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파우더 쌓인 사모펀드…본격 소진 나선다
[기지개 켜는 사모펀드] ①
MBK·한앤코·IMM 등 펀드 미소진 자금 남아
신규 펀드 조성 앞두고 직전 펀드 소진 부담
국민연금·캠코·산은 등 대형 출자사업 경쟁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움츠렸던 사모펀드(PEF)들이 다시금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투자와 매각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드라이파우더 소진을 위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여파로 투자 집행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던 PEF 운용사들이 그간 쌓인 자금력으로 하반기 펀드 소진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소진해야 할 드라이파우더가 있는 대형 PEF들이 대기하고 있고 펀드 만기가 다가오면서 PEF가 보유한 포트폴리오 매물도 시장에 나오고 있다.
드라이파우더는 벤처키패털(VC)이나 PEF가 투자 목적으로 출자를 받았으나 아직 투자집행은 이루어지지 않은 미사용 자금을 말한다. 당장 투자에 사용할 수 있어 업계에선 ‘총알’로 자주 비유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신규 펀드를 조성하기 이전에 직전 펀드를 어느정도 소진해야 자금 출자를 받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펀드 결성 후 4~5년 이내에 드라이파우더가 쌓이면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MBK파트너스 조 단위 드라이파우더 보유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드라이파우더는 5조에 육박하며 한앤컴퍼니와 IMM PE의 미소진 자금 역시 각각 7600억원, 1700억원가량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MBK파트너스는 주요 기관투자자들에게 투자 방향 등을 설명하는 연례 서한을 발송하며 “여전히 40억 달러(5조2400억원)이상의 드라이파우더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가장 많은 드라이파우더를 보유한 MBK파트너스는 국내 여러 빅딜들에 이름이 언급되며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MBK파트너스는 메디트(2조4600억원), 오스템임플란트(2조2000억원) 등 대형 투자에 나섰던 만큼 후속 투자에 기대가 모아진다.
MBK파트너스는 ‘MBK파트너스 6호’ 펀드 조성을 앞두고 있다. 직전 펀드였던 5호 펀드가 8조원 규모로 조성됐기 때문에 신규 펀드는 규모가 커진 1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9년 결성한 3조8000억원 규모의 3호 블라인드펀드를 대부분 소진해 현재 드라이파우더가 7600억원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한앤컴퍼니는 연내 4호 신규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선 만큼 직전 펀드인 3호 블라인드펀드 소진에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는 최근 현재 모집중인 4호 블라인드펀드의 자금을 활용해 기업 인수에도 뛰어들었다. 지난 9일 한앤컴퍼니는 미용 의료기기 업체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루트로닉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한앤컴퍼니가 이번 인수에 이용한 4호 블라인드펀드는 최근 2조5000억원 이상의 규모로 1차 클로징을 마무리했다. 4호 블라인드펀드는 32억달러(약 4조2000억원) 규모를 목표로 현재 펀드레이징을 진행 중이다.
이전 펀드들과는 달리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등 국내 LP들로부터 출자를 받아 조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앤컴퍼니는 현재 국민연금이 진행하는 8000억원 규모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에도 뛰어들어 IMM프라이빗에쿼티(PE), VIG파트너스 등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IMM PE는 직전 4호 블라인드 펀드인 ‘로즈골드 4호’ 펀드에 드라이파우더가 1700억원 정도 남아 있다. 2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 블라인드 펀드 로즈골드 5호 결성에 한창인 IMM PE는 지난해 8000억원 규모로 1차 클로징을 마무리했다. 5년만에 국민연금 정기 출자에 도전장을 내민 IMM PE는 쇼트 리스트에 선정되며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EF가 운용하는 펀드에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자금이 많이 남아있을 경우 출자자(LP)들이 출자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대형 운용사들의 신규 펀드 조성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 내 추가 투자를 단행해 드라이파우더를 소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하락, 투자·인수 최적의 기회로 작용
PEF 운용사들의 드라이파우더가 쌓인 것은 경기침체로 인한 불확실성이 크고 전반적인 업황이 좋지 않아 보수적으로 투자를 집행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때 치솟았던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을 고려해 거품이 빠질 때까지 시기를 기다린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경기 둔화로 인해 나타난 밸류에이션 하락이 오히려 투자자 입장에선 기업 인수를 위한 최적의 기회로 작용될 수 있단 설명이다.
삼일PwC가 발표한 ‘2023년 글로벌 M&A 트렌드:산업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의 현금이 마르면서 기존보다 몸값을 낮춰 투자를 받는 다운라운드(Down Round)와 기업 인수·합병 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보고서는 “높은 이자율과 자금시장 경색으로 투자활동이 다소 둔화됐던 PE들이 올해는 신규 투자를 재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민연금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업은행 등 대규모 출자자들의 신규 출자사업이 재개되면서 PEF들의 투자 움직임에 활기를 더한다. 예년에 비해 완화된 수준이지만 아직까진 펀드 출자에 보수적인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출자기관들이 움직임으로써 다른 금융기관들도 출자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연금은 8000억원 규모로 출자하는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PEF 부문 쇼트 리스트에 6곳의 운용사를 선정했다. 여기엔 한앤컴퍼니와 IMM PE, VIG파트너스, 맥쿼리자산운용, 어펄마캐피탈, BNW인베스트먼트가 이름을 올렸다. KDB산업은행은 총 7736억원을 출자하는 혁신성장펀드 쇼트 리스트에 18개 운용사를 선정했다. 6월 중 1차 2조3000억원 규모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성장금융으로부터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운용 권한을 넘겨 받은 캠코는 최근 15곳의 운용사를 쇼트 리스트로 선정하고 이달 중 최종 선정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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