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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마저 상쾌해지는 봄향취 그득한 충북 옥천의 ‘봄길’과 ‘물길’

화인산림욕장·수생식물학습원 봄날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
화인산림욕장…50만㎡에 달하는 인공숲
‘천상의 정원’ 별칭 붙은 수생식물학습원

메타세쿼이아, 니까다솔, 낙엽송, 잣나무 등 10만 그루의 굵은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화인산림욕장. 


[글·사진 강경록 이데일리 기자] 충북 옥천은 ‘봄길’과 ‘물길’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안남면과 안내면 사이에 자리한 여수울산(235m)에는 인공시설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산림욕장을 만날 수 있어 봄 향취를 더한다. 숲 곳곳에 나무가 살아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고 숲이 주는 상쾌한 공기에 마음마저 시원해져 온다. 여기에 국내에서 3번째로 큰 대청호 한복판에 아름다운 호수정원 위에 자리 잡은 천상의 정원까지 이르는 여정은 호젓한 봄날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10만 그루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화인산림욕장’

여수울 산자락에 거대한 숲이 자리하고 있다. 숲의 이름은 화인산림욕장. 규모만 50만㎡에 달하는 인공숲이다. 메타세쿼이아, 니까다솔, 낙엽송, 잣나무 등 무려 10만 그루의 굵은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한창 봄이 무르익는 시기에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하게 걷기 좋은 숲길이다. 여기에 수십만 그루의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그리고 새소리, 물소리까지. 이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답답했던 마음도 저절로 비워진다. 

이 숲을 가꾼 이는 옥천 출신 사업가인 정홍용(79) 씨다. 그는 이 숲을 무려 50년간 정성으로 일궜다. 그가 손을 대기 전까지는 인근 3개 마을이 공동 소유했던 산이었다. 당시 마을 사람들은 전기를 들이기 위해 산을 팔기로 했고, 그것을 1975년 정 씨가 사들였다. 이후 정 씨는 틈틈이 고향 땅으로 내려와 나무를 심고, 숲을 가꿨다. 그리고 지난 2013년 일반인에게 수십 년간 베일에 싸였던 숲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내비게이션에 화인산림욕장을 검색하고 찾아간다. 찾아가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점점 오지로 들어간다. 겨우겨우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매표소에서 표를 산 후 산림욕장으로 들어간다. 매표소 조금 오르면 오르는 길(1481m)과 내려오는 길(2525m)로 길이 나뉜다.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본격적인 숲 탐방에 나선다. 오르고 내려오는 길은 두세 번 쉬며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히 산림욕장을 걸을 수 있다. 

산림욕장 입구부터 하늘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로 가득하다. 사실 이곳은 국내 최대 메타세쿼이아 군락지다. 정 씨는 이곳에다 3만 5000여 그루의 메타세쿼이아를 심었는데, 약 1만여 그루만이 살아남아 지금의 숲을 이뤘다.

숲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시원하다. 메타세쿼이아 숲 그늘이 하늘을 덮고 있어서다. 한낮에도 햇빛보다는 나무 그늘이 온몸을 감쌀 정도로 나무가 빼곡하다. 산허리를 감고 이어지는 숲길 내내 피톤치드의 향기도 출렁거린다. 조금 더 오르니 소나무 숲과 참나무와 밤나무, 편백 숲도 반긴다. 산 정상에는 산 너머로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옥천의 들은 가슴까지 시원하게 한다.

황강리층 변성퇴적암 바위 주변에 조성한 ‘천상의 바람길’


자연 생태보전의 파수꾼 ‘수생식물학습원’

군북면 대청호 언저리. 이곳에 죽어가는 물을 살려내고 정화하는 자연 생태보전의 파수꾼 ‘수생식물학습원’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바위 벼랑을 이룬 호반을 따라 조성한 아름다운 정원과 건물의 모습에 ‘천상의 정원’이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이곳은 놀이동산이나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다. 수생식물을 재배, 번식시켜 보급하는 것은 물론 수생식물을 통한 ‘물 사랑’의 현장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모든 수생식물과 열대지방의 대표적인 수생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2003년부터 5가구의 주민들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이들은 이곳에다 수련농장과 수생식물 농장, 온대수련 연못, 매실나무 과수원, 잔디광장, 산책로 등을 조성했다.

수생식물원의 입구 계단에 올라서니 매표소가 나타난다. 사전 예약제로 윤영하는 곳이라 방문하기 전 예약해야 한다. 매표소 바로 앞은 ‘좁은 문’이 맞이한다. 이곳을 통과하면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로 이어진다. 길을 나오자 검은색 거대한 바위가 시선을 잡는다. 황강리층 변성퇴적암이라는 바위로, 수십만 년 전 바다 깊은 곳에 있던 것이다.

바위 주변은 ‘천상의 바람길’을 조성했다. 이곳에서는 되도록 걸음을 늦춰야 한다. ‘여기서부터는 거북이처럼 걸으세요’ ‘바람보다 앞서가지 마세요’ ‘바람이 주인이다’ 등의 팻말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늦추게 한다. 이 길을 끝까지 가면 대청호가 눈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자연에 몸을 낮추게 되는 순간이다.

천상의 정원 맞은편 언덕에는 유럽의 고성을 연상케 하는 ‘달과 별의 집’이 있다. 이곳과 가까운 부소담악처럼 대청호를 향해 뻗어 있는, 직벽 위 천상의 정원이 아찔하다. 바위 색깔에 맞춰 튀지 않게 진회색 벽돌로 지어져 유럽 중세의 고성(古城)을 보는 듯 이국적이다. 건물 꼭대기에 성탑 전망대가 있다. 좁고 가파른 철제 사다리를 아슬아슬 딛고 올라서면 대청호와 학습원의 전경이 한눈에 담긴다. 다만, 최근에는 안전 문제로 입구를 잠가놓았다.

아찔한 벼랑 위 산책로를 지나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을 만난다. 4~5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작다. 십자가를 품은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대청호의 그림 같은 풍광은 넓고 장쾌하다. 정원 내 전체 산책 코스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호수를 끼고 걷다가 군데군데 조망의 공간에서 바라보는 대청호의 풍경이 위안을 건넨다.

4~5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작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모락모락 추억이 피어나는 ‘물쫄면’

옥천읍 중앙로에는 있는 ‘풍미당’. 오래된 동네 빵집 같은 이름이지만 사실 이 집은 옥천에서는 누구나 아는 동네 분식집이다. 충청도만의 독특한 물쫄면으로 오랜 세월 옥천 토박이에게 사랑받고 있다.

물쫄면에는 유부, 다진 고기, 파, 김 가루, 메추리알 등이 면 위에 올라가 있다. 먼저 면 위에 올려진 양념장을 골고루 풀어준다. 육수에서는 쑥갓의 향긋함과 멸치의 구수함이 느껴진다. 야들야들하게 풀린 계란지단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쫄면의 면발은 흔히 생각하는 비빔 쫄면보다 부드럽다. 면은 뜨끈한 육수에 푹 담겨 있어서 그런지 부드럽다. 부들부들한 면은 치아로 쉽게 끊어질 정도다. 쫄면 특유의 쫄깃함은 사라졌지만, 이상하게 맛있다. 그래도 우동면보다는 쫄깃하다. 소면과 쫄면, 그 사이 정도다. 면을 자르지 않고 먹어야 더 맛있다는 게 주인장의 설명이다. 소박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맛이다.

옥천에서는 누구나 아는 동네 분식집 풍미당의 물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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