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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 ‘맹추격’

[한화오션 등판, 격변의 조선업]①
상승세 이어가는 신조선가…선별 수주에 수익성 개선 
한화오션 수주 확대 기대감…“노사 화합 분위기” 긍정적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진 한화오션]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한화오션이 등판하면서 한국 조선업이 격변하고 있다.

그간 다른 조선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영 정상화 속도가 더뎠던 한화오션이 빠르게 실적 개선에 돌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수주 목표를 빠르게 채워나가는 가운데 한화오션 역시 본격적으로 수주 확대에 나설 것이란 진단이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21년 정점을 찍고 지난해부터 완만하게 감소하고 있으나, 이미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은 급할 게 없는 상황이다. 수익성 높은 선박만을 골라 수주할 수 있는 여건이란 얘기다. 여기에 전 세계 신규 선박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과거 국내 조선사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이었던 저가 수주 문제가 말끔히 해소된 것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21년 최고치를 달성한 이후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2021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5429만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를 기록했는데, 2022년 4553CGT로 감소했다. 1월부터 4월까지의 선박 발주량을 보면, 2021년 2165만CGT, 2022년 1797만CGT, 2023년 1011만CGT 등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한국 조선사의 선박 수주량 역시 2021년 730만CGT, 2022년 637만CGT, 2023년 364만CGT 등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에선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다소 줄어든 것도 맞지만, 그보단 충분한 일감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이 ‘돈 되는 선박’만을 골라 수주하면서 수주량이 줄어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실제 전 세계 신규 선박 가격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신규 선박 가격 지표인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올해도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올해 1월 162.51을 기록했는데, 2월 163.69, 3월 165.56, 4월 167.32 등으로 나타났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1월 기준 선박 건조 비용을 100으로 정하고, 매달 가격을 비교해 매기는 수치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선가가 올랐다는 의미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가 오르고 있다는 것은 선박 발주 수요가 유지되면서 확보한 일감으로 협상력을 높인 조선사들이 선주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충분한 일감을 보유한 조선사들이 선별 수주에 집중하면서 신규 선박 가격도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정상헌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장(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이 5월 3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노사 상생 선언식을 갖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한화오션]

“지금부터 시작”…한화오션 수주에 쏠린 눈 

국내 조선사가 수익성 높은 선박을 선별해 수주하면서 그간 조선사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던 저가 수주 문제는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중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가장 빠르게 채운 조선사는 HD한국조선해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5월 30일 기준으로 103억 달러(84척)를 수주해 올해 수주 목표(157억4000만 달러)의 65.5%를 달성했다. 같은 기준으로 삼성중공업은 25억 달러(5척)의 수주액을 기록, 올해 수주 목표(95억 달러)의 26%를 채운 상황이다. 한화오션의 경우 이 기간 10억6000만 달러(5척)를 수주했다. 한화오션 출범 전에 대우조선해양이 제시한 올해 수주 목표는 69억8000만 달러다. 이 목표를 고려하면, 현재 수주 목표의 15.2%를 달성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기존 수주 목표는 대우조선해양 시절 설정한 내용”이라며 “한화오션 체제에선 목표를 별도 관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한화오션이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주액을 기록하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수주액을 본격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또한 “HD한국조선해양 등과 마찬가지로 한화오션 역시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연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충분한 일감을 확보했기 때문에 무리하게 수주에 나설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상반기에 한화오션 출범을 앞두고 숨 고르기를 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현재 약 3년 치 일감에 해당하는 40조원 규모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상반기 수주량을 근거로 한화오션의 수주액이 저조하다고 판단하기보단,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한화오션 출범 이후 과제로 꼽혀온 노사 화합 역시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화오션과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이하 한화오션 노조)는 5월 3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노사 상생 선언식을 개최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과 직원들의 고용 안정 등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한화오션은 기존의 단체협약을 승계하고 직원들의 자부심 고취와 근로 조건 및 처우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노조 측은 합리적 노사 관계 구축을 위해 협력한다고 화답했다. 또한 한화오션 노사는 ‘합리적 노사 관계가 회사의 조기 정상화와 직원들의 고용 안정에 필수 불가결하다’는 인식에 공감했다.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노사 간 상생 선언을 통해 한화오션의 조기 경영 정상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낼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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