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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호황 끝났는데 어쩌나”…계산기 두드리는 ‘백화점 빅3’

[‘엔데믹 시대’ 백화점 생존법칙]①빅3 백화점 3色 방향
규모로 승부 보는 롯데부터 명품 경쟁력 내세우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중장년층 지키고 MZ세대 끄는 투트랙 펼쳐

롯데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전경. [사진 각 사]
[이코노미스트 라예진 기자]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분위기에 국내 백화점이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 보복 소비 열풍으로 명품 매출이 호황을 이루면서 역대급 성적을 냈지만, 올해 1분기 다소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여기에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소비 경기까지 침체되면서 영업이 좀처럼 순탄치 않은 분위기다. 

백화점업계는 엔데믹에 맞는 생존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빅3 기업은 오프라인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상위 매출 점포를 중심으로 최적화된 투자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내세워 고객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매출 효자 점포 중심으로 ‘새판짜기’ 돌입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매출 상위 3위 점포는 잠실점, 본점, 부산본점이다. 이중 잠실점과 본점은 국내 백화점 매출 순위 상위 5위 안에 드는 메가 백화점으로 통한다. 특히 잠실점은 지난해 매출 2조598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조7973억원) 대비 44%가 껑충 뛰고, 롯데백화점 사상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이 넘는 ‘2조 클럽’ 가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잠실점으로 살펴본 롯데백화점의 전략은 ‘대형화’다. 백화점 업계 중 가장 많은 점포수를 자랑하는 롯데백화점은 과거부터 규모로 경쟁하며 ‘백화점의 대중성’으로 승부를 봤다. 이제는 대중성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한 초대형화로 사람들 발길을 잡는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월 롯데자산개발로부터 잠실에 위치한 롯데몰 사업권을 넘겨 받으면서, 명품 특화 백화점 점포 에비뉴엘과 대형 쇼핑몰인 롯데몰을 통합 운영해 초대형 쇼핑 타운을 완성했다. 이후 아쿠아리움, 콘서트홀과 같은 롯데몰 인프라 시설과 연계한 백화점 행사를 펼치며 매출 시너지를 냈다.  

매출 2조 클럽 가입을 앞두고 있는 본점 역시 리모델링 공사로 프리미엄 브랜드 점포 매장을 이전보다 확대했다. 룻데백화점 본점은 2021년부터 리모델링해 ‘남성해외패션관’ ‘여성해외패션관’ 등을 해외 명품 브랜드 매장만 모인 특화 공간으로 꾸몄다. 또 국내 백화점 중에서는 가장 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한 ‘뷰티관’도 구성해 소비자 발길을 모으고 있다.
 
지역 1등 노리는 신세계百, 투트랙 전략 세운 현대百

연 매출 3조 돌파를 앞두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소유한 신세계백화점은 명품 경쟁력을 통해 서울은 물론, 주요 ‘지역 1위’ 백화점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지난해 매출 상위 3위 점포는 강남점, 센텀시티점(부산), 대구점으로 서울 점포 1곳과 지역 점포 2곳이다. 이 외에도 신세계백화점은 광주와 대전지역에서도 백화점 매출 1위 점포를 차지했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이 오픈 1년 만에 매출 8647억원을 달성했다. [사진 신세계백화점]
지역 1위 매출에는 신세계만의 명품 경쟁력이 한몫한다. 연 매출 1조8449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전체 백화점 상위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센텀시티점은 3대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매장이 모두 입점한 곳이고, 신세계백화점 매출 상위 3위를 기록하는 대구점은 지역 경쟁사인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서 문을 닫은 에르메스와 샤넬을 유치하며 확고한 지역 1위 백화점 자리를 굳혔다. 

지난 2021년 새롭게 오픈한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 역시 다수의 명품 브랜드 입점으로, 지난해 8647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국내 백화점 상위 13위를 단숨에 기록했다. 기존 대전지역 1위 백화점이었던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은 루이비통 매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점은 크리스챤 디올을 비롯해 보테가베네타, 셀린느, 버버리, 생로랑, 펜디 등 갤러리아 매장에서는 찾을 수 없는 유명 해외 명품 매장을 대거 입점하면서 지역 1위 자리를 꿰찼다. 이에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은 지난해 매출 0.6%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국내 백화점 매출액 상위 5위에 판교점, 단 한 곳만 이름을 올린 현대백화점은 ‘고급화’와 ‘힙함’이라는 상반된 이미지의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 현대백화점의 매출 상위 3위 점포는 판교점, 본점, 무역센터점으로, 이처럼 매출액이 이미 높은 점포는 기존 소비자를 지키기 위한 고급화 유지 전략이 펼쳐진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매출 1위 판교점에 지난해 10월 경기권 백화점 중에서는 처음으로 에르메스 매장을 입점하는 등 명품 백화점 이미지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더현대서울에 위치한 클럽YP 라운지 모습. [사진 현대백화점]
하지만 새로 오픈하거나 리모델링하는 점포는 고급스러운 분위기 보다 MZ(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를 겨냥한 힙한 분위기로 꾸며진다. 가장 대표적인 점포가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이다. 지난 2021년에 오픈한 더현대서울은 백화점이라는 명칭부터 떼고 새로운 쇼핑공간 이미지를 내세웠다.

에.루.샤와 같은 명품 브랜드 유치보다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힙한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팝업스토어를 열며 트렌드를 선도하는 전략을 세웠다. 그 결과 더현대서울은 지난해 매출 9509억원을 기록하며 현대백화점 매출 상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는 더현대서울이 올해 매출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새로 리모델링한 대구점 역시 더현대 이름을 활용해 MZ세대를 겨냥하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전문가들은 엔데믹 시대에 백화점 업계가 ‘공간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 종식 이후 사람들은 더욱 쾌적하고 깨끗한 공간을 찾는데, 백화점이 제격”이라며 “이 때문에 낡고 허름해 공간적 매력이 없는 백화점이 아닌, 세련되고 편리한 장소를 제공하는 백화점이 더욱 각광받고 소비자 지갑을 열게 할 것이다. 현재 백화점 업계가 앞다퉈 수억원을 투자해 리모델링 공사하는 이유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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