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1년 지나니 “회사 옮겼습니다. 갈아타시죠?”
[보험시장, 올해도 'GA천하'] ② GA시장 규모·영향력 모두 상승
불판율 줄었지만 ‘부정영업 여전’ 지적
시스템으로 건전영업문화 만들어야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법인보험대리점(GA)이 국내 보험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지만 급격한 성장세 속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어 우려가 커진다. 설계사 정착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GA와 설계사들의 부정영업 불씨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배상책임제를 강화해 결국 GA에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전영업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급속 성장 뒤 ‘부작용’…소비자보호 안전한가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을 말한다. 보통 자사 상품만 팔 수 있는 보험사에 비해 GA설계사는 여러 상품을 취급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GA들은 지난 몇년간 보험사 대비 높은 수수료율 지급 등 보험사보다 유리한 근무조건을 내세우며 설계사를 대거 늘리는 추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GA업체는 2005년 3005개에서 2021년 4444개로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설계사 100인 이상 중대형GA는 44개에서 178개로 4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기준 GA가 상품을 판매하고 보험사로부터 거둔 수수료 수입은 약 7조1000억원으로 매년 상승 추세다. 판매에만 집중할 수 있는 GA채널에 보험사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보험사의 자회사형GA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GA의 성장 과정에서 부작용도 포착된다. 설계사가 크게 증가한 만큼 GA의 부정영업도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이 금융사에 내린 제재 건수는 총 179건이다. 이중 GA 관련 제재 건수는 52건을 차지하며 전체 37%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1월 1일부터 지난 5월 8일까지 총 제재 건수 97건 중 GA 제재가 절반 수준(48건)을 기록했다. 약 4개월 만에 지난해 GA 총 제재 건수에 육박한 셈이다.
제재 내용은 대부분 부정영업을 진행한 GA 소속 보험설계사 혹은 해당 대리점에 대한 징계다. 징계 내용을 보면 설계사들은 주로 보험금 부정 편취에 대한 내용이 많았고 대리점은 부정 수수료(시책) 지급 등이 문제가 됐다.
잦은 이직으로 인한 GA설계사 정착률 하락도 문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GA설계사의 정착률(13회차)은 2016년 70.3%에서 2021년 51.6%로 크게 낮아졌다. GA설계사 2명 중 1명은 계약 체결 후 1년 이내 다른 곳으로 이직하거나 퇴사했다는 얘기다. 보험 계약의 특성상 대체로 수십년 이상을 내다보고 설계사와 계약하는 소비자가 많은데 1년만 지나면 담당 설계사가 사라지는 셈이다.
GA설계사들의 정착률이 낮은 것은 업체간 수수료 경쟁 때문이다. GA는 설계사 수가 곧 매출로 직결되다보니 연중 리쿠르트(채용)를 실시한다. 이때 우수 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해 파격적인 수수료율을 제시하곤 한다.
낮은 정착률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설계사들이 다른 회사 이직 때 고객에게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보험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승환계약’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때 무리한 보험 리모델링으로 환급금 피해를 입는 고객이 많다. 설사 계약을 해지하지 않더라고 해당 GA에서 계약한 소비자들은 설계사가 사라지면서 ‘고아계약자’로 전락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는 과도한 수수료율 책정으로 더 높은 매출을 설계사들에게 원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결국 부정영업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시스템 하에서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내부통제·배상책임 등 시스템 필요” 지적
GA업계는 ‘일부 설계사들의 일탈에 일일이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GA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내린 제재와 관련된 부정행위는 대부분 4~5년 전 발생한 일”이라며 “최근에는 GA 내부통제 강화로 이런 부정행위가 상당 부분 근절됐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로 대표되는 대면채널이 장기적으로 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GA업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GA업계의 규모와 위상이 이전과 달라진 만큼 보다 책임있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GA소속 설계사 수는 25만명에 육박하며 보험사 소속(16만명)을 뛰어넘는 등 사실상 설계사 대표 채널이 됐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도입되려 하자 GA설계사들이 거리로 나서며 대면채널 지키기에 발 벗고 나선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의 규모와 영향력이 커진만큼 소수 설계사의 부정행위도 제대로 관리하고 단속할 책임이 있다”며 “과거처럼 일은 저지르고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시절의 GA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소형GA에도 내부통제기준을 더욱 강화해 시스템적으로 GA설계사들의 부정행위를 줄여야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2021년 9월부터 5인 이상 GA를 대상으로 금융소비자보호 표준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지난 2018년 GA 불완전판매율은 생명손해보험 합쳐 평균 0.35%였지만 지난해에는 0.04%까지 하락했다. 다만 5인 이하 소형GA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가 없어 상대적으로 불완전판매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또한 금융당국은 최근 GA업계의 달라진 규모와 시장영향력을 감안해 올해 ‘GA 판매책임 강화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GA 소속 설계사의 부당행위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해당 GA가 직접 판매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이와 관련 GA업계는 ‘자신들보다 영향력이 큰 보험사도 배상책임을 진 적이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어 관련 제도 도입을 두고 마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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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 성장 뒤 ‘부작용’…소비자보호 안전한가
GA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을 말한다. 보통 자사 상품만 팔 수 있는 보험사에 비해 GA설계사는 여러 상품을 취급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은 편이다. GA들은 지난 몇년간 보험사 대비 높은 수수료율 지급 등 보험사보다 유리한 근무조건을 내세우며 설계사를 대거 늘리는 추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GA업체는 2005년 3005개에서 2021년 4444개로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설계사 100인 이상 중대형GA는 44개에서 178개로 4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기준 GA가 상품을 판매하고 보험사로부터 거둔 수수료 수입은 약 7조1000억원으로 매년 상승 추세다. 판매에만 집중할 수 있는 GA채널에 보험사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보험사의 자회사형GA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GA의 성장 과정에서 부작용도 포착된다. 설계사가 크게 증가한 만큼 GA의 부정영업도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이 금융사에 내린 제재 건수는 총 179건이다. 이중 GA 관련 제재 건수는 52건을 차지하며 전체 37%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1월 1일부터 지난 5월 8일까지 총 제재 건수 97건 중 GA 제재가 절반 수준(48건)을 기록했다. 약 4개월 만에 지난해 GA 총 제재 건수에 육박한 셈이다.
제재 내용은 대부분 부정영업을 진행한 GA 소속 보험설계사 혹은 해당 대리점에 대한 징계다. 징계 내용을 보면 설계사들은 주로 보험금 부정 편취에 대한 내용이 많았고 대리점은 부정 수수료(시책) 지급 등이 문제가 됐다.
잦은 이직으로 인한 GA설계사 정착률 하락도 문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GA설계사의 정착률(13회차)은 2016년 70.3%에서 2021년 51.6%로 크게 낮아졌다. GA설계사 2명 중 1명은 계약 체결 후 1년 이내 다른 곳으로 이직하거나 퇴사했다는 얘기다. 보험 계약의 특성상 대체로 수십년 이상을 내다보고 설계사와 계약하는 소비자가 많은데 1년만 지나면 담당 설계사가 사라지는 셈이다.
GA설계사들의 정착률이 낮은 것은 업체간 수수료 경쟁 때문이다. GA는 설계사 수가 곧 매출로 직결되다보니 연중 리쿠르트(채용)를 실시한다. 이때 우수 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해 파격적인 수수료율을 제시하곤 한다.
낮은 정착률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설계사들이 다른 회사 이직 때 고객에게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보험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승환계약’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때 무리한 보험 리모델링으로 환급금 피해를 입는 고객이 많다. 설사 계약을 해지하지 않더라고 해당 GA에서 계약한 소비자들은 설계사가 사라지면서 ‘고아계약자’로 전락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는 과도한 수수료율 책정으로 더 높은 매출을 설계사들에게 원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결국 부정영업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시스템 하에서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내부통제·배상책임 등 시스템 필요” 지적
GA업계는 ‘일부 설계사들의 일탈에 일일이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GA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내린 제재와 관련된 부정행위는 대부분 4~5년 전 발생한 일”이라며 “최근에는 GA 내부통제 강화로 이런 부정행위가 상당 부분 근절됐다”고 강조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로 대표되는 대면채널이 장기적으로 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GA업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GA업계의 규모와 위상이 이전과 달라진 만큼 보다 책임있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GA소속 설계사 수는 25만명에 육박하며 보험사 소속(16만명)을 뛰어넘는 등 사실상 설계사 대표 채널이 됐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도입되려 하자 GA설계사들이 거리로 나서며 대면채널 지키기에 발 벗고 나선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GA의 규모와 영향력이 커진만큼 소수 설계사의 부정행위도 제대로 관리하고 단속할 책임이 있다”며 “과거처럼 일은 저지르고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시절의 GA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소형GA에도 내부통제기준을 더욱 강화해 시스템적으로 GA설계사들의 부정행위를 줄여야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2021년 9월부터 5인 이상 GA를 대상으로 금융소비자보호 표준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지난 2018년 GA 불완전판매율은 생명손해보험 합쳐 평균 0.35%였지만 지난해에는 0.04%까지 하락했다. 다만 5인 이하 소형GA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가 없어 상대적으로 불완전판매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또한 금융당국은 최근 GA업계의 달라진 규모와 시장영향력을 감안해 올해 ‘GA 판매책임 강화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GA 소속 설계사의 부당행위를 실질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해당 GA가 직접 판매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이와 관련 GA업계는 ‘자신들보다 영향력이 큰 보험사도 배상책임을 진 적이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어 관련 제도 도입을 두고 마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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