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vs 아시아…지역별 매력적인 대체투자 자산은
[GAIC 2023]②
미국 보단 유럽 중심 신중히 접근
中 기회 있지만 지정학 리스크 주의
아세안 등 신흥국 부동산 투자 눈길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등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갖은 변수에도 매력적인 투자처를 향한 투자자들의 열망은 여전하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과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의 투자에 대한 저마다의 입장을 내놨다.
美 시장은 ‘글쎄’…불확실성 여전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글로벌 대체투자 컨퍼런스(GAIC) 2023’가 열렸다. 이날 포럼은 ‘대체투자, 다시 짜는 전략’을 주제로 진행됐고, 글로벌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이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선진국과 아시아 투자를 주제로 한 세션이 눈길을 끌었다. 우선 ‘긴축과 침체를 넘어설 선진국 투자’를 주제로 진행된 두 번째 세션에는 조셉 마우로 커코스왈드자산운용 대표가 발표자로 나섰다.
마우로 대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이후의 퍼펙트스톰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오히려 기존 글로벌 투자시장 자금이 쏠려왔던 미국의 경우 적기 대응 실패로 아직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우로 대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코로나19로 촉발된 퍼펙트스톰(복합적 초대형 위기)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유망한 투자기회는 당분간 불확실성이 높을 미국 시장 대신 신흥국 및 다른 선진시장에 열려있다”고 말했다.
마우로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은 봉쇄 조치로 타격을 입은 국민들에게 현금을 풀고, 각종 부양책을 제공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미국 전반에서 유동성과 통화량이 상당히 많이 풀렸다”고 진단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기 시작하고, 공급망 병목, 원자재 가격 상승 같은 리스크 지표가 높아지는데도 연준은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우로 대표는 “뒤늦게 대응에 나선 연준이 고강도 긴축정책을 유지하며 컨트롤하려고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고 불확실성이 높다”며 “하반기부터 연준이 ‘피보팅(Pivoting·속도 완화)’에 나서느냐가 핵심 쟁점인데, 실제 이뤄질 경우 연착륙이 가능하겠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짚었다.
선진국 투자는 ‘이 곳’ 주목
전문가들은 당분간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될 미국 이외로 눈을 돌려야 투자 기회가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이외의 지역들이 전반적으로 빠른 회복 및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보단 유럽 등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우로 대표는 “리스크가 산적한 미국에 비해 유럽도 주목할 만하다”며 “지금의 유럽은 과거 금융위기 시절과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위기에서는 오히려 더 건전한 유럽 시장이 미국과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초과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모험적인 한 방’보단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선진국 시장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백주현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은 “당분간은 오피스 시장에 대한 에쿼티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에쿼티 쪽 보다는 대출이 시장상황에서는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백 단장은 “지역적으로는 선진시장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제도적인 측면에 있어서 환 리스크 등으로 아직까지는 신흥시장보단 선진시장에 맞게 투자하며 북미나 유럽쪽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우로 대표는 “미국 외에서 성장과 기회를 찾고 있고 마이너스 금리 상황인 유럽과 일본에서 많은 자금이 유출됐지만, 금리 상황이 정상화되면서 두 국가에서 흥미로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마우로 대표는 “연준이 관망하고 있을 때 신흥국 중에서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드는 것을 보고 빠르게 대책을 세웠다”며 “신흥국 중에서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돌아서는 곳들이 관찰된다. 이런 곳들은 오히려 호재”라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사이클이 고점을 찍은 인도네시아, 칠레, 루마니아 등은 내재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글로벌 펀드 자금의 눈길을 많이 받고 있다”며 “중국이 코로나19 타격에서 벗어나 재개방이 본격화되면서 길이 열린 국가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관광객 수준이 회복되고 있는 태국 등”이라고 소개했다.
“신흥국서 기회”…中 시장 보니
전문가들은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의 성장잠재력에 대해 주목했다. 행사 세 번째 세션은 ‘다시 열린 중국과 성장하는 아시아에서 찾는 기회’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발표자로 나선 마이클 마쿼트 IQ-EQ 대표는 “아시아 시장에서 많은 기회가 있다”며 “다만 아시아 시장을 제대로 볼 줄 알고, 최적의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마쿼트 대표는 “아시아 시장은 전체 투자시장의 6%밖에 되지 않는 등 비중 자체가 작아서 뚜렷(visible)하지 않다”며 “부동산 시장이 아주 활발한데 특정 지역에서는 또 아예 (부동산 시장) 활동이 없다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쿼트 대표는 “어려운 상황임은 맞지만, 협상만 잘 이뤄진다면 국부펀드나 큰 기관투자자로부터 중국 부동산 펀드를 대규모로 발족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중국 시장을 기회로 보고 제대로 된 산업(industry)을 선별해 내는 등 전문성을 가지면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앨렌 첸 푸싱PE 회장은 “중국의 내수시장은 분명히 회복 탄력성을 보이고 있다”며 “제조업, 특히 전기차가 굉장히 반등하고 있는데, 중국 전기차의 생산단가가 굉장히 경쟁력 있어 세계 최대 전기차 수출 국가로 발돋움 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시장에 대한 정치‧지정학적 문제 등은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마쿼트 대표는 “중국과 관련해서는 정치·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반중국에 대해 과장된 보도가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잘 이해하고 문화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합법적 범위에서 적정한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확실한 프로세스를 통해서 적정한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종석 경찰공제회 금융이사(CIO) 또한 중국의 부동산 시장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한 CIO는 “중국에서 가계 자산을 위해 부동산 비중이 70%를 차지한다”며 “작년에 중국 대기업의 부동산시장 문제가 심각했고,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앨렌 첸 회장은 “모든 시장이 아니더라도 특정한 세그먼트에 투자할 기회가 있다”며 “다만 오늘날 중국 투자를 할 때는 어떤 섹터, 사업에서 수혜가 가능한 업종 여부를 선별하는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시장에 주목
신흥국에서 특히 성장세가 보이는 시장으로는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가 거론됐다. 전문가들은 투자 여력이 남아 있는 시장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 CIO는 “아세안 쪽은 과거 막연히 성장 가능성이 있던 수준에서 이제는 그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현실화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로 외국인직접투자(FDI)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며 “미국은 아세안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일본과 중국도 미중갈등의 우회로로서 아세안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CIO는 “환율이 계속 약세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우호적인 측면으로 많이 바뀌고 있다”며 “사모시장 보다는 공공시장을, 매크로와 함께 성장을 같이 누릴 수 있는 상업시설이나 데이터센터, 아니면 그린필드보다는 브라운필드 쪽으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그린필드 투자’란 해외 자본이 투자 대상국의 토지를 직접 매입해 공장이나 사업장을 짓는 방식의 투자를 말한다. ‘브라운필드 투자’는 해외 진출 기업이 해외 현지에 존재하는 기업 혹은 시설을 인수하거나 합작하는 방식의 투자 형태로, 외국인직접투자의 한 종류다.
동남아 시장은 특히 벤처캐피탈(VC) 투자가 활발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앨렌 첸 회장은 “동남아의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고르기만 한다면 나쁘지 않아 기관투자자(LP)들이 신중하게 단일 자산 구매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VC들은 전략적으로 가격이 낮아진 투자 대상들을 적극 인수 중”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인도 시장의 경우 중국 내 투자 감소에 따른 반대급부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부동산 시장 중 인프라 투자가 활발하다는 설명이다.
앨렌 첸 회장은 한국의 네이처앤네이처와 인도의 델리버리에 성공적으로 투자했던 경험을 통해 앞으로도 아시아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중국 진출을 노리던 한국의 네이처앤네이처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매력적인 소비자와 제품군에 집중하는 등 비용 감소 노력을 통해 어려움을 타개했다”며 “이후 큰 시장과 젊은 인구구성, 스마트폰 보급률 등을 눈여겨보고 인도네시아 물류회사인 델리버리에도 투자해 큰 수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아울러 마이클 대표는 “여러 기업들이 공장을 인도로 옮기고 있으며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도로·교량 등 인프라 투자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에 투자 기회가 많다”며 “역으로 투자활동이 너무 활발하다 보니 수익률이 줄고 있어서 지금 시장에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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