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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여러채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적용될 듯…피해자 구제 될까

정부, 국회 국토위서 ‘전세사기 인정 가능 깡통전세’ 요건 밝혀
“무리한 무자본 갭투자는 미필적 고의에 해당”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주최로 정부 전세사기 특별법안 비판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임대인이 여러 주택을 무자본 갭투자한 경우는 ‘전세사기’로 보고 임차인을 구제하는 특별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역전세로 인한 단순 전세보증금 미반환 피해자는 특별법으로 구제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정부가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4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안 심사 과정에서 법무부는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 즉 ‘깡통전세’ 피해자도 특별법 적용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정부는 ‘다수의 임차인’에게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특별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피해 임차인이 1명인 경우에도 특별법을 적용한다면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피해자와 차별해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무자본 갭투자 주택이 ‘다수’인 상황에서의 피해에 대해 특별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2채 주택에 무자본 갭투자를 했다면 집값이 하락해도 임대인 재산으로 손실을 보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임대인이 집값 하락 때 전세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할 정도로 여러 채의 주택에 무자본 갭투자를 했다면 사기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간 국토교통부는 인천 미추홀구 건축업자 남모(62) 씨와 서울 강서구 임대업자 김모(42) 씨 사건은 전세사기가 분명해 대부분이 특별법 적용 대상이 포함된다는 점을 밝혀왔다. 그러나 경기 화성 동탄, 구리, 서울 은평 등에서 대규모 전세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깡통전세와 전세사기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법무부는 임차보증금 반환 불가라는 객관적 사건 발생, 임차 계약 당시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의사가 없었던 경우를 전세사기 성립의 기본 요건으로 본다. 여기에 더해 임대인이 적극적으로 기망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자기자본이나 특별한 수익이 없이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다수 주택을 무리하게 매입하는 등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토위 소위에서 밝혔다.

이미 법원은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받을 때부터 돌려주지 않겠다는 고의를 갖지 않았더라도 나중에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줄 수 있겠다는 것을 감지했다는 게 인정되면 사기죄 유죄 판결을 내리고 있다.

무자본 갭투자로 전국에 오피스텔과 빌라 3400여 채를 사들여 이른바 ‘빌라의 신’으로 불린 전세사기 일당 3명은 지난달 25일 1심 법원에서 각각 징역 5∼8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무자본 갭투자 수익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어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 세금 납부나 전세보증금 반환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이 없었고 임대차계약이 끝난 뒤 반환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전세 계약 후 부동산 세금이 급격히 증가하고 경기가 악화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국회 국토위원들은 무자본 갭투자 피해자까지 특별법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에는 긍정적이지만, 어디까지 사기 행위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경계선 설정에 고심 중이다. 국토부에 설치되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판단에 따라 피해자 인정 요건 기준이 달라지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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