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으로 ‘공차’ 사장, 영화 ‘드림’ 투자자 된다…‘쪼개서’ 파는 세상 [브랜도피아]
금융위, 지난 2월 ‘토큰 증권’ 발행 및 유통 허용
음악 저작권·미술품·명품에서 한우·영화까지 확대
글로벌 토큰시장 규모 382억원, 소비자 보호가 관건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채영 기자] #. 군 생활 중인 23세 김모씨는 지난해 50만원을 투자해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에서 송아지를 구매했다. 농가가 대신 사육한 다음 2년 뒤 경매를 통해 얻은 현금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구조로, 단기성 자금 운영이 어려운 자신에게 딱 맞는 펀딩이라는 판단에서다.
#.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 21일 K-콘텐츠 조각투자 플랫폼을 통해 배우 박서준과 가수 아이유가 주연인 영화 ‘드림’에 100만원을 투자했다. 영화의 추정 손익분기점은 218만7500명으로 관객 수가 250만명을 넘기면 10.7%, 300만명을 넘기면 27.9%, 400만명을 넘기면 61%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모씨는 “오래전부터 아이유의 팬이었고, 평소 영화 관람도 좋아해 투자하기에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 박서준과 아이유 주연에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라는 소식에 손익분기점은 확실히 넘길 것이라고 생각해 투자했다”고 밝혔다.
2월 조각투자 플랫폼 제도권 편입…“토큰 증권의 본질은 ‘증권’”
그림, 음악, 빌딩에 이젠 한우, 영화까지 조각투자의 대상이 됐다. ‘조각투자 플랫폼’이 제도권에 편입되며 금융 시장의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탄생하며 조각투자가 ‘쪼갤 수 있는’ 모든 자산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 2월 ‘토큰 증권’(Security Token·ST)의 발행 및 유통을 허용하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ST는 부동산·미술·저작권 등의 다양한 실물 자산을 토큰 형태로 발행한 디지털 자산으로, ST를 발행하는 것을 ‘STO’(Security Token Offering)라 부른다. 금융위원회는 ST의 발행을 ‘음식’과 ‘그릇’에 비유해 설명했다.
지난 3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당정 간담회에서 이수영 금융위원회 과장은 “자본시장법상 증권과 상법·전자증권법상 증권 발행형태의 관계는 증권을 ‘음식’으로, 발행 형태를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 비유할 수 있다”며 “어떤 그릇에 담겨 있더라도 음식이 바뀌지 않으며, 토큰 증권의 본질은 ‘증권’”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 ‘조각투자’ 열풍을 일으킨 주역으론 2016년 설립된 음악 저작권 플랫폼 ‘뮤직카우’가 꼽힌다. 4월 기준 누적 회원 수가 120만명, 거래규모 약 4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회원의 55%가 2030세대로 MZ세대의 수요가 매우 크다. 뮤직카우는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를 지정받아 무형자산인 음악저작권을 증권화했고, 이를 계기로 토큰 증권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조각투자 단위 1000~1만원까지…명품·미술품부터 한우·영화까지 다양
조각투자 최소 단위는 1000원부터 1만원까지 다양하다. 가방, 시계, 와인 등 명품과 미술품은 주로 1000원, 부동산은 50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 대표적인 명품 조각투자 플랫폼은 ‘트레져러’와 ‘피스’가 있고, 미술품은 ‘테사’와 ‘소투’가 유명하다. 부동산은 ‘카사’, ‘펀블’, ‘소유’가 대표적이다.
명품과 미술품 조각투자는 공동구매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업체에서 자산을 재매각해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세계 3대 명품이라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대표 가방을 공동구매 했을 때 10%대 수익률을 기록했고, 조각투자로 판매된 미술품은 평균 15~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카사, 소유, 펀블 등 부동산 조각투자도 10%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아 각 금융업체와 신탁 체결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탁회사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디지털자산유동화증권인 ‘댑스(DABS·Digital Asset Backed Security)’를 개인 투자자에게 발행한 후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배분하는 식이다.
기존의 미술품, 음악 저작권, 부동산 외에 이색 투자 플랫폼도 최근 각광받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의 ‘소유’는 소액 투자만으로도 티 브랜드 공차 매장의 점주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소유의 4호 공모 건물 ‘문래 공차’는 투자자가 직접 점주가 돼 매출 상승을 위한 운영 방식을 선택하고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300만원 이상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점주 패키지’ 혜택을 통해 매출, 손익 등이 담긴 상세 리포트를 확인하고 매장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단 설명이다. 투자자들은 매장의 매출을 상승시켜 본인의 임대 수익을 함께 올릴 수 있다.
투자자와 한우 농가를 연결해주는 한우 공동 투자 플랫폼 ‘뱅카우’도 2030세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뱅카우는 최소 투자금 4만원으로 송아지에 투자하면 농가가 대신 사육한 다음 2년 뒤 경매를 통해 얻은 현금 수익을 나눠 가지는 구조다.
펀더풀은 영화, 사진전, 뮤지컬 등 K-콘텐츠 조각투자 플랫폼으로, 최소 투자 금액은 50만원이다. 각종 전시회와 콘서트의 제작비와 홍보비를 조각투자를 받아 모으는 구조다.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 차기작 ‘드림’은 지난 21일 투자자 모집을 마감했다. 모집 기간 동안 총 2억9400만원의 금액이 모였다.
2027년 글로벌 토큰 시장 규모 9378조원까지 성장…소비자 보호가 관건
일반적인 조각투자와 토큰 증권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토큰 시장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스턴컨설팅그룹(BGC)은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토큰 시장 규모가 지난해 3100억달러(약 382억원)에서 2027년 7조6000억달러(약 9378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다양한 자산이 토큰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토큰 증권의 핵심은 결국 ‘투자자 보호’라고 말한다. 조각투자를 증권화하게 되면 재산상의 권리가 기재되고 투명하게 기록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학과)는 “조각투자는 여전히 위험성이 큰 투자 방식”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공동구매 플랫폼을 운용하는 중간 매개자가 어떤 기준으로 상품 시세를 책정했는지 알 수 없다”며 “조각투자는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트렌디한 투자 방법처럼 포장돼 많은 MZ세대들이 유입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올바른 투자법인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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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 21일 K-콘텐츠 조각투자 플랫폼을 통해 배우 박서준과 가수 아이유가 주연인 영화 ‘드림’에 100만원을 투자했다. 영화의 추정 손익분기점은 218만7500명으로 관객 수가 250만명을 넘기면 10.7%, 300만명을 넘기면 27.9%, 400만명을 넘기면 61%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모씨는 “오래전부터 아이유의 팬이었고, 평소 영화 관람도 좋아해 투자하기에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 박서준과 아이유 주연에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라는 소식에 손익분기점은 확실히 넘길 것이라고 생각해 투자했다”고 밝혔다.
2월 조각투자 플랫폼 제도권 편입…“토큰 증권의 본질은 ‘증권’”
그림, 음악, 빌딩에 이젠 한우, 영화까지 조각투자의 대상이 됐다. ‘조각투자 플랫폼’이 제도권에 편입되며 금융 시장의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탄생하며 조각투자가 ‘쪼갤 수 있는’ 모든 자산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 2월 ‘토큰 증권’(Security Token·ST)의 발행 및 유통을 허용하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ST는 부동산·미술·저작권 등의 다양한 실물 자산을 토큰 형태로 발행한 디지털 자산으로, ST를 발행하는 것을 ‘STO’(Security Token Offering)라 부른다. 금융위원회는 ST의 발행을 ‘음식’과 ‘그릇’에 비유해 설명했다.
지난 3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당정 간담회에서 이수영 금융위원회 과장은 “자본시장법상 증권과 상법·전자증권법상 증권 발행형태의 관계는 증권을 ‘음식’으로, 발행 형태를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 비유할 수 있다”며 “어떤 그릇에 담겨 있더라도 음식이 바뀌지 않으며, 토큰 증권의 본질은 ‘증권’”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 ‘조각투자’ 열풍을 일으킨 주역으론 2016년 설립된 음악 저작권 플랫폼 ‘뮤직카우’가 꼽힌다. 4월 기준 누적 회원 수가 120만명, 거래규모 약 4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회원의 55%가 2030세대로 MZ세대의 수요가 매우 크다. 뮤직카우는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를 지정받아 무형자산인 음악저작권을 증권화했고, 이를 계기로 토큰 증권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조각투자 단위 1000~1만원까지…명품·미술품부터 한우·영화까지 다양
조각투자 최소 단위는 1000원부터 1만원까지 다양하다. 가방, 시계, 와인 등 명품과 미술품은 주로 1000원, 부동산은 50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 대표적인 명품 조각투자 플랫폼은 ‘트레져러’와 ‘피스’가 있고, 미술품은 ‘테사’와 ‘소투’가 유명하다. 부동산은 ‘카사’, ‘펀블’, ‘소유’가 대표적이다.
명품과 미술품 조각투자는 공동구매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업체에서 자산을 재매각해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세계 3대 명품이라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대표 가방을 공동구매 했을 때 10%대 수익률을 기록했고, 조각투자로 판매된 미술품은 평균 15~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카사, 소유, 펀블 등 부동산 조각투자도 10%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아 각 금융업체와 신탁 체결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탁회사가 부동산을 소유하고 디지털자산유동화증권인 ‘댑스(DABS·Digital Asset Backed Security)’를 개인 투자자에게 발행한 후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배분하는 식이다.
기존의 미술품, 음악 저작권, 부동산 외에 이색 투자 플랫폼도 최근 각광받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의 ‘소유’는 소액 투자만으로도 티 브랜드 공차 매장의 점주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소유의 4호 공모 건물 ‘문래 공차’는 투자자가 직접 점주가 돼 매출 상승을 위한 운영 방식을 선택하고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300만원 이상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점주 패키지’ 혜택을 통해 매출, 손익 등이 담긴 상세 리포트를 확인하고 매장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단 설명이다. 투자자들은 매장의 매출을 상승시켜 본인의 임대 수익을 함께 올릴 수 있다.
투자자와 한우 농가를 연결해주는 한우 공동 투자 플랫폼 ‘뱅카우’도 2030세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뱅카우는 최소 투자금 4만원으로 송아지에 투자하면 농가가 대신 사육한 다음 2년 뒤 경매를 통해 얻은 현금 수익을 나눠 가지는 구조다.
펀더풀은 영화, 사진전, 뮤지컬 등 K-콘텐츠 조각투자 플랫폼으로, 최소 투자 금액은 50만원이다. 각종 전시회와 콘서트의 제작비와 홍보비를 조각투자를 받아 모으는 구조다.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 차기작 ‘드림’은 지난 21일 투자자 모집을 마감했다. 모집 기간 동안 총 2억9400만원의 금액이 모였다.
2027년 글로벌 토큰 시장 규모 9378조원까지 성장…소비자 보호가 관건
일반적인 조각투자와 토큰 증권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토큰 시장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보스턴컨설팅그룹(BGC)은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토큰 시장 규모가 지난해 3100억달러(약 382억원)에서 2027년 7조6000억달러(약 9378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다양한 자산이 토큰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토큰 증권의 핵심은 결국 ‘투자자 보호’라고 말한다. 조각투자를 증권화하게 되면 재산상의 권리가 기재되고 투명하게 기록되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학과)는 “조각투자는 여전히 위험성이 큰 투자 방식”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공동구매 플랫폼을 운용하는 중간 매개자가 어떤 기준으로 상품 시세를 책정했는지 알 수 없다”며 “조각투자는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트렌디한 투자 방법처럼 포장돼 많은 MZ세대들이 유입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올바른 투자법인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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