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10원? 질 높이려면 ‘유료화’ 해야
[새로운 리서치가 온다]②
올해 증권사 매도 보고서 단 3건
독립리서치 전성시대…공개 저격도
저평가 종목 발굴 등 양질의 콘텐츠 고민
“애널리스트가 밧데리 아저씨 역할 해야”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팔아라’ 의견을 내기 힘든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달리 다양한 의견을 내는 독립리서치 회사들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전통 증권사엔 없는 종목 보고서를 내는가 하면 독점 유통 구조를 직접 지적하기도 한다.
독립리서치 회사들이 적극적인 의견을 내고 있지만,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았다. 다만 애널리스트 자체의 위상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보고서 유료화와 좋은 콘텐츠 생산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를 통해 보고서를 제공하는 독립리서치 회사는 밸류파인더, 아이브이리서치, 퀀트케이, 한국IR협의회, 한국금융분석원, CTT리서치, FS리처시 등 총 8곳이다. 이외에도 리서치알음 등 다양한 독립리서치 회사가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나온 증권사 보고서 6696개(9일 기준) 중 매수 의견은 5583개다. 반면 중립 의견은 372개, 매도 의견은 3개, 비중 축소 의견은 2개에 불과했다. 발간된 보고서 가운데 매수 리포트 비율은 83.37%에 달했지만 매도 의견은 0.04%에 그쳤다.
증권사에서 ‘매수’ 일색인 보고서를 내는 상황이다 보니 아쉬움을 느낀 독립리서치 회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독립리서치는 자유로운 의견을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쉽게 낼 수 없는 ‘하락 보고서’를 내거나 증권사에서 다루지 않는 스몰캡(중소형주) 종목 등에 집중하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이해 관계 등으로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자체의 위상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IB(투자은행), 채권, IPO(기업공개) 등 주요 수익을 담당하는 부서에 비해 ‘무수익’ 부서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이에 애널리스트의 위상을 되찾고 양질의 보고서를 위해 현 상황을 지적하는 독립리서치 회사도 등장했다. 리서치알음은 지난 3일 ‘길바닥에 떨어진 10원짜리보다 못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양질의 보고서 생산을 위해선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유료화하고 에프앤가이드의 독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는 “리서치센터가 고비용 무수익 부서라는 오명이 생겨난 본질적 이유는 무료로 발간되는 보고서 때문”이라면서 “보고서 열람에 1만원이 책정되더라도 많은 투자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양질의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보고서가 유료화되면 매도 보고서는 물론 중소형주 발굴이 늘어나면서 누가 능력 있는 애널리스트인지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리서치센터도 저평가 종목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최 대표는 “리서치 자료가 나오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고점’과 ‘매도 신호’라는 인식이 강한데 개인 투자자들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는 다 오른 종목을 고점에서 리포팅할 것이 아니라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야 한다”면서 “밧데리 아저씨 등 개인들이 열광하는 주식 시장의 리더들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애널리스트들이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에프앤가이드의 독점 구조를 지적했다. 에프앤가이드는 2018년 와이즈에프앤을 흡수 합병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보고서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의 수익 배분 비율을 올려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국내 한 중형 증권사가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지난 3년 간 수취한 수익이 800만원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클릭 당 수익은 평균 10원에도 미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독립리서치 제도화? 수익성 확보와 좋은 기업 발굴이 우선
투자자들의 시선도 중요하다. 다양한 보고서가 나오기 위해선 애널리스트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투자자들의 항의에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가 삭제되기도 했다. 삭제됐지만 보고서를 낸 이후 주가가 하락하자 오히려 주목받았다. 지난 2021년 BN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상장을 앞두고 매도 보고서를 발행했다. BNK투자증권은 당시 카카오뱅크 목표 주가를 공모가(3만9000원)보다 낮은 2만4000원에 제시했다. 상장 기대감이 크던 터라 낮은 주가에 대한 항의가 컸지만 주가가 1년 뒤 급락하자 재평가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2차전지나 바이오 등 관심이 높은 종목들은 리포트를 내기만 해도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소신껏 보고서를 작성해도 심리적 고충이 뒤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올해 투자자들의 불신 등을 막기 위해 독립리서치 제도화를 주된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시기나 구체적인 방안은 요원한 상태다.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분류된 독립리서치를 제도권에 편입하려면 시행령을 고쳐야 하는 등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독립리서치 회사도 적당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당장은 수익성 확보와 시장 성장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한 독립리서치 관계자는 “신뢰성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추후엔 제약이 많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면서 “대부분의 독립리서치사들의 고민은 장기적인 수익성과 좋은 콘텐츠 생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환 FS리서치 대표는 “이미 시장엔 제도권이 아니어도 가치 투자 연구, 종목 분석 등 보고서를 제공하는 독립리서치가 굉장히 많다”면서 “자유로운 의견을 내고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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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리서치 회사들이 적극적인 의견을 내고 있지만,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았다. 다만 애널리스트 자체의 위상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보고서 유료화와 좋은 콘텐츠 생산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를 통해 보고서를 제공하는 독립리서치 회사는 밸류파인더, 아이브이리서치, 퀀트케이, 한국IR협의회, 한국금융분석원, CTT리서치, FS리처시 등 총 8곳이다. 이외에도 리서치알음 등 다양한 독립리서치 회사가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나온 증권사 보고서 6696개(9일 기준) 중 매수 의견은 5583개다. 반면 중립 의견은 372개, 매도 의견은 3개, 비중 축소 의견은 2개에 불과했다. 발간된 보고서 가운데 매수 리포트 비율은 83.37%에 달했지만 매도 의견은 0.04%에 그쳤다.
증권사에서 ‘매수’ 일색인 보고서를 내는 상황이다 보니 아쉬움을 느낀 독립리서치 회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독립리서치는 자유로운 의견을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쉽게 낼 수 없는 ‘하락 보고서’를 내거나 증권사에서 다루지 않는 스몰캡(중소형주) 종목 등에 집중하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이해 관계 등으로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자체의 위상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비용이 많이 들지만 IB(투자은행), 채권, IPO(기업공개) 등 주요 수익을 담당하는 부서에 비해 ‘무수익’ 부서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이에 애널리스트의 위상을 되찾고 양질의 보고서를 위해 현 상황을 지적하는 독립리서치 회사도 등장했다. 리서치알음은 지난 3일 ‘길바닥에 떨어진 10원짜리보다 못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양질의 보고서 생산을 위해선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유료화하고 에프앤가이드의 독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는 “리서치센터가 고비용 무수익 부서라는 오명이 생겨난 본질적 이유는 무료로 발간되는 보고서 때문”이라면서 “보고서 열람에 1만원이 책정되더라도 많은 투자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양질의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보고서가 유료화되면 매도 보고서는 물론 중소형주 발굴이 늘어나면서 누가 능력 있는 애널리스트인지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리서치센터도 저평가 종목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최 대표는 “리서치 자료가 나오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고점’과 ‘매도 신호’라는 인식이 강한데 개인 투자자들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는 다 오른 종목을 고점에서 리포팅할 것이 아니라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야 한다”면서 “밧데리 아저씨 등 개인들이 열광하는 주식 시장의 리더들이 나오고 있는데 사실 애널리스트들이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에프앤가이드의 독점 구조를 지적했다. 에프앤가이드는 2018년 와이즈에프앤을 흡수 합병하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보고서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의 수익 배분 비율을 올려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국내 한 중형 증권사가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지난 3년 간 수취한 수익이 800만원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클릭 당 수익은 평균 10원에도 미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독립리서치 제도화? 수익성 확보와 좋은 기업 발굴이 우선
투자자들의 시선도 중요하다. 다양한 보고서가 나오기 위해선 애널리스트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투자자들의 항의에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가 삭제되기도 했다. 삭제됐지만 보고서를 낸 이후 주가가 하락하자 오히려 주목받았다. 지난 2021년 BN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상장을 앞두고 매도 보고서를 발행했다. BNK투자증권은 당시 카카오뱅크 목표 주가를 공모가(3만9000원)보다 낮은 2만4000원에 제시했다. 상장 기대감이 크던 터라 낮은 주가에 대한 항의가 컸지만 주가가 1년 뒤 급락하자 재평가받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2차전지나 바이오 등 관심이 높은 종목들은 리포트를 내기만 해도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소신껏 보고서를 작성해도 심리적 고충이 뒤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올해 투자자들의 불신 등을 막기 위해 독립리서치 제도화를 주된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시기나 구체적인 방안은 요원한 상태다.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분류된 독립리서치를 제도권에 편입하려면 시행령을 고쳐야 하는 등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독립리서치 회사도 적당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당장은 수익성 확보와 시장 성장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한 독립리서치 관계자는 “신뢰성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추후엔 제약이 많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면서 “대부분의 독립리서치사들의 고민은 장기적인 수익성과 좋은 콘텐츠 생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환 FS리서치 대표는 “이미 시장엔 제도권이 아니어도 가치 투자 연구, 종목 분석 등 보고서를 제공하는 독립리서치가 굉장히 많다”면서 “자유로운 의견을 내고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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