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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해서 버는 ‘최저임금’보다 높다니...실업급여 ‘역전현상’ 심화 [임무송의 시사논평]

“최저임금과 실업급여 간 연동제 폐지해야”
실업급여 수급요건, 수급자 취업 촉진에 초점

구직급여는 나이와 일한 기간에 따라 최소 120일분에서 최대 270일까지 받을 수 있다. 사진은 30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위해 상담을 받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임무송 인하대 초빙교수·일자리연대 운영위원장]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를 많이 준다면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실업급여는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실직한 경우 고용보험기금에서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로서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으로 나뉜다.

구직급여는 나이와 일한 기간에 따라 최소 120일분에서 최대 270일까지 받을 수 있다. 지급액은 실업 직전 평균임금의 60% 수준으로 1일 상한액은 6만6000원(월 198만원)이며, 실업급여가 최저임금의 80%에 미달하면 하한액(1일 6만1568원, 월 184만7040원)을 지급한다. 

문제는 최저임금(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201만580원)에서 4대 보험료와 세금을 공제하면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 실수령액(월 180만4339원)보다 많게 된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163만1000명 가운데 하한액 적용자는 73.1%였고, 소득보다 실업급여가 많은 사람이 전체 수급자의 27.8%에 달했다. 

일해서 버는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 받는 게 낫다니, 도대체 왜 이런 ‘역전 현상’이 발생할까? 최저임금 연동제와 실업급여 하한액 때문이다. 실업급여 상한액은 3년마다 고시로 결정되는 반면, 최저임금의 80%로 연동된 하한액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자동적으로 오른다. 최저임금의 80% 기준은 당초 90%였으나, 문 정부에서 최저임금 급등으로 실업급여 하한액이 상한액보다 많게 되는 희한한 현상이 발생하자 부랴부랴 낮춘 것이다. 

실업급여 하한액, OECD 18개 국가 중 1위

실업급여 하한액 자체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경제협력기구(OECD)가 집계한 2022년 40세 근로자 평균 임금 대비 실업급여 하한액은 44.1%로 조사대상 18개국 중 1위이다. 네덜란드(39%), 프랑스(26.0%), 일본(22.0%), 미국(12.0%)보다 높고, 노르웨이, 독일, 캐나다는 하한액 자체가 없다. 급기야 OECD는 2022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실업급여 수급액이 순 최저임금보다 많은 유일한 회원국으로 수급자가 최저임금 일자리 취업 시 소득 손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일자리 정보 게시판에 실업급여 신청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실제로 노동시장을 보면 최소 고용보험 가입기간 180일만 채우면 ‘권고사직’ 처리를 요구하며 일을 그만두고 3개월 이상 최소 185만원 구직급여를 받는 ‘반복수급자’가 줄을 잇고, 형식적으로 구직등록을 하고 면접장에는 나타나지 않는 ‘무늬만 구직자’가 부지기수다. 

이 같은 문제점이 실업급여 수급기간 연장, 지급액 인상 등과 결합되면서 고용보험기금이 고갈됐다. 2017년 10조 2544억원에 달했던 기금 적립금은 급격한 지출 증가로 2020년부터 3년간 공적자금기금에서 빌린 10조 3049억원을 고려하면 2022년 실질적 잔고는 마이너스 3조 9670억원이였다. 문 정부는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역대 최초로 임기 중 두 차례 고용보험료를 인상했으나, 터진 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재정 상황과 효과 평가를 소홀히 한 지출 확대의 부작용은 고용보험기금 재정 악화에 그치지 않고, 도덕적 해이와 근로 의욕 감퇴를 초래한다. 현 정부가 올해 1월 27일 실업급여 개선을 포함한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사람과 일을 이어주는 고용서비스 혁신이 강화돼야 한다. 고용보험제도부터 근로의욕 제고와 취업 촉진에 초점을 맞춰 정비돼야 한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위해 안으로 향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고용보험제, 근로의욕 제고·취업 촉진에 초점 맞춰야”


첫째, 최저임금과 실업급여 간 연동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실업급여 상한액과 마찬가지로 하한액도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실업급여가 고용친화형으로 바뀌어야 수급자의 노동시장 참여가 촉진되고 단기계약 반복 수급도 제어할 수 있다. 

둘째,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보험 가입기간, 실업급여 수준과 기간 등 수급요건 강화도 수급자의 취업 촉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실업의 책임을 구직자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수급자의 구직의무와 직업상담 강화의 실효적 이행을 담보할 방책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구직자와 국가가 ‘상호의무계약’을 체결해 취업알선과 직업훈련 참여 등을 거부하고 실질적인 구직노력을 게을리하면 지급정지 또는 감액 등 제재를 적용하는 것이다.

불성실 수급자에 대한 제재가 수용되려면 고용센터가 소개하는 일자리가 개선돼야 한다.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보호가 약화되지 않도록 개인별 실질심사, 개별연장급여 활성화 등의 보완조치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셋째, 고용센터를 비롯한 공공고용서비스를 혁신해야 한다. 2022년 말 현재 5000명이 넘는 인력이 배치되어 있지만 취업 실적은 저조하다. 2022년 구직급여 수급기간 중 재취업률은 30%를 밑돌고, 직업훈련 수료자의 취업률도 내일배움카드제는 50%대,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은 70% 안팎에 그쳤다.

상담인력 부족을 극복하면서 취업 성과를 높이려면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구직자 프로파일링과 조직 혁신이 필수이다. 취업알선부터 보조금 집행까지 고용센터의 이질적이고 복합적인 업무를 모두 고용노동부 소속 특별지방행정기관 업무로 두는 것이 효과적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04년 노무현 정부가 고용서비스 선진화를 추진할 때 준거로 삼았던 독일은 그 이후에도 개혁을 멈추지 않았다. 실업수당 수급자의 적극적 구직활동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를 법률에 명시했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프로파일링-목표설정-취업전략설정-실행·모니터링’ 등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고용과 복지를 연계한 원스톱 ‘잡센터’에서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우리나라도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연초에 발표했지만 노동개혁에 밀렸는지 정부의 힘이 실리는 것 같지 않다. 

정부가 역점과제로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노동과 고용을 연계한 통합적인 고용노동전략이 필요하다. 그 출발은 사회복지 급여보다는 열심히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이 유리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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