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확보나선 무신사·컬리…대어급 IPO 재개할까
자금줄 얼어붙은 가운데, 투자유치 고무적
수익성 개선 과제…“기업가치 제고할 수 있을까”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패션 플랫폼 무신사,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컬리 등이 최근 실탄 확보에 나서며 이커머스업계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다시금 등판할 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 고금리 여파 등으로 국내외 벤처업계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온기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 4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신규투자안을 결의했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회사는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아스펙스캐피털로 각각 1000억원, 200억원을 투자했다.
앵커PE의 경우 2021년 12월 컬리의 기업가치를 4조원 수준으로 보고, 25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컬리의 지분 7.56%를 보유하고 있다. 아스펙스캐피털은 지난해 말 기준 7.7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번 투자유치에서 컬리는 기업가치 2조9000억원 수준을 인정받았다. 2021년 투자유치 당시 보다는 몸값이 다소 줄었다. 하지만 올 1월 컬리가 상장 보류를 공식화하기 전, 업계에서는 컬리의 몸값을 약 1조원 안팎으로 평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다만 수익성 개선에 대한 압박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자를 유치하면서 흑자 전환과 관련한 중요한 옵션계약도 맺어서다. 컬리는 올해 말까지 연결 재무제표상 흑자를 내지 못한다면 전환주식의 전환비율을 기존 1대 1에서 1.85대 1로 상향하겠다는 데 합의했다. 흑자 전환을 하지 못하면 현재 받은 기업가치에서 절반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
2014년 설립된 컬리는 2016년 매출 173억원을 기록한 이후 코로나19기간 비대면 문화 확대로 2021년에는 연매출이 1조561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매출은 2조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30.5% 증가했다.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창사 이래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영업손실은 2016년 88억원에서 2018년 336억원으로 확대됐으며, 2021년엔 2177억원, 지난해엔 2334억원으로 늘었다.
이번 투자를 통해 김슬아 컬리 대표의 지분이 희석된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컬리의 최대주주는 미국 벤처캐피털(VC) 세콰이어캐피털(11.82%)이다. 이어 힐하우스캐피털(10.91%), DST글로벌(9.33%), 아스펙스캐피털(7.78%), 앵커PE(7.56%) 등이 주요 지분을 갖고 있다.
창업자인 김 대표의 지분은 6.25%에 불과하다. 김 대표의 지분율은 2019년 말 10.7%였으나, 외부에서 자금 조달을 계속하면서 2020년 말 6.67%로 줄었다. 2021년 말에는 5.75%까지 감소했으나, 지난해 말 6.25%로 다시 늘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통해 김 대표의 지분이 약 0.3%포인트(p) 희석되면 5% 대로 낮아지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지난해 IPO 추진 과정에서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은 경영권 불안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실제 한국거래소가 상장 심사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컬리는 이번 투자금을 물류 인프라 구축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최근 물류 센터를 전국 단위로 확장하고 있는 컬리는 지난달 경남 창원시에 ‘동남권물류센터’를 개점한 데 이어 이달 중 경기도 평택에 ‘평택물류센터’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컬리의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 범위가 크게 확대되며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노릴 전망이다.
컬리·무신사 IPO 내년 예상…“수익성 개선 과제 풀어야”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컬리의 몸값이 어느 정도 회복될 내년쯤 상장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 연기 발표에서도 컬리는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기한 내 상장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무신사 역시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4000억원을 조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수준인 2000억원가량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서 받는다. 무신사는 KKR 외에도 산업은행과 기존 주주인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무신사는 이번 투자에서 4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2021년 IMM인베스트먼트 후속 투자 당시 2조5000억원으로 책정됐었다.
기업가치 상승은 무신사의 급격한 외형 성장이 기반이 됐다. 무신사는 2021년 투자 유치 이후 여성 패션 플랫폼 ‘스타일쉐어’와 온라인 셀렉트샵 ‘29CM’을 3000억원에 인수하며 고객층을 확대했다. 몸집 불리기에 성공한 무신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7083억원으로 전년 대비 53.5% 성장했다. 하지만 수익성 개선은 무신사에게 큰 과제다. 무신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2억원으로 전년 585억원 대비 95%나 감소했다. 당기순손실 55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무신사의 IPO 시점은 내년으로 점쳐진다. 2019년 미국 세콰이어캐피털로부터 1900억원대 투자를 받았을 당시, 5년 내 IPO 요건이 걸려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IPO를 본격화하기 전까지 수익성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달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신사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 IPO 시점을 보겠다는 정도고, 현재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무신사는 이번 투자유치로 확보한 자금을 발판 삼아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또한 오프라인 확대에 나서고 있는 무신사는 무신사스탠다드, 이구갤러리 등의 공간을 서울 외에 부산·대구 등 지방으로 확대한다. 무신사로지스틱스 신규 물류센터를 오픈해 패션 특화 풀필먼트 서비스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투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금리 인상의 여파로 플랫폼 기업 등 벤처업계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이뤄져 주목받고 있다. 임정욱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 혁신실장은 “지금 펀드조성은 굉장히 많이 돼서 투자자들도 투자를 하기는 해야 한다”며 “기업가치(밸류) 같은 조건이 괜찮으면 투자도 이어지고 IPO도 요새는 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어렵다고 하지만 좋은 기업들에 조금씩 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많이 지원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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