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 이원직 대표, 1년 성적표…‘진짜 성과’는 글쎄
[롯데바이오로직스 출범 1년]①
삼성바이오 시작·성장 함께…40대 중반에 대표직
설립 1년 만에 흑자…실적 외에 회계상 이유 반영
이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숨가쁘게 달려왔다. 기업 홍보와 대규모 투자를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만큼 성장 측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회계성 이슈를 제외한 이익 규모나 수익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러큐스 공장 인수 지휘…CDMO 사업 적임자
이 대표는 1977년생으로, 미국 UC버클리대에서 분자세포생물학을 전공했다. 이후 현지 바이오 기업과 미국 보건복지부(HHS)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으로 직장을 옮긴 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 역량을 본격적으로 쌓았다. BMS라는 글로벌 제약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으로 자리를 옮겼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출범 후 수년 동안 CDMO 사업을 맡았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에서 삼성그룹의 미래 사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출범 과정에 참여했다. 롯데그룹으로 자리를 옮겨선 이런 과정을 그대로 반복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롯데지주 신성장2팀의 상무로 2021년 이직한 후 본격적으로 롯데그룹의 바이오 사업 밑그림을 그렸다. 이후 롯데바이오로직스 출범과 동시에 대표가 돼 CDMO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작과 성장을 경험한 이 대표의 이력이 신 회장의 이목을 끌었을 것이란 평가다.
이 대표는 CDMO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도 수년 내 세계적인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롯데그룹이 바이오 사업을 믿고 맡길 적임자였던 셈이다. 이 대표가 몸담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실제 2011년 위탁생산(CMO) 사업을 시작해, 10년이 지난 현재 생산 규모 면에서 세계적인 CDMO 기업이 됐다.
이 대표를 영입한 건 이번 신사업만큼은 제대로 추진하겠다는 신 회장의 승부수로도 해석된다. 롯데그룹은 특유의 순혈주의로 유명한데, BMS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롯데그룹 밖에서 십수년을 일한 이 대표에게 미래 사업을 맡길 만큼 롯데그룹이 바이오 사업에서 성과를 올리는 데 간절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10여 년 전 롯데제약을 출범시키며 제약 사업에 도전했지만, 높은 진입장벽을 넘지 못해 ‘철수’라는 쓴맛을 봤다.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 기지도 마련했다. 신 회장이 법인 출범 전 직접 시찰했다는 미국 시러큐스 공장이 대상이다. 시러큐스 공장은 BMS가 오랜 기간 운영해온 의약품 생산공장이다. 시러큐스 공장 인수에 이 대표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삼성그룹에 합류하기 전 BMS에서 근무하며 CDMO 사업과 관련한 역량을 키웠다. 당시 이 대표가 몸담은 지부가 이 시러큐스 공장이다.
이 대표는 시러큐스 공장의 생산 역량은 물론 인력 구성과 지리적 요건 등 다양한 강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을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러큐스 공장 인수와 함께 직원 450여 명을 모두 승계하기로 했다. 시러큐스 공장의 기존 인력 중 90% 이상에 해당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BMS를 거친 마이클 하우슬레이던 박사를 미국 법인장으로 선임하는 등, BMS 출신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이사회를 통해 시러큐스 공장 인수를 확정하며 사실상 바이오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말 인수 작업을 마쳤고, 인수 규모는 2200억원 정도다. 60여 개 국가에서 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승인을 받아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사업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공장에선 현재 항체의약품 원료만 생산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7000만 달러(약 900억원)를 투입해 시러큐스 공장에 완제의약품 생산 설비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롯데’ 이름 알린 한해…흑자에도 갈길 멀어
이 대표는 시러큐스 공장 인수에 힘입어 ‘깜짝 흑자’도 달성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올해 1분기 매출과 분기순이익은 각각 207억원, 32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시러큐스 공장 인수 작업을 마치면서, 시러큐스 공장의 매출을 그대로 흡수한 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시러큐스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만5000ℓ이며, 현재 공장 전체를 가동하고 있다.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해외 생산시설과 매출을 모두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실적을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순수한 성과로 보긴 어렵다.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발생한 염가매수차익이 실적에 반영되며 분기순손익이 일시적으로 오른 것이기 때문이다. 염가매수차익은 기업이나 공장을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할 때 발생하는 이익을 뜻한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BMS와 2억2000만 달러(약 2380억원) 규모의 계약도 체결하면서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올해 1분기 영업손익도 적자일 것으로 보인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같은 기간 640억원가량 적자를 기록했다. 출범 초기인 만큼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어, 상당한 비용이 계속 빠져나갈 전망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지난해 법인을 출범한 만큼 회사가 당장 이익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러큐스 공장 인수로 올해 1분기 이익을 낸 건 다음 분기부터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올해보다는 내년과 내후년을 준비하고 있다”며 “20년 이상의 경험이 축적된 시러큐스 공장이 이름만 롯데바이오로직스로 바뀌었을 뿐이라, 이 공장의 역량을 무기 삼아 성과 확대에 집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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