기존 매장에서 꽃 구매 수요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였다. 이전하려는 쌍촌동이 정말 매출이 좋은 입지인지, 이전 시 상가임대차보보호법 보호대상이 돼 권리를 보장받고 원활하게 퇴거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광주에는 소상공인 컨설팅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한 터. 답답함을 호소하던 찰나 김 대표는 신한은행의 ‘신한 소호성공지원센터 비대면 화상컨설팅’을 알고 바로 지원했다. 이후 세 차례의 화상 컨설팅을 받아 임대차법상 생길 수 있는 법률 문제를 확실히 공부했다.

컨설팅에 따라 김 대표는 무사히 쌍촌역 부근으로 이사했다. 방문고객은 눈에 띄게 늘었고 지난해 매출은 2021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김 대표는 “다른 사장님들보다 조금 더 먼저 사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건 신한은행 컨설팅 교육의 도움이 컸다”며 “창업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저처럼 보다 많은 운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방 소상공인들은 상대적으로 수도권보다 비금융지원이 열악하다”며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방법을 찾는 지방 사장님들을 보면서 신한은행도 보다 혁신적인 컨설팅 프로그램을 만들고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승우 아도 대표. [사진 우리은행]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아도는 ‘힙(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하다’는 문래동에서도 가장 핫한 전통 찻집이다. ‘간판 없는 찻집’으로 유명한 아도는 밤 12시까지 운영하는 심야 찻집으로, 차를 매개체로 사람들과의 느슨한 연대를 맺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매장이 실리면서 한층 더 뜨거워졌다.

하지만 이런 아도도 사실 폐업의 아픔이 있었다. 이승우 아도 대표는 동탄신도시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했으나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하자 결국 문을 닫았다. 차에 관심이 많던 이 대표는 ‘이번에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자’는 마음으로 재창업을 결심했고, 우리은행에 컨설팅을 요청했다.

우리은행은 ‘두 번의 실패를 방지하는 꼼꼼한 창업 준비’를 약속하며 지난해 4월부터 컨설팅을 진행했다. 창업자금 조달 한도를 높이기 위해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컨설팅을 추천했고, 이 대표는 보증 3000만원을 승인받을 수 있었다. 이후 사업장 현장을 방문해 자금계획과 창업절차에 대한 컨설팅까지 진행했다. 특히 다수 인테리어 업체 견적을 받아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었고, 공사 시 진행 단계별로 대금을 지급해 부실 공사를 방지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첫 번째 창업을 하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점검하다가 브랜드를 키워나가고 싶은 마음으로 우리은행에 도움을 요청했다”며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어떻게 사업에 필요한 정보를 골라낼 수 있는지 검색 노하우를 배운 게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대표는 실패 경험도 있는 만큼, 보다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사장님이었다”며 “앞으로 온라인 사업 역시 전문가 노하우로 지원할 계획이며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매장”이라고 전했다.

시들해진 상권에서 매출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김정덕 대우족발 대표는 2014년 모친으로부터 승계받아 족발 식당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안 좋아져 매출액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모친의 창업 당시와 달리 점포가 위치한 대구역 인근은 다소 쇠락한 상태.

KB국민은행은 상권분석과 정부지원사업 연계를 통해 대우족발의 매출 증대를 꾀하기로 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7회차에 걸친 컨설팅이 진행됐다. 최종에는 ‘KB 소호 멘토링스쿨’의 셰프를 직접 동반해 메뉴 개선, 고객 서비스 등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이 7억2000만원이 예상될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1985년부터 38년 역사를 가진 가게인 만큼 ‘백년가게’ 정체성을 확보하는 브랜딩 전략도 수립했다.

김정덕 대우족발 대표. [사진 KB국민은행]
김 대표는 “소호컨설팅 센터장과 전문위원으로부터 통신판매, 제조시설 확보, 프랜차이즈 사업계획, 셰프 컨설팅 등 다방면으로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며 “외로움 속에 분투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이런 프로그램이 많이 전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등 자본을 앞세워 소상공인들의 입지가 날로 약해지는 상황에서 전통을 간직한 작고 오래된 가게들이 더 오래 영업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컨설팅을 지원하겠다”며 “자영업자들이 어떤 위기도 이겨내는 기초체력을 갖게 하기 위해 ‘물고기를 직접 주는 것’(금융 지원)을 넘어 ‘물고기 잡는 법’(비금융 지원)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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