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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계산’에 폰번호는 왜 필요한가요[보험톡톡]

주민-휴대폰번호 요구하는 손보사들
‘DB 수집용’ 공공연한 사실...‘과도수집’ 비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직장인 정모씨(40)는 최근 실손보험료를 계산해보기 위해 A보험사 다이렉트 사이트에 방문했다. 성별과 생년월일 등만 기입하면 될줄 알았지만 자신의 휴대폰번호와 주민번호도 입력해야한다는 사실에 보험료 계산을 포기했다. 정씨는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 보험료 계산이 되지 않았다”며 “굳이 전화번호까지 요구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손해보험사들이 실손보험 등 ‘간편 보험료 계산’ 서비스 과정에서 휴대폰 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요즘처럼 개인정보 활용에 민감해진 시기에 보험사들이 굳이 고객의 휴대폰 번호까지 수집해가며 보험료 계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냐는 불만이다. 

개인정보 어디까지 기입?...“명확한 기준 없어”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손해보험사 다이렉트 사이트 중 실손보험이나 암보험, 건강보험 등의 보험료 계산 시 주민번호나 휴대폰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곳은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악사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 7곳이다. 이 손보사 다이렉트 사이트에서는 생년월일, 성별, 직업만 기입하면 몇초 내로 간단한 보험료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MG손해보험 등 5곳의 손보사는 보험료 계산 시 전화번호를 반드시 입력해야 하고 일부 회사는 주민번호까지 요구한다. 특히 이들 손보사들은 휴대폰번호와 주민번호를 요구하면서 ‘개인정보 이용 및 조회’ 동의란에 미체크 시 ‘보험료 계산 서비스’ 자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실손보험 보험료를 계산할 때는 가입자의 성별과 나이, 직업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성별과 나이에 따라 질병에 걸릴 확률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직업군에 따라 가입자가 병원에 갈 확률도 달라지기 때문에 보험료 계산 때 필요하다. 

이에 보험료 계산 서비스 이용자는 성별과 생년월일, 직업만 입력하면 보험료를 계산할 수 있다. 주민번호와 휴대폰번호는 보험료 계산 시 굳이 필요하지 않은 셈이다. 

자동차보험료 계산의 경우 대부분의 손보사가 휴대폰번호와 주민번호를 요구했다. 자동차보험료는 보험개발원의 등록된 가입자 차량의 사고 이력 등을 조회한 후 산출하기 때문에 주민번호는 필요하다. 이때도 휴대폰번호는 불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이 부분을 기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보험료 계산, 보험 상담 등을 구실로 고객 데이터베이스(DB) 확보에 나선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보험료 계산이 보험가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가입하지 않아도 보험사 입장에서는 DB를 챙길 수 있다. 보험사들이 보험료 계산만 해도 상품권 및 기프티콘을 주는 마케팅을 꾸준히 지속하는 이유다. 특히 보험영업현장에서 고객 DB는 그 자체로 돈이다. 보험설계사들이 이 DB를 활용해 영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손보사들은 더 정확한 보험료 산출을 위해서는 주민번호가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소비자가 단순 배너광고(보험료 계산 이벤트)를 통해 유입됐을 때와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해 보험료를 계산할 시 기입내용이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간단한 보험료 계산은 나이와 성별로 가능하지만 더 정확한 산출을 하려면 주민번호도 필요하다”며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한 고객에게는 더 정확한 보험료를 보여주고 빠르게 가입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해 주민번호와 휴대폰번호를 받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료 계산 과정에서 수집된 개인 정보는 보험료 산출 과정 동의를 받는 것이지 전화영업 등에 활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험 가입 여부를 떠나 보험료 계산 만으로 보험사가 내 주민번호와 휴대폰번호를 수집한 셈이어서 금융소비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더 정확한 보험료 산출을 원할 시 개인정보를 추가 기입해달라고 명시하는 방법도 있다”며 “보험료 계산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을 요구하고 추가 기입은 소비자 선택에 맞기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사가 보험료를 계산할 때 개인정보 기입을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느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했느냐 아니냐의 명확한 기준자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몇몇 보험비교사이트가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어서 보험사 사례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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