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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 플랫폼 ‘韓 진격’ 거센데…네이버·카카오 ‘GPT 신중론’ 이유는? [이코노Y]

네이버·카카오, 차세대 초대규모 AI 출시 일정 미루고 ‘담금질’
구글·MS 이어 오픈AI도 ‘한국 시장’ 눈독…네카오 지위 ‘흔들’
구글 ‘바드’·바이두 ‘어니봇’ 사례 의식했나…‘완성도’에 집중

네이버의 차세대 검색 기술 개발 프로젝트 ‘서치GPT’(SearchGPT)의 서비스 적용 예시 자료. [제공 네이버]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챗GPT 개발사 오픈AI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이 자사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서비스의 ‘한국어 기능 개선’을 예고했다. 네이버·카카오는 초거대 AI 경쟁에서 ‘한국 특화’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외산 플랫폼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네이버·카카오와의 격차가 좁혀지기까지 남은 기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카카오는 그런데도 차세대 초대규모 AI 모델의 공개 일정을 늦추는 등 ‘신중론’을 펼치면서, 그 배경에 정보기술(IT)업계 이목이 쏠리는 모양새다.

13일 네이버·카카오에 따르면 양사 모두 기존 초대규모 AI 모델의 고도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웍스·클로바CIC·파파고·웨일 등 주요 AI 부서를 통합한 ‘네이버클라우드’가, 카카오는 AI 전문 연구 계열사 ‘카카오브레인’이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구조다.

‘대답하는 AI’로 세계를 강타한 챗GPT는 GPT-4란 초대규모 AI 모델을 통해 구동된다. 네이버는 GPT-4에 대응하는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X)를 개발 중이다. 이는 2021년 5월 선보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개선한 모델이다. 카카오브레인 역시 2021년 11월 선보인 코(Ko)-GPT의 성능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세대 모델엔 ‘코-GPT 2.0’이란 이름이 붙을 전망이다.

양사는 이를 통해 ‘한국 특화’ 서비스의 마련, 생성형 AI 경쟁에 대응하겠단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서치GPT’(SearchGPT·가칭)를 마련, 초개인화된 검색 서비스를 구현할 방침이다. 카카오브레인은 코-GPT 2.0을 활용해 ▲카카오톡 기반의 AI 챗봇 ▲AI 아티스트 ‘칼로’(Karlo)의 고도화 ▲헬스케어 AI 판독 서비스 ▲신약 개발 플랫폼 접목 등을 추진한다. 오픈AI가 GPT-4를 기반으로 챗GPT란 서비스를 마련한 것과 같은 구조다.
카카오브레인이 지난 3월 기업 설명회 ‘생각지 못한 질문과 카카오브레인’을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하고 코-GPT 2.0 개발 구상을 공개했다. [사진 카카오브레인]

문제는 하이퍼클로바X와 코-GPT 2.0의 공개 시점이 계속해 늦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지난 2월 사내 개발자 콘퍼런스 ‘데뷔(DEVIEW) 2023 개최’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퍼클로바X를 오는 7월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예고한 공개 시점이 한 달 앞으로 가다가 왔지만, 아직 공식적인 공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네이버 관계자는 “7월에서 8월 사이 공개할 전망”이라고 했다. 업계 일각에선 ‘9월 공개설’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브레인 역시 지난 3월 온라인으로 기업 설명회를 열고 “코-GPT의 차세대 모델을 올 상반기 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불과 두 달 만에 ‘하반기 공개’로 변경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5월 2023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을 통해 “하반기 중으로 파라미터(매개변수)와 데이터 토큰(언어 처리의 기본 단위)의 규모가 확장된 코-GPT 2.0의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코-GPT 2.0의 알고리즘이나 학습 데이터 확장 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최적의 한국 특화 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해 공개 일정을 미룬 것”이라고 말했다.

네카오 ‘신중론’ 펼칠 때…외산 플랫폼 ‘韓 진격’

네이버·카카오가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사이 외산 플랫폼의 국내 진격은 거세지고 있다. 구글은 챗GPT에 대응한 AI 챗봇 ‘바드’를 내놓았는데, 영어 다음의 지원 서비스로 한글을 선정했다. MS의 경우 자사 검색 엔진 ‘빙’에 챗GPT를 지난 2월 탑재한 바 있다. 이후 국내 검색 포털 점유율이 반등하는 등의 성과가 나타났다. 오픈AI는 챗GPT를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미국 시장에 우선 출시했다. 챗GPT 앱의 2차 출시 국가에 한국을 포함했다.

오픈AI는 또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초청으로 9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어 서비스 강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오픈AI 공동 창업자 그렉 브록만 회장은 “한국어 토큰 개수의 개선 계획이 있다”며 “영어 서비스를 원활히 작동하는 게 우선적 목표였으나, 지금은 한국어를 포함해 다양한 외국어 서비스에 대한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오른쪽), 그렉 브록만 오픈AI 회장이 9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K-스타트업과 오픈AI의 만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정두용 기자]

챗GPT는 한글보다 영어 데이터를 더 많이 학습했다. 이 때문에 한국어 답변을 처리하는데 영어보다 비용이 약 5배 더 소모된다. 영어 대비 한국어 답변 속도가 늦고, 부정확한 이유다. 한글로 질문해도 영어로 답변하는 것도 학습 데이터 차이에 기인한 현상이다. 한국어 답변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토큰 수를 낮추면 이 같은 현상이 해결될 수 있다.

IT업계에선 외산 플랫폼의 한국 시장 진격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네이버·카카오가 신중론을 펼치고 있는 배경으로 ‘구글의 사례’를 꼽는다. 구글은 챗GPT 등장 약 3개월 만에 AI 챗봇 ‘바드’를 공개했으나, 출시 행사에서 부정확한 답변을 내놓는 모습을 보였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능에 바드 공개 당일 회사의 주가가 약 8% 폭락하기도 했다. ‘챗GPT보다 못하다’란 인식을 극복하기 위해 구글은 지난 5월 초대규모 AI 언어모델 성능을 끌어올리고 서비스를 대폭 개선했다.

중국 1위 검색 포털 바이두 역시 ‘중국판 챗GPT’라며 어니봇을 공개한 바 있다. 어니봇 역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능을 보이며 포털 점유율 선두 자리를 챗GPT를 탑재한 MS 빙에 최근 내준 바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가 생성형 AI 서비스의 ‘섣부른 출시’로 이미지 하락 등의 피해를 본 글로벌 IT 기업의 사례를 의식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양사 모두 그간 축적한 한글 데이터가 방대한 만큼 차세대 AI 모델 출시를 서두르기보다 특화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더 공을 들이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만 네이버는 출시 일정 변경이 ‘개발 일정 차질’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하이퍼클로바X 개발은 현재 막바지 단계를 밟고 있다. 다양한 생성형 AI가 쏟아지는 만큼 ‘한국 시장 맞춤형 서비스 구현’을 위해 완성도를 높이는 중”이라면서도 “7~8월 출시는 개발 일정 차질 등의 이유가 아니라 ‘공개 방식’에 대한 고민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이퍼클로바X 개발과 이를 기반으로 한 서치GPT 마련은 당초 계획한 일정대로 순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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