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 개발사, IPO 도전…재수생들의 전쟁 시작된다
온코크로스, 파로스아이 이어 IPO 준비 속도
SK가 찜한 스탠다임, 오는 2025년 상장 추진
R&D 재원 마련 목적…“성과가 상장 좌우할듯”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업이 연구개발(R&D)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잇따라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 대다수가 상장 재수생으로, 급변하는 투자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상장 전략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상장 재도전하는 온코크로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I 신약 개발 기업인 온코크로스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기 위한 첫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기술평가 심사기관에서 최근 기술성 평가를 시작하면서다. 기술특례상장은 당장 실적을 내기 어려운 기업이 정해진 기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2005년 국내 도입된 후 바이오 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데 발판이 됐다.
온코크로스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회사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2년 전에도 상장 절차를 밟은 적이 있다. 2021년 12월 이크레더블과 SCI평가정보에서 기술성 평가를 진행했고, 각각 A, BBB등급을 받아 심사 기준을 통과했다. 남은 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고 이를 승인받는 일뿐이었다.
그러나 온코크로스는 해가 바뀌어도 상장을 추진하지 않았다. 주식 시장이 빠르게 주저앉으며 IPO 일정을 다시 검토하기로 하면서다. 상장 전 자금을 미리 조달하기 위해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도 진행했으나, 온코크로스는 목표했던 자금 조달 규모를 채우지 못했다. 투자 시장에 예상치 못한 한파가 불며, 이 회사가 상장 절차를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온코크로스가 다시 한번 IPO를 진행하는 건 임상시험을 지속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해서다. 투자 시장은 여전히 좋지 않지만, 외부 상황인 만큼 감내해야 한다고 봤다.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는 “기술 심사를 통과하면 올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상장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기술평가 기준을 조정한 만큼, 우선 이번 기술 심사를 통과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파이프라인이 성패 가를까…성과 입증은 숙제
상장을 위한 디딤돌은 임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이 될 전망이다. 온코크로스는 AI 신약 개발 플랫폼으로 후보물질을 발굴,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선 후보물질은 근감소증을 비롯한 근육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OC514’다. 회사는 OC514의 다국가 임상 1상을 마친 후 현재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 중에서 AI 플랫폼을 활용해 후보물질을 발굴, 다국가 임상 1상을 끝낸 기업은 온코크로스뿐이다.
오는 2025년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스탠다임도 파이프라인을 강화해 IPO를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2021년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기술 심사를 받았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IPO 절차를 중단한 바 있다. 추연성 스탠다임 대표는 “올해 안으로 AI 플랫폼을 활용한 후보물질을 여러 건 발굴하고, 기존에 보유한 물질의 적응증을 확대해 임상 단계에 진입시킬 계획”이라며 “좀 더 좋은 결과를 들고 상장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했다.
AI 신약 개발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며 파이프라인 구축에 집중하는 건 한국거래소가 이들 기업에 실질적인 성과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투자(VC)사 관계자는 “AI 기술의 고도화나 진보성을 특정 기준으로 평가하긴 쉽지 않다”며 “AI 신약 개발 기업이 임상 진입과 기술 이전 등 성과를 실제 냈는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술력이 좋은 기업 중에서도 기술 이전과 임상 진입, 공동 연구 등을 추진한 기업을 골라 상장하도록 하는 분위기다. 지난 3월 코스닥 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AI 신약 개발 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PHI-101’을 개발하고 있다. 이 물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한 파이프라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파로스아이바이오가 단순히 AI 기술만 앞세웠다면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AI 신약 개발 기업과 후보물질을 공동 개발 중인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AI 신약 개발 기업의 강점은 다른 신약 개발 기업과 달리 물질 발굴과 신약 설계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작은 성공 사례를 여러 건 만들어 시장이 AI 신약 개발에 대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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