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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곳 없는 ‘카드 아줌마’…불공평한 규제에 ‘신고’ 고통까지[이코노Y]

[카드모집인은 어디로 갔나] ② 코로나 이후 카드 모집 영업 환경 악화
온라인 플랫폼은 연회비 10배 넘는 캐시백도 허용…기울어진 운동장 지적
“모집인 경품비 제한 과도해…20년 전 법 그대로”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김자현(57·가명)씨는 서울 시내 대형 쇼핑몰에서 모집 부스를 마련해 카드모집인(설계사)으로 근무하고 있다. 2013년부터 모집인 일을 시작한 그는 올해로 11년 차 경력의 베테랑이다. 일이 잘될 때는 월 수입 최대 1000만원을 거둔 적도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모집인들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현실에 김씨마저도 최근에는 모집인 일을 계속 이어나갈지 고민이 깊어졌다.

김씨는 “예전보다 점점 더 일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오프라인에서 모집인들이 만날 수 있는 고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비대면이 대세가 되자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더 문제는 이 비대면 흐름으로 토스·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온라인을 통한 카드 발급 시장은 매우 커졌다는 점이다. 2017년 기준 12.7%에 불과했던 신용카드 온라인 신규발급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46.8%까지 올라 오프라인 수준을 따라왔다.

이처럼 온라인 발급이 대세가 된 건 발급 과정의 편리함도 있지만, 모집인을 통한 발급보다 혜택이 좋다는 점이 큰 몫을 차지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신용카드를 신규 발급하면 10만~20만원을 캐시백해주지만, 카드모집인은 연회비의 10%까지만 경품비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이는 2003년 카드 사태로 만들어진 강력한 규제로 지난 20년간 바뀌지 않았다. 반면 온라인 발급에서의 캐시백은 ‘모집행위’가 아닌 카드사의 ‘프로모션’에 해당돼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

김씨는 “인터넷에서 카드를 만든 후 조금만 사용하면 연회비의 10배도 캐시백으로 주는데, 우리 같은 카드모집인에 대해서만 금액 제한이 있다고 하면 당연히 규제가 과도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며 “모집인들이 직접 자기 돈을 써서 불법으로라도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라에서 20년 전에 만들어 놓은 모집인에 대한 영업 규제는 그대로인데 세상은 너무 많이 바뀌었다”며 “변화에 맞춰 규제도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는 카드모집인 직업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고 토로했다.

한 카드모집인의 신용카드 계약 서류와 태블릿PC. [사진 윤형준 기자]
“불경기 체감된다…카파라치도 골칫거리”

광주광역시에서 활동하는 22년 차 카드모집인 전명자(61·가명)씨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신의 심정을 털어놨다. 전씨는 ‘주부들이 쉽게 취업할 수 있다더라’는 주변의 말에 2002년부터 모집인 일을 시작했다. 2년 차에 접어들었을 때는 월 평균 400만원까지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100만원 남짓한 수만 수중에 들어오고 있다.

전씨는 모집 영업을 통해 경기악화를 확실하게 체감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전체적으로 경기가 힘들어져 신용카드 발급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고객들이 확연히 많아졌다”며 “어렵게 설득해 신용카드를 발급하기로 마음먹은 고객 중에서도 ‘신용도’ 문제로 카드발급이 거절되는 사례가 이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불법모집 행위 유형별 포상금액. [제공 여신금융협회]
여기에 ‘카파라치’(카드+파파라치) 제도도 모집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불법 신용카드 모집을 막기 위해 2012년 해당 행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카파라치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정부 포상금을 용돈벌이식으로 악용하는 카파라치가 늘어나자 신고인 1인당 연간 100만원 이내로 규정이 바뀌었다. 하지만 지금도 제도를 이용해 모집인들을 신고하는 카파라치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전씨는 밝혔다.

전씨는 “회사에서 매일같이 불법 모집에 대해 교육받고 있지만, 우리보다 법을 더 잘 알고 이를 악용해 교묘하게 유혹하는 카파라치들이 많다”며 “카파라치들은 신고하고 포상금을 받으면 그만이지만 모집인들은 생계를 잃어버린다”고 말했다.

“온라인 모집, 불법이지만 할 수밖에…”

고연령층이 대부분인 카드모집인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젊은 주민서(38·가명)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집행위를 하고 있다. 온라인 모집행위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유치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주씨의 변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신용카드 모집 게시글.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현재 인터넷 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당일 최대 혜택 프로모션’, ‘여기보다 더 주면 추가지원’, ‘초스피드 당일 접수·발급·입금’ 등의 문구로 고객들의 시선을 끄는 카드 모집 게시글들이 즐비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커뮤니티의 카드 모집 글들은 불법이기 때문에 회사별로 검토해 삭제 조치하고 있으나 전부 제재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집인들은 이런 온라인 모집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집인이 수당을 받기 위해선 6개월 동안 매달 30만원 이상 결제 등 사용조건을 고객이 지켜줘야 하는데 이를 어기는 경우가 많아서다. 고객에게 왜 조건을 지키지 않았냐 따지려 해도 온라인 모집은 불법이기에 항변하기도 어렵다.

주씨는 “실제 사용조건을 지키지 않은 고객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도리어 인터넷 카페에서 비대면으로 만든 사실을 고발하겠다고 한 경우도 있었다”며 “온라인 영업이 적발되면 통상 200만~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영업 코드(모집인 자격)도 해지되기 때문에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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