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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급등에 정비사업 갈등 심화…시공사 교체 가능할까

[공사비가 뭐길래] ② 둔촌주공 發 공사비 분쟁 증가 추세
선별 수주 나선 대형 건설사, 비용절감·브랜드 양립 불가

[제공 게티이미지]

[이코노미스트 민보름 기자] 공사비 급등에 따라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진행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일부 정비사업 조합원들은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시공사를 교체해 사업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주거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 건설사들은 손실을 피하고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계약 해제도 불사하고 있다. 

지난해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을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간 분쟁으로 촉발된 공사비 갈등은 전국의 여러 정비사업 조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너무 오른 공사비, 강남 노른자 땅도 사업 중단

최근 대치선경3차아파트가 포함된 가로주택사업이 사업을 중단하며 조합해산 절차에 돌입했다. 조합은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공사비 협상에 실패하면서 현대건설과도 계약 해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선경3차아파트는 총 54가구 규모의 일명 ‘나홀로 아파트’지만, 지하철 3호선 대치역 초역세권에 위치해 자체 리모델링을 추진할 정도로 뛰어난 입지를 갖췄기 때문에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이 아파트가 리모델링 대신 인근상가와 함께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면서 2021년 12월 현대건설이 자사 하이앤드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를 걸고 시공권을 수주한 배경도 여기 있다.

그러나 대치선경3차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업규모가 작은 탓에 급격히 오른 공사비를 감당할 정도의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규모 자체가 작다보니 3.3㎡ 당 공사비 단가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사비 문제로 이처럼 규모가 작은 현장부터 건설사가 철수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 중단까지 가지 않더라도 시공사 교체를 통해 공사비 문제를 해소하려는 조합도 늘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역시 교체된 전 조합장이 승인한 공사비 증액을 거부하며 시공사 교체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1군 브랜드냐 공사비냐…선택의 기로

반포 3주구 조감도. [사진 삼성물산]

문제는 조합의 기대만큼 대신 시공하겠다고 나설 건설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공사비 갈등 당시 공정률이 절반에 달했던 둔촌주공 사태와 마찬가지로 입주를 앞두고 삼성물산과 공사비 증액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래미안 원베일리’처럼 이미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선 사실상 시공사 교체가 불가능하다.

아직 착공 전인 정비사업의 경우 몇 년 전만 해도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공사를 교체하는 사례가 종종 나왔다. 공사비가 현재 수준보다 낮고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당시에는 건설사들이 앞 다퉈 주요 정비사업을 수주하려 애썼기 때문이다.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은 2019년 12월 임시총회에서 설계 변경 문제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한 대우건설과 계약해지 안건을 의결했다. 그리고 이듬해 삼성물산을 새 시공사로 선정했다. 인근 반포3주구 역시 유사한 문제로 시공사를 HDC현대산업개발에서 삼성물산으로 교체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해부터 이 같은 현상은 움츠러드는 추세다. 대형건설사들이 사업성을 철저하게 평가하고 출혈경쟁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사업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의 공사비 인상 요구를 거부하며 새 시공사를 뽑기 위해 현장설명회를 열었지만, 기존 시공사업단 외에 중견건설사만 행사에 참여하면서 시공사 교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조합 측은 기존 시공사업단 수준의 1군 건설사 참여를 원했었기 때문이다. 산성구역 재개발은 지하철 8호선이 인접한 역세권 입지에 총 3487가구를 조성하는 사업 규모를 자랑한다. 

결국 일부 조합은 중견건설사로 시공사를 교체하기도 한다. 경기도 양주시 소재 한 지역주택조합은 현대건설에서 쌍용건설로 시공사를 변경하면서 ‘양주 힐스테이트 센트럴포레’에서 ‘쌍용 더 플래티넘 양주’로 단지명을 바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원가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존 건설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공사비로 다른 1군 건설사가 시공을 하겠다고 나서기는 더 어렵다”면서 “있다고 하더라도 인테리어 자재 등을 더 싼 것으로 바꾸려는 업체이거나, 수익을 포기하고서라도 사업을 따내고 싶은 중견, 중소 건설사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때문에 결국 브랜드가 입주 후 집값에 반영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조합원들이 공사비를 덜 내고 싶다고 해서 1군 건설사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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