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1위서 ‘동네북’ 된 웨이브…티빙에 밀리고, 쿠팡에 치이고
티빙에 내준 토종 OTT 선두 자리…올해 초 쿠팡에도 밀려 3위
“매력 떨어진 지상파 3사 콘텐츠…대규모 투자에도 성과 미미”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강자’에 속하던 웨이브가 궁지에 몰렸다. 출범 후 오랜 시간 유지해 온 ‘토종 OTT 1위’란 타이틀은 지난해 티빙에 넘겨줬다. 최근에는 쿠팡플레이에도 밀리며 토종 OTT 3위로 주저앉았다.
국내 OTT 시장은 1강·3중·2약 구도를 그린다. MAU 기준 1100만명에서 1200만명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독보적인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넷플릭스 뒤를 이어 400만~500만명의 MAU를 확보한 토종 OTT 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가 2위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콘텐츠 공룡’ 월트디즈니가 운영하는 디즈니플러스(200만명)나 국내 유일의 OTT 스타트업 왓챠(80만명)는 비교적 경쟁에서 뒤처진 모습이다.
웨이브는 2019년 9월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KBS·SBS·MBC)가 손잡고 설립한 콘텐츠웨이브가 운영하는 OTT 플랫폼이다. 지상파 3사가 제작한 콘텐츠를 장소·시간 제약 없이 볼 수 있다는 매력을 무기로 출시 후 꾸준히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넷플릭스에 이어 국내 시장 2위, 토종 OTT 중에선 선두를 오랜 시간 유지한 배경이다.
웨이브 MAU는 직접 경쟁사로 꼽히는 티빙·쿠팡플레이를 압도해 왔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웨이브 MAU는 463만명을 기록했다. 티빙(315만명)·쿠팡플레이(152만명)와 큰 격차를 보였다.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같은 구도는 유지됐다. 티빙·쿠팡플레이가 외연 확장에 성공하면서 웨이브와의 차이를 크게 좁혔으나, 순위를 뒤집진 못했다. 2022년 6월 기준 MAU는 ▲웨이브 423만명 ▲티빙 402만명 ▲쿠팡플레이 373만명 순으로 집계됐다.
웨이브가 토종 OTT 선두에서 내려온 건 2022년 9월이다. 당시 티빙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18만명으로, 이 기간 413만명을 기록한 웨이브를 처음으로 눌렀다.
국내 OTT 시장이 판도가 전반적으로 달라진 것도 이때를 기점으로 한다. 티빙 모기업은 ‘콘텐츠 명가’로 불리는 CJ ENM이다. 티빙은 모회사와 손잡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대거 확보, 두드러진 가입자 순증 성과를 써냈다. 쿠팡 역시 가입자를 대상으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료 구독 상품 ‘와우멤버십’의 성장과 쿠팡플레이의 콘텐츠 강화 전략이 맞물리며 외연 확장을 이뤘다.
토종 OTT 1위에 오른 티빙은 지난해 12월 ‘굳히기’ 전략도 시행했다. KT의 OTT 시즌을 흡수합병하면서 몸집을 불린 것. 시즌을 품은 티빙의 2022년 12월 기준 MAU는 490만명으로 집계됐다. 웨이브는 이 기간 408만명에 그쳤다. 조금씩 차이가 나던 격차가 ‘따라잡기 힘든 수준’으로 벌어졌다.
웨이브가 쿠팡플레이에도 밀린 시점은 올해 1월이다. 쿠팡플레이 MAU는 2021년 1월 43만명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439만명으로 약 10배 성장했다. 티빙은 이 기간 515만명을 기록, 토종 OTT 중 처음으로 ‘500만명 돌파’란 성과를 올렸다. 반면 웨이브는 401만명으로, 토종 OTT 중에서 유일하게 사용자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5월 기준 MAU는 ▲티빙 514만명 ▲쿠팡플레이 431만명 ▲웨이브 392만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2년 간 웨이브는 토종 OTT 중 유일하게 사용자 수가 뒷걸음질 쳤다.
콘텐츠에 2000억원 쏟아부었지만…효과 ‘글쎄’
한때 ‘넷플릭스 대항마’로도 불렸던 웨이브는 현재 ‘MAU 400만명’도 지키지 못하며 부진한 모습이다. 수익성도 이에 따라 악화일로다. 웨이브가 공시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연간 기준 영업손실은 1216억8116만원으로 나타났다. 2021년 558억2223만원에서 적자 폭이 크게 증가했다.
적자폭 확대의 주된 이유로는 콘텐츠 투자비의 상승이 꼽힌다. 콘텐츠웨이브는 지난해에만 콘텐츠 원가로 2110억8153만원을 썼다. 2021년 1451억8996만원과 비교해 45.4%를 더 투입한 셈이다. 그러나 투자 효과는 크지 않았다. 2022년 매출은 2735억2758만원으로, 전년 대비 18%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OTT 시장의 경쟁력은 콘텐츠 수급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웨이브는 출범 초기 지상파 3사 콘텐츠로 차별화를 이뤘으나, 약 4년이 지금에는 이 장점이 희미해졌단 평가가 나온다. 지상파 3사 별로 유튜브 등에 자사 콘텐츠 일부를 유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MZ세대를 중심으로 볼거리 수요가 인터넷 실시간 방송 등으로 옮겨가면서 TV 콘텐츠 자체에 관심도가 하락하는 양상이다.
콘텐츠웨이브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 콘텐츠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웨이브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발굴에도 공을 들였다. 문제는 콘텐츠 원가를 지난해 전년 대비 45% 넘게 투입했음에도 뚜렷한 ‘킬러 콘텐츠’를 내놓지 못했다는 데 있다. 최근 드라마 ‘약한영웅’이나 예능 ‘피의 게임2’ 정도를 제외하곤 흥행한 프로그램을 찾기 어렵다.
티빙이 ▲유미의세포들 시즌2 ▲술꾼도시여자들2 ▲아일랜드 ▲서울체크인 ▲여고추리반2 ▲환승연애2 등을 통해 좋은 성적을 거둔 것과 사뭇 대조된다. 특히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은 경우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장편 경쟁 부문 ‘각본상’(Best Screenplay)을 수상하기도 했다.
쿠팡플레이는 ‘SNL코리아’란 간판급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또 스포츠 단독중계를 지속해 넓히고 있고, 최근에는 인기 영화 최신 시리즈 ‘존윅 4’를 한정적으로 공개하는 등 색다른 시도로 가입자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OTT업계 관계자는 “웨이브는 그간 ‘노력하지 않아도’ 지상파 3사 콘텐츠를 무기로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으나, TV 콘텐츠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하락세를 보인 것”이라며 “킬러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 모습이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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