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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니콘들 거쳤다는 ‘벤처 대출’…투자 빙하기 넘길 대안 될까

우버·에어비앤비 등 ‘벤처 대출’로 자금 조달
에이블리, 유니콘 도전 위해 500억 유치
SVB 사태 여파에도 벤처투자촉진법 법제화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벤처·스타트업 투자시장 혹한기가 길어지면서 스타트업들의 자금조달 방식으로 ‘벤처 대출’이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그룹의 파산 여파가 벤처 대출 시장 경색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난 3월 에이블리가 벤처 대출로 500억원 자금을 조달하며 돌파구가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벤처 대출은 국내 시장에선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미국에선 활성화된 제도로 고금리 시대에 스타트업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자금조달을 위해 정책자금을 이용하거나 벤처캐피탈(VC)이나 액셀러레이터 등 투자기관을 통해 투자를 받는다. 

그러나 벤처 대출은 스타트업이 금융기관이나 사모펀드(PEF)로부터 낮은 금리로 대출받는 대신 신주인수권을 대출기관에 제공하게 되는 방식이다. 대부분 벤처대출은 은행대출과 달리 후속 지분투자를 받을 때 신규 투자금액의 일부를 벤처대출의 상환금액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후속 투자 유치 가능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대출기관 입장에선 높은 순이자마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스타트업 입장에선 지분희석 우려 없이 스케일업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글로벌 벤처대출 시장을 선도한 SVB의 사업모델은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 모범 사례로 언급돼 왔다. 미국에선 우버·스포티파이·에어비앤비 등 빅테크 스타트업들이 벤처대출 활용해 대규모 자금 효율적 비용으로 조달했다. 에어비앤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다음 라운드로 가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벤처 대출을 이용했다. 약 1조 2398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에어비앤비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벤처 대출 선례를 남겼다.

국내에선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의 사례를 계기로 벤처 대출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에이블리는 지난 3월 23일 PEF 운용사 파인트리자산운용에서 500억원 규모의 벤처 대출을 받아 누적 22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초 67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면서 다음 투자 라운드 유치와 유니콘 달성이 절실했던 에이블리는 돌파구로 벤처 대출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블리 측은 투자 혹한기에도 에이블리의 성장 가치와 수익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며 마련한 사업 자금으로 유니콘 라운드까지 시간을 벌었다는 입장이다. 에이블리는 국내 여성 쇼핑 앱 업계에서 최단시간 사용자 수 1위와 연간 1조원 거래액을 달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 유치를 위해 급히 기업 가치를 낮추는 등의 불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선례를 남겼다. 

SVB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문턱을 넘은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안은 제도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안은 벤처 대출 도입을 골자로 하며 신주인수권 규모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출금 10% 이하에서 고시하도록 규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SVB 사태로 인해)SVB 은행을 벤치마킹해 국내 도입하려는 논의의 목소리는 줄었을 지 몰라도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던 벤처 대출 도입 자체를 막는 사건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투자가 경색된 상황에서 다양한 경로의 자금조달 방식이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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