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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IPO’ 기업들의 ‘엇갈린 운명’…옥석 가리는 투자자들

모니터랩·트루엔, 수요예측 1600~1700대 1 경쟁률로 흥행
씨유박스는 84 대 1, 공모가 하단 범위에도 못 미쳐
업계 경쟁사 많고, 5월에 기업 몰려 눈치싸움 실패 요인도

기업공개(IPO) 시장도 미지근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도 뚜렷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채영 기자]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조 단위 ‘대어급’ 실종으로 미지근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뚜렷해지며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IPO 모니터링이 강화로 증권신고서 정정 사례가 속출하며 이달에만 9개 기업이 상장에 나서는데 투자자들의 엇갈린 투자심리에 기업들이 수요예측에서 상반된 성적표를 받고 있다. 

모니터랩, 일반청약 경쟁률 올해 ‘역대 최대’ 기록…트루엔도 흥행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모니터랩은 지난 3~4일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희망범위(7500~9800원) 상단인 9800원으로 확정했다. 총 1823개 기관이 참여하며 최종 경쟁률은 1715.4대 1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진행된 IPO 시장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로, 유아 가구 전문기업 꿈비(407400)(1773 대 1)는 3개월 만에 1등 자리를 내줬다. 

2005년 설립된 모니터랩은 웹 방화벽이 주력 제품인 보안 전문 기업이다.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보안 서비스인 ‘아이온클라우드(AIONCLOUD)’가 주요 제품이다. 주된 수입원은 네트워크 보안 분야에서 발생하지만 공모 과정에서는 클라우드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업가치 산출 과정에서 오는 2025년 클라우드 관련 매출 비중이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가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은 141억 원, 영업이익이 11억 원인데 회사는 2025년까지 매출을 3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세카스 시장이 최근 5년간 연평균 25% 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점 등 모니터랩의 높은 성장성이 투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모니터랩은 인터넷 트래픽 급증에 유동적으로 대처 가능한 클라우드 보안 기술 보유로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가 가능하다”며 “다만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서버 투자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 등이 있다”고 평가했다.

안재천 트루엔 대표이사. [사진 트루엔]
인공지능(AI) 영상감시 솔루션 전문기업 트루엔도 일반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8~9일 이틀 간 일반투자자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진행한 결과 1481.84대 1의 최종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증거금 약 5조5569억원을 모았다.

앞서 트루엔은 지난달 27일과 28일 양일간 기관투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도 경쟁률 1688.87대 1을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회사는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공모가를 희망범위(1만~1만2000원) 최상단인 1만2000원으로 확정했다.

트루엔은 글로벌 영상감시 시장의 빠른 확장 속도를 기회 요인이라 보고, 엣지 AI(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상장 후 지속 성장을 이룬다는 목표다. 다양한 사업 영역에 적용 가능한 고도화된 영상감시 솔루션을 통해 시장 다각화를 이루는 동시에 해외 거점을 활용한 신규시장 확대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강경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루엔은 엣지 AI 카메라, IP 카메라(디지털 카메라), 영상 스트리밍솔루션 등 공공분야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공공시장 내 AI 카메라 적용 증가에 따른 수혜가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씨유박스는 두 자릿수 경쟁률에 그쳐…공모일정 겹치면 눈치싸움 불가피

같은 기간 수요예측을 진행한 씨유박스는 경쟁률이 두 자릿수에 그쳤다. 총 578개 기관이 참여해 8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부분 하단 이하로 가격을 써내며 최종 공모가는 주당 1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공모가 범위(1만7000~2만3200원) 하단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참여 건수 기준 약 72%가량이 밴드 하단인 1만7200원 미만의 가격을 써냈다. 

업계에선 시장 상황의 차이가 희비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니터랩은 사이버 보안 업계에서 독보적인 클라우드 보안 경쟁력을 보유했지만, 씨유박스는 주력 부문인 얼굴 인식 시스템 분야에 국내외 경쟁사가 다수 존재해 기관들의 참여가 낮았다는 분석이다. 

씨유박스와 모니터랩의 사례처럼 최근 IPO를 예고한 기업들의 공모일정이 겹치면 투자자 모집을 둘러싼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와인수입사 나라셀라와 친환경 마감재 기업 진영이 오는 22~23일, 백신개발 전문업체 큐라티스와 화장품 기업 마녀공장 25~26일로 각각 청약 날짜가 겹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5월에만 9개 기업 상장이 예정돼있는 가운데 중소형 IPO도 종목별로 옥석 가리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오는 7월부턴 ‘뻥튀기 청약’도 제재될 것으로 예고돼 공모 타이밍에 대한 기업들의 눈치싸움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 예정 기업들의 엇갈린 성적표를 두고 “증권 시장의 불안함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4월의 국내 IPO 시장은 대어급 및 일부 종목의 공모 지연 등에 따라 이달 기관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이 제한적인 것도 특정 기업의 낮은 경쟁률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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