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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밥·라면’ 굴욕에도 ‘프리미엄’ 고집…하림의 ‘중꺾마’ [브랜도피아]

2021년 론칭한 하림산업 ‘The미식’ 브랜드
장인라면 2200원, 유니자장면 4000원 등 고가
지난해 최대 규모 적자, 프리미엄 전략 실패 지적
소비자 외면에도 “좋은 재료써, 비싼 것 아냐”

이정재 배우는 더미식 브랜드 모델로 3년째 활동하고 있다. [사진 온라인 캡쳐]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이제 ‘창렬하다’ 대신 ‘하림하다’라고 써야겠어요.”

‘The미식’(더미식) 브랜드로 ‘프리미엄’ 전략을 밀고 있는 하림이 최근 비빔면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에 출시한 ‘더미식 비빔면’ 가격은 편의점 판매가 기준 봉지당 1500원, ‘더미식 메밀비빔면’은 1700원으로 타사 제품보다 많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앞서 선보였던 장인라면과 즉석밥도 높은 가격으로 한 자릿수 시장 점유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도 하림의 프리미엄 고집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홍국 회장 딸 김주영 상무, 하림푸드 사내이사 사임…“더미식과 관계없어”

지난 2021년 'The미식 장인라면'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직접 신제품을 소개했다. [사진 하림]
더미식 시리즈는 하림이 출시한 식품 브랜드로, 2021년 10월 15일 ‘더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하면서 처음 공개됐다. 더미식 브랜드는 하림산업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녀 김주영 상무이사가 해당 브랜드를 주도해 총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김 상무가 최근 하림푸드 사내이사 자리에서 돌연 사임하면서 더미식 브랜드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림지주 측은 “더미식 성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펫푸드와 식품사업 등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사임한 것”이라며 “김 상무는 더미식 브랜드 비전을 제시하고 마케팅 지원 정도의 역할을 수행해왔고, 앞으로도 동일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상무의 사임이 더미식 실패 책임론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그동안 더미식 시리즈로 출시된 제품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더미식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장인라면이 처음 출시됐을 땐 배우 이정재가 브랜드 모델을 맡아 ‘이정재 라면’으로 주목받았지만, 편의점 기준 봉지당 2200원이란 높은 가격과 그에 비해 평범한 맛으로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기준 업계 시장 점유율은 1%대에 불과했다.

하림산업은 더미식 브랜드로 즉석밥 시장까지 진출하며 ‘The미식밥’ 11종을 선보였다. [사진 하림]
이후 하림산업은 더미식 브랜드로 즉석밥 시장까지 진출하며 ‘The미식밥’을 선보였다. 하지만 더미식밥도 장인라면과 마찬가지로 경쟁사 제품들보다 높은 가격에 ‘네거티브 마케팅’ 논란까지 더해지며 5%의 점유율이란 아쉬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더미식밥은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았다’는 식의 마케팅 포인트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하림은 2021년 3월 이미 한 차례 즉석밥 ‘순밥(순수한 밥)’을 출시했지만 당시에도 ‘집에서 밥을 지을 때도 첨가제를 넣나요?’라는 홍보문구를 사용해 경쟁업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기존 즉석밥에는 들어가서는 안 될 첨가물이 들어있고, 하림 제품엔 들어있지 않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 순밥은 결국 단종됐다.

‘더미식 유니자장면’도 출시해 짜장라면 시장에도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해당 제품 가격은 1인분 기준 약 4000원으로, 진짜장·짜왕 등 경쟁사 프리미엄 제품과 비교해 두 배 비싸게 출시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경쟁사보다 2~3배 비싼 가격에 소비자 외면, 적자까지…“아직은 투자할 때”

하림산업은 지난 3월 3800원짜리 컵라면 ‘챔라면’을 출시했다. [사진 하림, 온라인 캡쳐]
그동안 출시한 더미식 시리즈가 시장에서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데도 하림의 프리미엄 고집은 계속되고 있다. 하림은 지난 4월 코리안 스트릿푸드 전문 브랜드 ‘멜팅피스’를 론칭했다. 멜팅피스는 튀김, 핫도그 등 한국인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들로 구성돼 있다. 이 역시도 프리미엄 전략으로 모둠 튀김 1봉지에 1만원으로 가격이 형성됐다.

지난 3월엔 3800원짜리 컵라면 ‘챔라면’을 출시했다. 챔라면은 라면에 하림이 제조·판매하는 닭가슴살 통조림 햄 ‘챔’을 더한 것이 특징으로, 시중 컵라면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약 2~3배 높다. 온라인상에선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후기가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챔라면의 홍보 사진과 실제 사진을 함께 올리며 “장인라면 실패에도 또 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며 “이제 창렬하다 대신 하림하다고 써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림산업은 지난해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7% 증가했지만, 868억원의 영업손실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적자를 떠안았다. 적자 규모는 2021년보다 279억원 이상 커졌다. 

업계에선 하림의 프리미엄 정책이 적자를 키웠다는 분석을 내놓지만, 하림 측은 ‘높은 품질을 고려하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자사 제품은 첨가물 없는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면이 건면이며, 국물 같은 경우에도 20시간을 우린 것을 사용하는 등 내부적으론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좋은 재료로 재구매율을 높이자는 전략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적자 규모가 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더미식 브랜드는 출시된 지 만 2년도 안 돼 아직 시작 단계이고,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투자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며 “브랜드 홍보를 위해 소비자 체험 및 시식 마케팅을 활발히 했고 그 결과 재구매율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어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시장 안착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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