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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무역 장벽…한국 거쳐 미국 가는 中 제품, 잘못하면 관세 폭탄

美, 우회 조사 강화
일부 제품, 한국이 중국산 경유지 판단
반덤핑‧상계관세 대상 될 수도

부산항 신선대·감만 부두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미국이 한국을 거쳐 자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면서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에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미국은 상당수 중국산 소재로 사용해 생산한 제품을 반덤핑‧상계관세 조치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데, 사실상 중국 제품으로 인정하는 제품을 ‘우회’ 수출했다고 판정이 나면 관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8일 발표한 ‘미국 우회 조사의 급증과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미국의 신규 우회 조사는 26건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이 가운데 중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17건으로 가장 많았다. 유형별로는 제3국 조립·완성이 22건을 차지했다. 한국산 철강 제품이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3건에 대해서도 우회 조사가 이뤄졌다.

주목할 점은 중국을 대상으로 이뤄진 17건의 우회 조사 가운데 1건이 한국을 경유지로 지목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산 알루미늄 포일에 반덤핑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이 제품이 한국을 경유하면서 반덤핑 조치를 회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조사하고 있다.

반덤핑 조치란 국내 가격보다 싸게 물건이 수입될 경우 해당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입 제품에 더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을 말한다. 상계관세란 정부 보조금을 받는 등 특정 기업이나 산업이 혜택을 받고 생산한 제품을 수출할 때, 해당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두 조치 모두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이는 보호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재편 등 중국을 견제하며 미국 중심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북미 지역에서 제작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 정책을 들여다보면, 그중 절반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나머지 절반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하고 가공한 핵심 광물을 4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우회덤핑방지제도 도입 검토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연구’등 통상 관련 분야 연구 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반덤핑을 피하기 위해 생산 방식나 물품을 살짝 바꿔 수입하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완성품 대신 부품만 수입해 조립‧판매하거나 제3국에서 부품을 조립해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방법, 재료 일부만 바꾸거나 대형 포장 물품을 소형으로 재포장해 판매하는 방법도 이에 해당한다. 사실상 중국의 우회 수출을 막아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이유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 상무부가 철강·알루미늄 모니터링 시스템 개편을 통해 공급망 추적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 중국산 소재·부품 사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반덤핑·상계관세 조치 대상인 중국산 소재를 사용해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때, 국내에서 중요한 형질변경이나 충분한 부가가치가 발생하지 않으면 우회 수출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와 산업계도 우회 수출 문제와 세계 각국의 보호주의 정책 강화에 따른 대응 전략 마련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글로벌 무역장벽 동향과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현용훈 회계법인 DKC 회계사는 “미국·유럽연합(EU)에서 우회 수출을 규제해 온 것에 이어 최근 호주, 캐나다 등에서도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중간재 수입처 다변화나 반덤핑 대상 품목 수출 시 리스크 대비 등 우리 기업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기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관련해 “우리 기업에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정부와 업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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