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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사업재편?…‘새 리더십’ 맞이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숙제

수익성 악화일로…클라우드 사업 중심으로 ‘반전’ 노려
2022년 영업손실 1406억원…이경진 신임 대표에 쏠린 눈
“클라우드 본질에 집중하는 기술 기업의 면모 보일 것”

이경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신임 대표이사. [사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했다. 카카오 사내 조직 ‘AI 랩’(AI Lab·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전신)부터 분사 후 4년간 회사를 이끈 백상엽 전 대표가 ‘수익성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한 데 따른 변화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17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클라우드부문장인 이경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신임 대표가 이끄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조직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구조조정 불안감을 해결해야 한다. 백 전 대표는 지난 12일 사내 공지를 통해 “성장성과 투자 가치가 높은 클라우드 사업을 중심으로 회사 전체를 개편하는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상대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비핵심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철수·매각·양도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이 대외에 알려지자, 업계 일각에선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구조조정을 통해 클라우드 부문만 남기고 대다수 사업을 철수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4일 카카오가 2023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일부 사업 정리’를 시사했다는 점과 맞물리며 이 같은 견해에 힘이 실렸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어진 콘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을 통해 “현재 카카오 공동체 전체적으로 비용을 더욱 효율화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라며 “일부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실적은 악화일로다. 회사의 매출은 분사 시점인 2019년 48억원에서 2022년 1633억원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영업손실도 이 기간 지속해 늘어났다는 점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분사 후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올리지 못했다. 2019년 48억원이던 영업손실 규모는 2022년엔 1406억원으로 확대됐다. 비교적 수익성을 확보한 클라우드 외 대다수 사업을 철수하고, 임의적인 해고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단 분석에 힘이 실린 이유다. 상당수 인력이 카카오 그룹 내 다른 자회사로 전환 배치될 수 있단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이 신임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이 같은 대외 인식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구성원 해고, 사옥 매각 등은 명확히 정해진 바가 없다”고 했다. 그는 “기존 사업을 접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고객과 사업을 지속하며 수익률을 맞추기 위한 조직 개편이지, 구조조정은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하는 단계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만 클라우드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한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했다. 그는 “기존 사업들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점검하면서 클라우드 비즈니스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현안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하고 고객과의 약속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시장의 클라우드 전환율은 20~30%밖에 되지 않는다”며 해당 사업을 통해 성장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약 20년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시스템을 완벽하게 격리해 운영가능한 가상프라이빗클라우드(VPC) ▲온프레미스 네트워크를 상호 연결하는 데 사용하는 네트워크 전송 허브인 TGW(Transit Gateway)과 멀티 가용영역(AZ) 개발을 주도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합류하기 전 클라우드 및 빅데이터 머신러닝 전문기업 엑슨투를 창업한 바 있다. 2022년 1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엑슨투를 인수합병한 후 클라우드 개발·전략·인프라·디지털전환(DX) 등 총 4개 부문을 총괄해 왔다.

이 대표는 “클라우드는 미래 성장 동력이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차질 없는 수행,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 클라우드 본질에 집중하는 기술 기업의 면모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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