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우크라이나 전쟁터 직접 찾은 프랑스인 한국 기업 대표가 한 일

다산네트웍스, 우크라이나 통신·전력망 재건 시범 사업 참여
나길주 유럽 총괄 대표, 우크라이나 방문해 기업 설명 진행
우크라이나 국가 전력 회사와 초고압 지중선 설비 구축 논의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항구 도시 오데사의 한 창고가 14일(현지시간) 까맣게 타 있는 모습.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밤사이 오데사 중심지에 있는 민간인 건물들을 공격해 최소 3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사진 AF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는 쑥대밭이 됐다.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통신·전력망부터 타격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에 따라 기반 인프라의 재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찮다. 물자를 조달하기도 어렵고, 자체 기술력도 부족해서다. 해외 기관·기업에 일정 부분 의존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전쟁터를 찾아 ‘재건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우크라이나를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 국가로 분류했다. 접촉 자체에 제한이 있단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은 한국 기업이 있다. 나길주(RA GilJoo) 다산네트웍스 유럽 총괄 대표는 전쟁터가 된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재건 사업 참여를 타진하기 위해서다. 그의 국적이 프랑스라서 가능했던 접근이다. 다산네트웍스는 나 대표가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자사 기술력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고 14일 밝혔다.

나 대표는 지난 7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국제에너지클러스터(International Energy Cluster) 연례 총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다산네트웍스의 통신장비 제조 능력은 물론 진행 중인 사업 전반에 대해 설명했다. 총회 전날에는 우크라이나 므콜라이우를 방문, 주지사인 비탈리 올렉산드로비치 킴(Vitaliy Oleksandrovich Kim)과 만났다. 그는 주지사와 함께 전쟁터가 된 현장에 필요한 인프라가 무엇인지 등을 살폈다. 이는 다산네트웍스의 우크라이나 통신·전력망 시범 사업 참여로 이어졌다.

나 대표는 또 안나 블라디미로브나 자마제예바(Hanna Volodimirivna Zamazєєva) 우크라이나 에너지 효율성 및 에너지 절약 국가기관(SAEE) 국장을 직접 만났다. 우크라이나 정부 측은 다산네트웍스에 모듈형 열병합 소형발전기의 공급 협력도 요청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환경에 적합한 목재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장비 공급을 제안했다고 한다. SAEE는 우크라이나의 실행부 기관으로, 에너지 효율성 및 에너지절약 분야에서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다.

다산네트웍스 관계자는 “자회사 중 발전기 부품(열교환기)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있지만, 발전기 전체를 제작하는 구조는 아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정부 요청에 따라 소형발전기 공급이 진행된다면, 다른 기업과 협력 사업 형태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길주 다산네트웍스 유럽 총괄 대표(왼쪽)와 안나 블라디미로브나 자마제예바 우크라이나 에너지 효율성 및 에너지 절약 국가기관 국장이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 다산네트웍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키이우 수도권 외곽지역 ▲하리키브 동부지역 ▲남부 므콜라이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다산네트웍스는 특히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 기관 ‘우크레네르고’(Ukrenergo)와 전쟁 피해가 심한 동·남부 국경 지역에 걸친 1000km 구간에 현대적 초고압 지중선 설비 구축을 논의하고 있다.

다산네트웍스는 우크라이나 현지 사정에 밝은 한국 기업으로 꼽힌다. 키이우 지역에 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통신·전력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사업을 영위해 왔다. 다산네트웍스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공대와 통신보안 연구소를 설립 설립하고 광통신 아카데미를 개최하는 등 지원 활동도 병행했다. 나 대표의 이번 방문은 기존에 형성된 네트워크가 있어 가능했던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산네트웍스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제에너지클러스터에도 참가하며 협력의 폭을 넓혔다. 2018년 6월에 설립된 국제에너지클러스터는 독일·우크라이나·리투아니아와 유럽연합(EU) 일부 국가가 참여하는 민간 단체다. 에너지 부문 기업들을 중심으로 ▲변전소 설계·건설 ▲수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시설 개발 ▲통신 시스템 등 영역에서 파트너십과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 9월 15일 우크라이나 에너지부와 에너지 인프라 재건을 위한 공동 조치에 합의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 재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산네트웍스는 국제에너지클러스터 정회원이다. 국내 전력선업체와 공동으로 우크라이나 남부의 므콜라이우주(州) 유럽연합규격 전력망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방공 변전소 및 5G 광통신망 시험사업의 참여도 협의 중이다.

나 대표가 참석한 총회는 국제에너지클러스터의 연례 행사 일환으로 진행됐다. ▲협회 구성원의 연간 사업 성과 보고 ▲기술·영업적 문제점 해결에 대한 발표 ▲공개토론 형식의 회의 등이 이뤄졌다.

나 대표는 “다산네트웍스는 전력망 및 통신망 재건 사업에 우선 참여하는 한편 계열사 디티에스를 통해 발전기 관련 협력도 검토할 계획”이라며 “향후 다양한 사업 협력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탈리 올렉산드로비치 킴 우크라이나 므콜라이우 주지사(왼쪽)와 나길주 다산네트웍스 유럽 총괄 대표. [사진 다산네트웍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28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일부구간 '경고 파업' 철회

2‘하늘길도 꽁꽁’ 대설에 항공기 150편 결항

3‘이재명 아파트’도 재건축된다…1기 선도지구 발표

4코스피로 이사준비…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 예비심사 신청

5‘3000억원대 횡령’ 경남은행 중징계….“기존 고객 피해 없어”

6수능 2개 틀려도 서울대 의대 어려워…만점자 10명 안팎 예상

7중부내륙철도 충주-문경 구간 개통..."문경서 수도권까지 90분 걸려"

8경북 서남권에 초대형 복합레저형 관광단지 들어서

9LIG넥스원, 경북 구미에 최첨단 소나 시험시설 준공

실시간 뉴스

128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일부구간 '경고 파업' 철회

2‘하늘길도 꽁꽁’ 대설에 항공기 150편 결항

3‘이재명 아파트’도 재건축된다…1기 선도지구 발표

4코스피로 이사준비…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 예비심사 신청

5‘3000억원대 횡령’ 경남은행 중징계….“기존 고객 피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