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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성’ 최고급 아파트에서도…주차난에 입주민 폭행까지

삼성동 아이파크 주차 문제 두고 입주민 갈등 격화
2019년 3월 이전 일반형 주차구획, 폭 2.3m로 협소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삼성동 아이파크 지하주차장에 차량이 빽빽이 주차돼 있다. [사진 박지윤기자]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최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주차 공간 부족 문제로 입주민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차량의 크기와 대수는 늘어난 반면 주차 공간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단순 다툼을 넘어서 폭행, 고소로 이어지는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고급 아파트인 ‘삼성동 아이파크’ 입주민들이 지하주차장에서 주차문제를 두고 언성을 높이다 폭행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 2.3m, 길이 5m의 좁은 주차공간 때문에 지정주차구역 차주와 자율주차구역 차주인 입주민들이 주차 불편을 호소하며 시작한 싸움에 경찰까지 출동했다.

12일 ‘이코노미스트’가 삼성동 아이파크 입주민들의 제보를 종합해보면 아파트를 분양한 시점인 2001년 수분양자들은 추첨을 통해 지정주차구역을 가구당 최소 2대 이상씩 부여받았다.

이후 그 지정주차구역은 새로운 입주자가 와도 그대로 자리를 이어받는 식으로 유지돼왔다. 하지만 좁고 부족한 주차공간 때문에 20여년 지난 현재까지 호수별로 분양 시점에 배정받았던 주차구역을 그대로 써야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많아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주택형이 최소 전용 145.04㎡(약 43평)에서 최대 전용 269.41㎡(약 81평) 규모의 고급 아파트다. 단지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행과 시공을 맡아 3개동, 23~46층, 총 449가구로 2004년 준공했다. 청담역과 인접한 한강변 고층 아파트로 당시 강남권에서 ‘하늘의 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고급 아파트로 손꼽혔다. 삼성동 아이파크 최근 실거래가를 보면 주택형에 따라 50억원대에서 70억원대에 달하고, 현재 매물 호가도 50억원에서 175억원까지 형성돼 있다.

삼성동 아이파크 관리규약과 주차장 운영규정을 살펴보면 전용면적별 지정주차대수는 ▲145.04~175.05㎡ 2대 ▲195.38~226.6㎡ 3대 ▲250.95~269.41㎡ 4대다. 주차장 사용에 대한 사항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구성원의 과반수 찬성을 받아 의결을 통해 결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단지 내 전기, 도로, 상하수도, 주차장, 가스설비, 냉난방설비와 승강기 등의 유지와 운영 기준도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과반수 찬성을 통한 의결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동 아이파크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차량 간 간격은 15cm 수준에 불과했다. [사진 박지윤기자]

단지 입주민 A씨는 “최근 이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바로 옆 칸에 있는 자율주차구역에 차가 있으면 공간이 너무 좁아 차 문을 못 열 정도”라며 “주민지원센터에 여러번 주차구역 문제를 제기했지만 20년 전에 수분양자가 이 구역으로 배정 받았기 때문에 구역을 바꿔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A씨는 “같은 관리비를 내고 주차장을 이용하는데 20년 전에 좋은 자리를 뽑아 주차하기 편한 구역에 지정된 주민들은 계속 편리하게 주차장을 이용하고, 주차하기 불편한 자리를 뽑은 호수 주민은 앞으로도 계속 주차에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입주민 B씨는 “분양 시기에 좋은 지정주차구역을 받고 추가차량을 등록해 주차구역을 많이 배정 받은 주민은 불만이 없겠지만, 새로 입주한 주민은 추가차량을 등록하려고 해도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등 불편이 크다”며 “주민관리센터와 입주자 동별 대표에게 항의해도 ‘배려하고 살라’, ‘지정주차구역 변경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야 가능한데 만족하고 있는 입주민이 대부분이라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동 아이파크 지하 주차장에 한 차량이 주차 선을 넘어 주차돼있다. [사진 박지윤기자]

기자가 삼성동 아이파크 지하 2층 주차장을 가보니 일반 주차공간의 경우 폭 2.3m, 길이 5m로 중형차 이상의 차를 주차하면 차 앞코가 주차칸을 튀어나올 정도로 협소했다. 중형차들을 나란히 주차하게 되면 차 간 간격이 겨우 15cm에 불과했다. 차 문을 열고 나오려면 숨을 들이마쉬고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는 정도였다. 이 때문에 지정주차구역 옆에 있는 자율주차구역에 차를 대지 못하도록 주차선을 넘어 주차한 차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동 아이파크 관리사무소와 주민지원센터에 주차장 운영 문제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정부는 2019년 3월부터 새로 짓는 시설물의 주차단위구획의 폭을 최소 2.3~2.5m에서 2.5~2.6m로 확대했다. 하지만 1990년부터 2019년 2월까지 일반형 주차단위구획 최소 기준인 폭 2.3m, 길이 5m로 지어진 시설물에는 여전히 주차난이 극심하다.

2008년 확장형 주차단위구획으로 폭 2.5m, 길이 5.1m 제도를 도입하고, 2012년 신축 시설물에는 30% 이상을 확장형 주차단위구획으로 설치하도록 했지만 주차난 해소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주차 관련 민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사유지 불법주차 민원 건수는 2010년 162건에서 2020년 2만 4817건으로 10년 새 153배 증가했다. 국민신문고 신청 민원 가운데 불법 주정차 관련 민원도 같은 기간 8450건에서 314만건으로 약 372배 늘어났다.

앞서 지난 5월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차 문제로 다툼을 벌이던 여성 C씨가 남성 D씨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6주 진단을 받은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C씨는 자차 앞을 막고 있던 D씨 차량 때문에 이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전화로 차량 이동을 요청했다가 시비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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