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멀어지는 가계대출 연착륙…남은 건 ‘규제 강화’[부채도사]
韓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02.2%
대출금리 떨어지자 주담대부터 증가 시작
금리 낮추기 어렵다면 규제 완비 통해 연착륙 시도해야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54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가계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8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중장기적 과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동결’ 발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후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가 나왔는데, 올해 1분기 기준으로 34개국 중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다. 홍콩 95.1%, 영국 81.6%, 미국 73.0%, 일본 65.2%, 중국 63.6%, 유로 지역 55.8%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 높았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분기 105.5%에서 102.2%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위험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갈수록 가계대출 연착륙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4월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국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4월에 2000억원 증가해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다. 대출 항목 별로 살펴보면, 지난 3월 증가로 전환한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 규모가 1조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확대됐다.
가계대출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다시 증가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한은의 기준금리가 올해 3회 연속 동결된 데다 주담대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부동산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에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평균은 연 4.46%, 고정금리는 4.19%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변동금리는 0.84%p, 고정금리는 0.13%p 하락했다. 은행권에서는 고정금리 평균이 조만간 3%대로 떨어져 지난해 5월의 연 3.88%와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은 3월에 2조3000억원 감소에서 4월에 1조7000억원 감소로 감소폭이 크게 줄었고, 3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월에 3만5000호로 지난해 12월 1만5000호 이후 매달 증가하고 있다.
가계대출이 증가로 전환한 것과 관련해 이 총재는 “중장기적으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고 대출 축소를 좀 더 일으켜 금융안정을 가져가야 한다”며 “이 시각에서 본다면 가계대출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부채 연착륙 위한 마지막 수단 ‘규제 강화’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통한 연착륙 시도는 어려워 보인다. 한은 입장에서 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름세로 전환하거나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져 환율 상승 등이 심해지지 않는 이상, 기준금리를 3.50%에서 유지하고 시장 동향을 계속 살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에 가산금리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높여 대출금리를 떨어뜨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자 부담을 낮춰 사회 불안을 일시적이나마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내 집 마련’을 미뤄둔 가계의 대출 수요가 다시 증가한다는 점이다. 전세대출 증가세도 심해질 수 있다.
지금도 전세를 통한 ‘갭투자’가 가능하다. 전세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출자에게 기존 대출이 얼마가 있든 상환능력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가치를 담보로 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는 다소 완화됐다. 결국 자본력 있는 가계들이 갭투자를 시도하고, 이에 따라 전세 물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추가로 떨어진 금리로 인해 전세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하고 규제 완비까지 손놓게 되면 가계대출 연착륙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전세대출을 규제 안으로 끌어올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취약계층이나 전세사기 피해자 등에는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핀셋 정책이 요구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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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8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중장기적 과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동결’ 발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후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가 나왔는데, 올해 1분기 기준으로 34개국 중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다. 홍콩 95.1%, 영국 81.6%, 미국 73.0%, 일본 65.2%, 중국 63.6%, 유로 지역 55.8%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 높았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분기 105.5%에서 102.2%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위험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갈수록 가계대출 연착륙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4월중 가계대출 동향(잠정)’에 따르면 국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4월에 2000억원 증가해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 전환했다. 대출 항목 별로 살펴보면, 지난 3월 증가로 전환한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 규모가 1조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확대됐다.
가계대출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다시 증가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먼저 한은의 기준금리가 올해 3회 연속 동결된 데다 주담대 금리가 계속 떨어지면서 부동산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에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평균은 연 4.46%, 고정금리는 4.19%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변동금리는 0.84%p, 고정금리는 0.13%p 하락했다. 은행권에서는 고정금리 평균이 조만간 3%대로 떨어져 지난해 5월의 연 3.88%와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은 3월에 2조3000억원 감소에서 4월에 1조7000억원 감소로 감소폭이 크게 줄었고, 3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3월에 3만5000호로 지난해 12월 1만5000호 이후 매달 증가하고 있다.
가계대출이 증가로 전환한 것과 관련해 이 총재는 “중장기적으로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고 대출 축소를 좀 더 일으켜 금융안정을 가져가야 한다”며 “이 시각에서 본다면 가계대출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부채 연착륙 위한 마지막 수단 ‘규제 강화’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통한 연착륙 시도는 어려워 보인다. 한은 입장에서 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름세로 전환하거나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져 환율 상승 등이 심해지지 않는 이상, 기준금리를 3.50%에서 유지하고 시장 동향을 계속 살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에 가산금리를 낮추고 우대금리를 높여 대출금리를 떨어뜨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자 부담을 낮춰 사회 불안을 일시적이나마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내 집 마련’을 미뤄둔 가계의 대출 수요가 다시 증가한다는 점이다. 전세대출 증가세도 심해질 수 있다.
지금도 전세를 통한 ‘갭투자’가 가능하다. 전세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출자에게 기존 대출이 얼마가 있든 상환능력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가치를 담보로 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는 다소 완화됐다. 결국 자본력 있는 가계들이 갭투자를 시도하고, 이에 따라 전세 물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추가로 떨어진 금리로 인해 전세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하고 규제 완비까지 손놓게 되면 가계대출 연착륙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전세대출을 규제 안으로 끌어올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취약계층이나 전세사기 피해자 등에는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핀셋 정책이 요구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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