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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당국 심사...줄줄이 밀리는 코스닥 IPO

5월로 수요 예측 밀린 IPO만 6곳
고평가 논란‧구체적 요소 추가 등
자발적으로 증권신고서 다시 제출도
“기업들 간 공모 적기 판단이 관건”

코스닥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면서 상장 일정이 줄줄이 밀리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코스닥 IPO(기업공개) 훈풍이 예상보다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는 등 기업들의 기관 수요 예측 일정이 밀리면서다. 기업들이 스스로 내용을 보완하거나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제출을 다시 요구하면서 심사가 더욱 깐깐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월 기관 수요 예측 일정을 5월로 미룬 기업은 나라셀라, 모니터랩, 프로테옴텍, 기가비스, 진영, 큐라티스 등 총 여섯 곳이다. 

이날 백신 및 면역 질환 전문 기업 큐라티스는 증권신고서를 자진 정정했다. 당초 오는 4월 25일~26일에 진행하기로 했던 기관 수요 예측은 5월 18일~19일로, 일반 청약은 5월 25~26일로 밀렸다. 큐라티스는 오는 6월 초 상장할 예정이다.

큐라티스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조치로 사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근거 자료들을 추가했다”면서도 “공모가 희망 밴드와 신주 발행 규모를 포함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은 기존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큐라티스 외에도 5월 중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했던 기업들은 4월 셋째주와 넷째주 들어 기관 수요 예측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다만 기관 수요 예측 일정이 5월로 밀리면서 코스닥 입성까지 시간이 걸릴 모양새다. 

얼어붙었던 IPO 시장이 시가총액 1000억원대 중소형주 위주로 따상에 성공하면서 시장 분위기 반전이 기대됐지만, 심사 문턱을 못 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한 이유는 다양하다.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던 와인 수입사 나라셀라는 비교 그룹을 변경했다. 나라셀라는 피어 그룹(비교 그룹)에 글로벌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공모가를 높이려고 무리하게 선정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나라셀라는 비교 그룹을 ‘이탈리안 와인 브랜즈(Italian Wine Brands S.p.A.)’사로 변경했다. 희망 공모가도 기존 2만2000원~2만6000원에서 2만원~2만4000원으로 낮췄다. 

자발적으로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기가비스와 진영 등은 구체적인 실적과 내용 보완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기가비스는 반도체 관련 법에 따른 중국향 매출 위험과 진영은 인테리어 산업 위험 요소를 각각 보강했다. 

수요 예측 변수 많은 직상장보다 스팩 권유하기도 

특히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이 증권신고서를 수정한 경우가 많았다. 기술특례상장은 적자 상태임에도 성장성을 보고 상장을 추진하다 보니 거래소에서 증권신고서를 꼼꼼하게 검토할 수 밖에 없다. 모니터랩은 투자 위험 요소와 미래 추정 실적 근거 등을 추가했다. 씨유박스도 상장 일정은 밀리지 않았지만 주요 제품의 매출 추정 근거를 다시 제출했다. 

기업들이 잇달아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는 배경에는 금융감독원의 현미경 심사가 있는 모양새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로도 효력 발생을 기다리고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 승인도 45 영업일이 걸리는 만큼 사실상 상장 일정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 

대내외 증시 불확실성도 영향을 줬다. 공모주가 상장하기만 해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던 때와 달리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져셔다. 성장성 특례로 시장에 입성했지만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셀리버리 사태 등도 심사를 깐깐하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셀리버리는 거래가 정지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 수요 예측이나 일반 청약은 사실 어디까지나 예정인 것"이라면서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밀리지 않고 그대로 진행됐지만 당장 기관 수요 예측 하루 전에도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해 밀리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장 상황과 불확실성을 크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면서 “거래소 영업 심사가 45일이 가이드라인이지만 평균을 냈을 때 100일을 넘어가기도 해 앞으로 공모 적기를 판단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선 자금 조달이 중요한 만큼 상장 일정이 밀리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코스닥 직상장이 밀리면서 주관사나 상장을 앞둔 코스닥 기업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직상장은 수요 예측 등 변수가 크다 보니 주관사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스팩도 많은 상태다.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는 “상장을 계획했을 때보다 막상 시장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을 때의 시장 상황을 알 수 없다”면서 “스팩 권유도 많이 받았지만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고 싶어서 직상장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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