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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도 ‘비대면’으로…분산형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발표 임박

ARICTT, 분산형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완성
전자동의서 및 참여자 모집 관련 지침 담겨
“연내 식약처 승인 기대”…규제 개선은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임상시험규제혁신(ARICTT) 협의체를 중심으로 개발 중인 분산형 임상시험(DCT) 가이드라인을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비대면 임상시험의 토대가 될 지침이 곧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기업들이 국내에서도 분산형 임상시험(DCT)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가이드라인을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하는 동안 국내에서도 비대면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진행된 데 따른 조치다.

12일 식약처에 따르면 임상시험규제혁신(ARICTT) 협의체는 분산형 임상시험을 국내 도입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미 완성했고, 현재 세부적인 지침을 만드는 단계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임상 참여자가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도 PC나 모바일로 (임상 참여) 동의를 하는 내용과, 디지털 방식으로 임상 참여자를 모집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이 담겨 있다”며 “분산형 임상시험의 모든 범위를 다루진 않았지만, 국내 기업들이 분산형 임상시험을 시도할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ARICTT 협의체를 이끌고 있는 서울대 의과대학 임상약리학교실의 오재성 교수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 코리아 2023’(BIO KOREA 2023)에서 전날 이코노미스트와 만나 “북미와 유럽의 규제기관이 발표한 분산형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을 고려해 국내 상황에 맞게 (가이드라인을) 완성했다”며 “현재 전자동의서(eConsent)와 대상자 모집 방법 등 세부적인 지침을 작업 중이며, 올해 안으로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공포할 예정”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비대면 임상 확대

분산형 임상시험은 임상 참여자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임상시험은 전통적으로 임상 참여자가 임상 기관을 방문해야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기점으로 비대면 방식의 분산형 임상시험이 확대됐다. 식약처는 ARICTT 협의체를 통해서 분산형 임상시험 중 규제 개선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를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준비해 왔다. 올해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분산형 임상시험에 이목이 쏠린 건 모더나가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라는 차세대 모달리티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면서다. 모더나는 정보기술(IT) 기업인 메디데이터의 클라우드 솔루션을 백신 개발에 활용했고, 이를 통해 3달 만에 3만명의 임상 참여자를 모집했다. mRNA 플랫폼 자체도 의약품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분산형 임상시험이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히 개발하는 데 제 역할을 했다.

실제 북미와 유럽 등에선 많은 임상 데이터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수집되고 있다.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10년 전까지만 해도 임상 데이터의 75%를 연구자가 수집했으나, 최근에는 이 비중이 25%로 줄어들었다. 해외 여러 지역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이미 임상 현장 곳곳에 스며들어 연구자가 정확한 데이터를 편하게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제롬 아르멜리니 아이큐비아 아시아 임상 개발 및 운영 부문 헤드 [사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전문가들은 분산형 임상시험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제도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제롬 아르멜리니 아이큐비아 아시아 임상 개발 및 운영 부문 헤드는 바이오 코리아 2023 연자로 참여해, ‘분산형 임상시험 트렌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분산형 임상시험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당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분산형 임상시험 자체가 해당 국가의 기술 발전 수준이나 규제, 제도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임상과 보안 등 다양한 분야의 법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개선 필요…정부, 가이드라인 마련 박차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등 특정 분야의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데 한해 비대면 임상시험을 일부 허용하고 있다. 임상시험의 모든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는 없으며, 분산형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분야도 제한적이다. 분산형 임상시험이라면 임상 참여자가 전자동의서로 임상시험에 등록하고 집에서 약물을 배송받아 실시간으로 임상 기관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이같이 분산형 임상시험은 원격 진료나 의약품 배송과도 관련돼 있어,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식약처가 올해 발표할 가이드라인에도 규제 개선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의 내용이 주로 담길 예정이다. 제도적으로 협의가 필요한 분야는 보건복지부(복지부)가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규제 개선이 필요한 분야는 관련 부서와 협력해 별도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다만 우선 추진할 수 있는 항목에 대해선 3년에 걸쳐 비대면 임상시험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분산형 임상시험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다. 덴마크와 미국은 2021년 분산형 임상시험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스웨덴과 스위스, 중국, 일본 등에서도 기업들이 분산형 임상시험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와 지침을 만드는 모습이다.

분산형 임상시험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데 참여하고 있는 한 의료계 관계자는 규제 개선과 관련해 “사실 임상과 의료를 별개로 본다면 해결될 일”이라면서도 “임상시험에선 주로 의료진이 연구 목적으로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물질을 다루고 있어, 의료법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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