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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무산 위기감에 안전‧노조 문제까지

[벼랑 끝 아시아나항공]①
조종사 노조, 무기한 준법투쟁…해법 요원한 임금 협상
기대했던 중국 노선 수요 회복 속도도 빨간불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해외 기업 결합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 양사 결합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와중에 안전과 노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국적 항공사 중에 유일하기 1분기 순손실을 내는 등 경영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간 수요 회복 속도가 더뎠던 중국 노선 정상화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실적도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최근 한중 외교 관계가 경색되면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출입구 공포’ 가시지 않았는데…노사 갈등 ‘터졌다’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6월 7일부터 무기한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항공기 이륙 약 2시간 전에 시작했던 조종사·승무원 브리핑을 규정대로 이륙 1시간 20분 전에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활주로에서 항공기 법정 속도를 준수한다.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의 준법 투쟁으로 항공기 운항이 30분 이상 지연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측은 준법 투쟁과 관련 “아시아나항공의 위태로운 현 상황에서 비행 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며 “준법 투쟁에도 사측이 비행 안전을 무시하고 불성실한 임금 협상을 계속한다면 필수공익사업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 파업까지 강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이 회사 조종사 노조의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임금 협상을 진행했는데, 임금 인상률을 두고 견해 차이가 크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2.5%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했는데, 조종사 노조 측은 10%대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적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사태 당시 임금을 동결한 점을 고려해 지난해 10% 수준의 임금 인상률을 수용했다”며 “아시아나항공 측이 제시한 2.5%의 임금 인상률을 노조 측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가 준법 투쟁에 돌입하기 전인 지난달 말에는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출입문을 연 상태에서 비행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5월 26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8124편의 한 승객이 대구국제공항 착륙을 앞두고 출입문을 연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사건이 발생한 항공기는 비상문과 슬라이드 등 3개 부위에 손상을 입었다. 피해 규모는 약 6억4000만원으로 추산된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출입문을 열어 항공보안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로 구속 송치된 A씨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기체 결함으로 항공기 운항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6월 10일 오후 8시 5분 도쿄 하네다국제공항에서 출발해 10시 25분 김포국제공항에 도착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 OZ1035편에서 착륙 장치 오류로 인한 결함이 발견됐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약 2시간 동안 정비 작업을 진행했다. 도착 예정 시간이 늦춰지면서 김포공항의 야간 운항 금지 시간(커퓨 타임, 오후 11시~오전 6시)에 걸리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커퓨 타임이 없는 인천국제공항으로 방향을 틀었고, 해당 항공기는 도착 예정 시간보다 약 3시간 30분 지연된 11일 오전 2시 1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인천공항에서 긴급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승객 이동을 지원했다. 도의적 보상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 상품권도 지급했다.


부채비율 2000%…시간 없는 아시아나항공 

더 큰 문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해외 기업 결합 심사 결론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황의 악화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별도기준 실적은 매출액 1조4563억원, 영업이익 925억원, 순손실 62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액은 27.0%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7.7%나 감소했다.

올해 1분기 국적 저비용항공사(LCC)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국적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도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으나 3500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냈다. 주요 국적 항공사 중에 1분기 순손실을 본 항공사는 아시아나항공이 사실상 유일하다.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000%에 달하는 등 재무 상황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다만 항공업계 일부에선 “올해 2분기부터 중국 노선 수요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국 노선에서 강점을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이 실적을 개선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간 정상화되지 못한 중국 노선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면 다수의 중국 운수권이 있는 대형항공사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최근 들어 한중 관계가 또다시 경색되고 있는 분위기인 데다, 중국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정책 결정 등 불확실성 커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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