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년 전 도입, 韓 올해 적용…‘아마추어’ 대우 달랐던 네이버웹툰, 왜?
“아마추어 연재 공간 성격 달라…창작자 성향도 차이”
한국선 등용문 역할…미국은 이미 플랫폼으로 안착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네이버웹툰이 연내 아마추어 창작자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에도 ‘수익화 모델’을 적용한다. 그간 ‘작가 친화적 기업’을 피력해 온 네이버웹툰은 이를 통해 상생 생태계가 더욱 확장되리라고 기대했다.
네이버웹툰이 국내 웹툰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도입하는 아마추어 작가 수익 모델은 이미 해외 진출 지역 일부에서 적용된 제도다.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웹툰 작가는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지금도 돈을 벌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2016년에 북미 아마추어 웹툰 작가를 대상으로 ▲광고 수익 분배 ▲우수 작품에 창작지원금 제공 등 수익 분배 모델을 적용했다. ‘본진’인 국내 도입이 ‘진출지’인 미국보다 7년가량 늦은 셈이다.
“수익 모델 도입 범위 차이, 韓美 시장 다르기 때문”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2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열린 ‘창작자 수익공유(PPS·Page Profit Share) 프로그램 10주년 성과 공유 미디어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아마추어 웹툰 작가’를 대상으로 수익 모델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아마추어 수익 분배 모델을 한국이 아닌 미국 시장에 먼저 적용한 이유로 ‘시장 차이’를 꼽았다. 그는 “미국 웹툰 시장에서 네이버는 대체 불가(One And Only)한 플랫폼이고, 규모 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업체가 없다”며 “미국의 경우 네이버 생태계에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 작가까지 몰려있다. 아마추어 작가로 지속 연재하려는 경향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시장 상황에 대해선 “매우 많은 웹툰 플랫폼이 있고, 아마추어로 시작해 프로로 데뷔하는 기간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며 “네이버웹툰이든 2·3위 기업이든 프로로 데뷔하는 길이 다양하다. 이 때문에 아마추어 시장에 별도의 수익화 프로그램을 넣기보다, 빠른 시간에 데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더 도움이 되리라 봤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은 프로보다 되레 아마추어로 활동하려는 작가가 많아 수익화 모델 도입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내 시장에선 미국보다 프로로 데뷔하려는 경향이 강해 그간 별도의 수익화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김 대표는 이제 국내 아마추어 창작자 생태계도 변화가 나타나 미국에서 운영하던 제도를 역으로 수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프로 데뷔에 대한 욕구가 많은 국내 아마추어 창작자 생태계에 수익화 모델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다양성 확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상업적으로 성공할 작품만을 지향하기보다 다양한 얘기를 플랫폼에서 소화해야 하는데, 이를 프로 영역과 함께 아마추어 부문에서 이루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아마추어 창작자를 대상으로 수익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결정한 배경은 미국 시장에서의 해당 모델을 안착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웹툰은 국내에 2006년 ‘도전만화’(도전)와 2008년 ‘베스트도전’(베도)을 도입해 웹툰 생태계 활성화를 이끌었다. 도전·베도 창작자 전용 시스템인 ‘크리에이터스’(CREATOR’S)를 운영, 누구나 웹툰 작가로 데뷔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췄다.
도전에서 조회수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베도로 승격한다. 작품이 베도에서도 인기를 끌면 별도 심사를 거쳐 ‘정식 연재’를 진행하는 구조다. 정식 연재부터 프로 작가로 등극해 네이버웹툰으로부터 원고료를 받고, PPS 제도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회사 측은 “독자 반응에 따라 데뷔 기회가 주어지는 파격적인 승격 모델과 함께 정식 연재 작가에게 매달 원고료를 제공해 창작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네이버웹툰은 정식 연재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미리보기 ▲완결작품 다시 보기 ▲광고 등을 통해 올린 수익을 작가와 분배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아마추어 창작자에게도 수익을 분배하기 위해선 도전·베도 공간에도 별도의 비즈니스모델(BM)이 도입돼야 한다. 네이버웹툰은 정식 연재에 적용한 BM부터 미국 시장에 도입한 ‘후원 모델’이나 ‘창작 지원금’ 등을 폭넓게 검토, 적합한 형태를 마련해 도전·베도 공간에 연내 적용할 방침이다.
네이버웹툰이 미국 시장에 진출한 건 2014년 7월 영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다. 같은 해 11월 아마추어 창작 시스템인 ‘캔버스’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북미서 웹툰을 정식 연재 중인 작가의 절반은 캔버스를 거쳐 데뷔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는 도전만화가 프로 작가가 되기 위한 등용문이라면, 해외는 캔버스 자체가 플랫폼으로 안착했다”며 “해외 작가 중에는 굳이 프로 작가가 되지 않아도 캔버스에서 충분히 작품을 연재하고 수익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PPS 도입 10년, 작가와 함께 성장한 네이버웹툰
콘텐츠를 매개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보상 시스템은 네이버웹툰이 구축한 상생 생태계의 핵심이다. 회사는 PPS를 통해 건강한 웹툰 생태계를 구축했다.
네이버웹툰은 2013년 4월 ▲콘텐츠 유료 판매 수익 ▲광고 수익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수익을 중심으로 ‘PPS 프로그램’을 정식 연재 작가들에게 적용했다. 2013년 약 232억원이었던 PPS 프로그램의 연간 규모는 2022년 약 2조255억원으로 약 87배 성장했다. 김 대표는 “원고료가 창작자의 거의 유일한 수익이던 10년 전에 창작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에 집중할 수 있도록 PPS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이 PPS 프로그램을 출시하고 시장 저변을 확대한 결과, 무료 감상이 중심이던 웹툰 시장에서 유료 콘텐츠 모델도 크게 성장했다. ▲네이버웹툰 ▲네이버시리즈 ▲라인웹툰 ▲라인망가 등 회사가 운영하는 글로벌 플랫폼에서 연간 거래액 1억원 이상을 기록한 웹툰·웹소설 작품 수는 2013년 1편에서 2022년 904편으로 증가했다. 2022년 한 해 동안 10억원 이상 거래액을 기록한 작품은 136편, 거래액 100억원 이상을 달성한 작품도 5편에 달한다.
김 대표는 “10년 전과 달리 이제 웹툰이라는 콘텐츠 시장은 웹 페이지를 넘어 게임·영상·단행본·굿즈 등 다양한 시장으로 확대됐다”며 “PPS 브랜드를 ‘페이지 프로핏 쉐어’(Page Profit Share)에서 ‘파트너스 프로핏 쉐어’(Partners Profit Share)로 새로 단장한다”고 강조했다.
수익 분배 범위를 대폭 확장하겠단 선언이다. 그간 운영한 제도가 웹툰·웹소설 플랫폼 내 페이지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누는 구조였다. 이를 원작 IP를 기반으로 한 사업까지 확장해 작가와 수익 분배 범위를 넓히겠단 취지다. 김 대표는 “네이버웹툰은 작가들의 IP가 더욱 큰 비즈니스 기회를 만날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웹툰 산업 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새로운 PPS 프로그램을 토대로 ▲2028년 연간 거래액 1억원 이상 작품 2000편 달성 ▲2025년 월평균 500만원 IP 비즈니스 매출 발생 작품 500개 이상 확대 등을 이루겠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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