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총수 총출동하는 訪美 경제사절단…고민은 각양각색
6대 경제단체 포함한 122개 기업
삼성‧SK는 반도체 지원법에 주목
IRA 두고 현대차그룹 vs LG‧한화 희비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국내 주요 기업 총수와 경제단체장 모두 경제 사절단에 포함되면서 기업 비즈니스, 대미 교역과 주요 산업 협력 강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 등 우리 기업의 실적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가 산적해 있어 이에 따른 대응 방안이 나올지도 눈여겨볼 사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9일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 명단을 공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내 5대 그룹 총수가 총출동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 대기업 총수도 명단에 포함됐다. 경제사절단에는 대기업 19개, 중견기업 21개, 중소기업 64개를 비롯해 14개 경제단체 및 협회, 공기업 4개사로 구성됐다. 6대 경제단체의 수장도 함께한다. 4대 그룹 총수, 주요 경제단체 수장이 모두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년 만이다.
전경련은 “신청 기업들의 비즈니스 기대성과 대미 교역·투자 실적, 주요 산업 분야 협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방미 주제가 첨단산업인 만큼 반도체·항공우주·방위산업·에너지·바이오·모빌리티 분야의 기업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방미 일정에서 실질적 논의 대상은 반도체지원법과 IRA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보이면서 사실상 무역장벽 높이기에 들어갔는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활이 이 정책에 달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고민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지원법이란 미국 정부가 자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반도체 관련 투자 기업에 약 527억 달러(약70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정책을 말한다. 반도체 생산 보조금이 390억 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이 110억 달러에 이른다.
문제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기업이 이행해야 하는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는 ‘초과이익 공유’가 있다. 보조금을 1억5000만 달러 이상 받은 반도체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이익을 내면 그중 일부를 미국 정부와 공유하도록 했다. 지원받은 보조금의 최대 75%에 달한다. 기업이 해당 연도에 얼마나 이익을 낼 수 있을지 꼼꼼한 전망치도 제시해야 한다. 사업의 예상 현금 흐름과 수익률, 주요 생산 제품과 생산량 등 사실상 기업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도 제출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투입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에 150억 달러를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기업의 대규모 투자 배경에 정부 지원이 중요한 요소였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높아진 보조금 수령 기준이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의 이번 미국 방문에서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풀 것인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IRA를 두고서는 현대차그룹과 LG‧한화그룹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IRA는 북미지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미국 정부가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세부 지침을 보면 100%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차종은 ▲캐딜락 리릭 ▲쉐보레 볼트·볼트EUV·블레이저·이쿼녹스·실버라도EV ▲크라이슬러 파시피카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드 F-150 라이트닝 ▲링컨 에비에이터 그랜드 투어링 PHEV ▲테슬라 모델3(퍼포먼스)·모델Y 등 11개로 제한됐다. 이 밖에 일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차량도 모두 미국 브랜드 차량이다. 사실상 미국 기업에 보조금을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현대차그룹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일본‧유럽기업도 세액공제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미국 시장에서 막 기지개를 켜는 현대차‧기아는 성장 기회 자체를 빼앗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배터리‧태양광 사업을 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솔루션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 혜택으로 수혜를 볼 전망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배터리 공급이 중요해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1월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공동투자를 논의하기로 하는 등 IRA를 기회로 미국 시장 장악에 두 손을 맞잡았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추진 중인 IRA 등 핵심 정책이 어느 한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어서, 수혜를 보는 기업과 위기를 맞는 기업으로 입장이 갈릴 수 있다”며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이 이런 부분에서 어떻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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