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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반려동물 잡아라’…미래 먹거리된 펫보험

[왜 ‘펫보험’ 주목하나] ① 성장동력 필요한 보험업계…이제 ‘동물’ 공략
증가하는 진료비 속 펫보험 전망 긍정적
진료비수가 문제 등 숙제도 산더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최근 보험업계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키워드는 ‘미래 먹거리’다.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보험가입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고 가망고객(보험가입 수요고객)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빅테크사들이 종합금융플랫폼을 꿈꾸며 보험시장에 서서히 진출하는 분위기다. 보험사들이 점차 건강을 관리해주는 헬스케어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보험업계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사람, 자동차, 오토바이, 건물 등 사람, 혹은 사람이 관리하는 모두 것들에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시대에서 이제 남은 보험가입 수요는 ‘동물’이다. 보험사들이 펫보험(반려동물 보험)에 점차 눈을 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펫보험 가입률 1%지만...발전 가능성 충분

펫보험이란 반려동물들이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비용을 보장해주는 상품을 말한다. 주로 1~3년 단기형 상품이 많고 입원비, 수술비 등을 보장한다. 특약 설정에 따라 사망위로금, 반려견 배상책임 등에도 가입할 수 있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반려동물(개, 고양이) 수는 약 799만 마리로 추산된다. 하지만 펫보험 가입건수는 7만2000여건에 그쳐 가입률이 0.8%다. 해외 주요 선진국인 스웨덴(40%), 영국(25%), 일본(12%), 프랑스(5%), 미국(2.5%) 등의 펫보험 가입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보험사가 공략할 수 있는 국내 수요층이 충분한 셈이다. 최근 1인가구가 늘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도 증가하는 추세라 펫보험시장은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이제 ‘함께사는 가족’으로 여기고 있어 지출비용도 다변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 사료비용, 진료비용 정도가 들었다면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 및 외출을 할 때 필요한 물품이나 배변패드 및 자동건조기 등 편의용품 구매가 늘고 있다.

더 좋은 간식과 사료를 먹이고픈 욕구도 반려동물시장 확대의 요인이다.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연관산업 시장 규모는 약 5조원으로 2025년에는 6조5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처럼 반려동물 산업 규모가 커질수록 펫보험 수요도 함께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반려동물 시장 지출 규모에서 의료비 비중이 30~40%를 차지한다고 보고있다. 펫보험시장 점유율 1위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자체적으로 조사한 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연평균 의료비는 5만~300만원이며 수술 시 최대 1000만원까지도 비용이 발생했다. 보험소비자들이 의료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듯 반려인들도 의료비 때문에 펫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지금보다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펫보험시장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반려동물 병원비 부담 경감을 위해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펫보험 활성화를 포함시켰다. 보험사들이 전문 펫보험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점차 풀어주고 있고 최근에는 활성화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해 관련업계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펫보험 관련 마케팅을 점차 강화하는 추세다. 최근 메리츠화재는 자기부담금 선택권을 확대해 펫보험료를 최대 28% 낮췄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1월 반려인, 예비 반려인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오픈했고 최근 가입자 10만명을 넘어서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손보사들은 펫보험 보장연령 및 범위 확대와 함께 보험료 할인 혜택 등으로 가입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펫보험 원수보험료는 287억5000만원으로 손해보험사 전체(120조1108억원) 대비 약 0.024% 수준에 그친다. 손보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이 시장을 키우면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셈이다.

펫보험 왜 인기 없었나

그동안 펫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로는 비싼 보험료와 좁은 보장범위 등이 꼽힌다. 현재 펫보험을 판매 중인 국내 주요 손보사들은 나이가 많은 노령견(만10세 이상)은 가입 자체를 받지 않고 있다. 또한 질병 예방을 위한 정기검진 등은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다. 출산 관련 비용도 보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월 보험료는 담보구성에 따라 2~3만원부터 8~9만원까지로 가입자에게는 부담되는 수준이다. 반려인들 사이에서 차라리 보험료를 매달 모아 적금처럼 활용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손보업계는 펫보험의 보장범위가 좁고 고가의 보험료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펫보험 진료비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고 동물병원 마다 진료비는 7~8배까지 차이가 나는 등 진료수가가 표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동물병원마다 같은 진료를 해도 진료비는 모두 다르게 책정해놔 보험사가 상품을 개발할 때 보험요율을 정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진료표준제는 수의업계가 거부하고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반려동물 개체식별 등록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반려동물 무선식별장치의 등록율은 2018년 61%에서 2021년 46%로 하락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식별장치 미등록 이유로는 ‘필요성을 못 느껴서’(36.8%)와 ‘식별장치 삽입 부작용 우려’(20.3%)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 신상품을 개발하려면 국내 반려동물 진료 상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면서도 “나라에서 반려동물의 정확한 개체수도 통계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경쟁력을 높인 펫보험 상품을 개발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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