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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출수수료 급증에 '블랙아웃' 우려도…변곡점 맞은 홈쇼핑 시장 해법은 [이코노 인터뷰]

[송출수수료 ‘10년의 덫’]③ 조순용 한국TV홈쇼핑협회장 인터뷰
“송출수수료 구조 개선 이뤄져야”
규제 완화 목소리...협회, 소통 창구 역할

 조순용 한국TV홈쇼핑협회장이 지난 4월 26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TV홈쇼핑협회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홈쇼핑 업계는 중요한 변곡점에 놓여 있습니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실적이 버틸만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송출수수료 지불 구조에 대한 개선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합니다. 미디어 플랫폼 진화에 발맞춰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하고요.”

제7대 한국TV홈쇼핑협회장에 취임해 5년째 협회를 이끌고 있는 조순용 회장은 ‘이코노미스트’를 만나 홈쇼핑 업계의 현 주소를 이 같이 진단했다. 갈수록 TV 시청률이 떨어지고 홈쇼핑 사업자 이익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치솟는 송출수수료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은 ‘방송’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TV기반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모바일, 가상공간 등 온·오프라인의 쇼핑 경계가 사라지는 옴니채널 활성화 방안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TV홈쇼핑사는 태생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20년 7443억원이던 TV홈쇼핑 7개 사업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5026억원으로 32% 줄었다. 방송 매출액은 10년 만에 3조원대 아래로 떨어져 2조8999억원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사업자가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IPTV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송출수수료는 1조9069억원에 이른다. TV홈쇼핑 전체 매출의 약 60%를 송출수수료로 내고 있는 셈이다. 

조 회장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송출수수료를 내지 못해 ‘블랙아웃(채널 송출 중단)’을 선언하는 회원사들이 나타날 수 있다”며 “TV홈쇼핑산업의 위기는 방송 시장은 물론 미디어 산업 전체 위기를 불러오는 만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책과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조순용 한국TV홈쇼핑협회장이 지난 4월 26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TV홈쇼핑협회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Q. 송출수수료 갈등을 어떻게 봐야하나. 


A. 현재는 TV홈쇼핑사가 판매 수수료를 평균 30% 받는다고 가정하면 그 중 절반 이상을 송출수수료로 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실적과 상관 없이 매년 송출수수료가 급증하는 것이 문제다. 수수료를 안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자는 취지다. 이제는 좀 더 체계화 해서 업계의 해묵은 논쟁의 실마리를 찾아가야 한다. 송출수수료가 오르면 결국 납품업자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높아지고, 소비자 가격이 오르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Q. 유료방송사업자의 송출수수료 의존도도 높지 않나. 

A. 그렇다. IPTV, 위성,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업자는 TV홈쇼핑 사업자가 지불하는 수수료가 없으면 재원이 크게 흔들린다. 유료방송사업자의 매출은 ▲수신료 ▲광고 ▲단말기 대여 ▲홈쇼핑 송출수수료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32.1%에 이른다. 케이블TV의 경우 TV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이 본업인 방송 수신료 매출보다 높다. 유료방송시장을 이끌고 있는 플랫폼들은 그 돈으로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종편 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콘텐츠 방송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현재 지상파방송사의 수익원도 점차 줄어들고 있어 TV홈쇼핑 수수료가 없으면 방송 시장 전체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Q. 최근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이 개정됐는데 의미가 있다고 보나. 

A. 정부가 나서서 송출수수료를 일정한 기준에 의해 업계 간 상호 협의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본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가이드라인을 손질하면서 공정한 자율협상을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수수료 산정 시 고려요소도 명확히 규정했다. 기존에는 유료방송사업자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다음 협의에 나서는 구조였는데 정부가 나서서 합의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개정으로 본다. 

Q.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재차 갈등이 발생한다면. 

A. 바로 갈등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일단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협상이 지연되거나 갈등이 빚어질 경우 합리적인 대가 산정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했다. 5개월 기본협상 기간과 3개월 추가 협상 이후에도 합의를 보지 못하거나 사업자 한쪽이 협의 종료 의사를 밝히면 대가 산정 협의체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근거를 뒀다.

조순용 한국TV홈쇼핑협회장이 지난 4월 26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TV홈쇼핑협회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Q. 홈쇼핑을 둘러싼 또 다른 문제점은 무엇인가. 


A. 홈쇼핑을 둘러싼 과도한 규제 역시 문제다. 홈쇼핑산업은 ‘방송법’, ‘대규모유통업법’, ‘전자상거래법’ 등을 준수하고 있으며 주무부처인 과기부와 그 외에도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여러 정부부처의 진흥과 규제 정책하에 있다. 현재 라이브커머스, OTT서비스 등 다양한 방송판매채널들이 규제와 법 없이 365일, 24시간 판매 방송을 진행한다. 하지만 홈쇼핑은 정부 법정 아래 하에 공정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각종 규제에 얽매여있다.

Q. TV홈쇼핑사들이 노력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A. 홈쇼핑이 미래에 살아남기 위해선 소비자를 다시 끌어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법은 소비자, 국민, 시청자 돌아오게 해야하는데 결국은 콘텐츠 싸움이다. 유통산업의 목적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건강한 만족을 선물하는 데 있다. 결국은 홈쇼핑사들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변화 등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해야한다.

 Q. 협회장으로써 앞으로의 역할은. 

A. 정부 및 당국과 지속적으로 소통의 장을 열어나가겠다. 무엇보다 정부나 당국이 홈쇼핑사들의 수익 구조를 인지하고, 어려움을 꾸준히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중간다리 역할을 끊임 없이 수행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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