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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얼마 안 돼”…5대 저축銀 정기예금 ‘1.4조’ 이탈

5대 저축은행 정기예금 규모 40조원 무너져
실적 악화 우려에 정기예금 금리 3%대로 낮춘 영향
다시 금리 4%대로 높였지만 ‘이자비용’ 부담↑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저축은행들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실적 악화에 이어 고객 자금 이탈까지 발생하고 있어서다. 고객들은 저축은행들의 실적 부진과 대출 부실화 우려에 자금을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다시 예금금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로 인해 대출금리 추가 상승에 따른 연체율 증가가 부담이 되고 있다.  

5대 저축은행 정기예금 잔액 40.3조→38.9조원 

8일 저축은행들의 공시한 1분기 재무제표에 따르면 SBI저축은행·OK저축은행·한국투자저축은행·페퍼저축은행·웰컴저축은행 등 5대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규모는 1분기에 총 38조9456억원으로 전분기의 40조3852억원보다 1조4396억원(3.6%) 감소했다. 

5대 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은 2021년 9월에 30조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12월 말에는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3개월 만에 정기예금이 큰 규모로 감소하며 단기간에 자금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1분기 정기예금은 5대 저축은행에서 모두 감소했다. 각 저축은행을 보면 ▶SBI저축은행은 1.7% 감소한 11조7107억원 ▶OK저축은행은 3.9% 줄어든 10조7245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은 5.4% 감소한 7조3545억원 ▶페퍼저축은행은 2.0% 축소한 4조8921억원 ▶웰컴저축은행은 6.2% 감소한 4조2638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이 감소한 원인으로는 업계의 불안감 확대와 예금 금리 인하가 꼽힌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시중은행과의 금리 경쟁을 벌이며 금리가 연 5~6%에 달하는 정기예금을 판매했다. 
 
하지만 금리 경쟁이 사라지며 저축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다시 낮췄고, 올 3월에는 업계 1, 2위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3.8%로 지난해 말에 비해 2%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당시 우리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연 3.8%로, 저축은행들이 시중은행보다 예금 유치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연체율까지 오르면서 연 4~5%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굉장히 부담이 됐다”며 “자금 유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올해 3월 미국 스타트업의 자금줄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국내도 저축은행과 같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비은행금융기관부터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탓에 고객 사이에 예금을 빼려는 심리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정기예금 금리 다시 연 4%대로…“비용 증가 불가피”

6월 6일에 4%대 금리를 내건 한 저축은행 앞. [사진 연합뉴스]
5개 저축은행의 1분기 순이익 합계는 3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나 감소했다.

대표적으로 업계 1인 SBI저축은행의 순이익이 95.9% 줄어든 37억원을 기록했고, 한국투자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도 각각 20.3%, 70% 줄어든 137억원, 81억원에 그쳤다. 페퍼저축은행은 253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OK저축은행만 순이익이 40.8% 증가한 376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의 순이익 감소 원인으로는 이자비용 증가와 대손충당금 적립이 꼽힌다. 5개 저축은행의 1분기 이자비용은 총 6822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6.85% 급증했다. 대손충당금도 2조5914억원으로 같은 기간 12.2%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순이익 감소는 2분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1분기에 정기예금 잔액이 크게 줄면서 다시 금리가 연 4%대 정기예금 상품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으로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3.99%를 기록했다. OK저축은행의 ‘이(e)-안심앱플러스정기예금’ 금리가 연 4.51%로 가장 높았고,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비대면회전정기예금’, 페퍼저축은행의 ‘회전정기예금’, 웰컴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 모두 연 4.00%를 기록했다. SBI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60%다. 

업계에선 이번에 수신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금리 인하 여력이 사라진 만큼 연체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상위 5개 저축은행의 1분기 현재 평균 연체율은 4.8%로 지난해 동기보다 2.24%p 상승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높아 연체율 상승은 어쩔 수 없다”며 “저축은행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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