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수주 잔고’ 조선사…‘러시아發 수주’ 여파는
중재 휘말린 한화오션…프로젝트 미완료 삼성重
최소 3년 치 일감 확보…“대세에 지장 없다” 자신감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가 올해 1분기 말 기준 무려 100조원이 넘는 수주 잔고를 보유하는 등 사실상 초호황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 제재로 일부 조선사들은 러시아 선주사에 제때 선박을 인도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에선 “초호황에 진입한 조선사 실적 개선에 러시아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도 있는데, 최소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보유한 조선사들은 “러시아 문제가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조선업 호황’이란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잔고 규모는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HD한국조선해양의 1분기 말 연결기준 수주 잔고는 63조4323억원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준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수주 잔고는 각각 28조6434억원, 28조2289억원으로 나타났다. 조선사 관계자는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최소 3년 치의 일감을 보유 중인 상황”이라며 “충분한 일감 확보를 통해 수익성 높은 선박만 골라서 수주하는 환경이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들어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량은 감소하고 있는데, 선박 건조 비용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한국 조선사의 선박 수주량은 474만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765CGT)보다 38% 감소했다. 반면 5월 말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70.1을 기록, 지난해 5월 말보다 무려 10.03p 상승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1월 기준 선박 건조 비용을 100으로 정하고, 매달 가격을 비교해 매기는 수치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선박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드릴십과 다르다”…LNG 쇄빙선 재매각 ‘자신감’
“국내 조선사들이 초호황에 진입했다”는 분석에 이견이 없는 가운데, 일부에선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 제재 여파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화오션은 2020년 러시아 선주사와 LNG(액화천연가스) 쇄빙선 3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으나, 제때 잔금을 받지 못해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러시아 선주사 3곳은 손해배상을 주장하며 한화오션을 상대로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에 중재를 제기했다. 청구 금액은 1조1599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러시아 프로젝트와 관련해 총 15척의 LNG 쇄빙선을 건조하는 계약을 따냈는데, 이 중에 3척만 인도한 상태다. 2척에 대한 인도 시점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10척에 관한 건조는 중단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조선업계 일부에선 “과거 선주사의 일방적 계약 해지로 드릴십(원유 시추선)을 떠안아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LNG 쇄빙선도 이른바 ‘악성 재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내 조선사들은 “지나친 우려”라고 선을 그었다. 조선사 관계자는 “선주사가 저유가 여파로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하자 드릴십 건조 계약을 일방 해지한 것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제때 대금을 받지 못해 조선사가 계약을 해지한 것은 전혀 다르다”며 “조선업 불황 시기 드릴십 매각에 난항을 겪었지만, 조선업 호황인 지금 시점에서는 LNG 쇄빙선 재매각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선사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LNG 쇄빙선을 구매할 선주사를 찾을 때까지 다른 선박 먼저 건조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며 “러시아 문제가 호황기를 맞은 조선업의 흐름을 바꿀 정도의 변수는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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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잔고 규모는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HD한국조선해양의 1분기 말 연결기준 수주 잔고는 63조4323억원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준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수주 잔고는 각각 28조6434억원, 28조2289억원으로 나타났다. 조선사 관계자는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최소 3년 치의 일감을 보유 중인 상황”이라며 “충분한 일감 확보를 통해 수익성 높은 선박만 골라서 수주하는 환경이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들어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량은 감소하고 있는데, 선박 건조 비용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한국 조선사의 선박 수주량은 474만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765CGT)보다 38% 감소했다. 반면 5월 말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70.1을 기록, 지난해 5월 말보다 무려 10.03p 상승했다.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988년 1월 기준 선박 건조 비용을 100으로 정하고, 매달 가격을 비교해 매기는 수치다. 이 지수가 100보다 크면 선박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드릴십과 다르다”…LNG 쇄빙선 재매각 ‘자신감’
“국내 조선사들이 초호황에 진입했다”는 분석에 이견이 없는 가운데, 일부에선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 제재 여파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화오션은 2020년 러시아 선주사와 LNG(액화천연가스) 쇄빙선 3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으나, 제때 잔금을 받지 못해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러시아 선주사 3곳은 손해배상을 주장하며 한화오션을 상대로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에 중재를 제기했다. 청구 금액은 1조1599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러시아 프로젝트와 관련해 총 15척의 LNG 쇄빙선을 건조하는 계약을 따냈는데, 이 중에 3척만 인도한 상태다. 2척에 대한 인도 시점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10척에 관한 건조는 중단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조선업계 일부에선 “과거 선주사의 일방적 계약 해지로 드릴십(원유 시추선)을 떠안아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LNG 쇄빙선도 이른바 ‘악성 재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내 조선사들은 “지나친 우려”라고 선을 그었다. 조선사 관계자는 “선주사가 저유가 여파로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하자 드릴십 건조 계약을 일방 해지한 것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제때 대금을 받지 못해 조선사가 계약을 해지한 것은 전혀 다르다”며 “조선업 불황 시기 드릴십 매각에 난항을 겪었지만, 조선업 호황인 지금 시점에서는 LNG 쇄빙선 재매각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선사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LNG 쇄빙선을 구매할 선주사를 찾을 때까지 다른 선박 먼저 건조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며 “러시아 문제가 호황기를 맞은 조선업의 흐름을 바꿀 정도의 변수는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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