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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값 인상 자제 당부한다지만”…1ℓ ‘3000원’ 시대, 아이스크림·커피값도 오르나

8월부터 우유 1ℓ 소비자가 ‘3000원’ 시대 현실화
정부 “원유가격 인상...물가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식품업계, 물가압박 호소...“원가부담에 경영악화”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중인 우유 제품 이미지.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낙농가와 유업계가 내년도 원유(原乳·우유의 원재료) 가격 협상에 들어가면서 우유 1리터의 소비자가격 ‘3000원’ 시대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원유 가격 인상으로 관련 유제품의 가격도 덩달아 상승할 수밖에 없어 ‘밀크플레이션(원윳값 상승이 커피, 빵 등의 가격 상승을 이끄는 현상)’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우려에 정부가 가격인상 제동에 나섰는데, 식품기업들은 인건비와 물류비 등 원자재값이 오른데다 여전히 가격 인상 요인이 존재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낙농가·유업계, 원유 가격 협상...8월부터 우유 1ℓ ‘3000원’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이달 9일부터 통계청 생산비를 바탕으로 원유가격을 조정하기 위한 협상소위원회를 구성해 협상을 진행중이다. 통계청은 지난달 26일 지난해 우유생산비가 리터당 958.71원으로 전년 대비 115.76원(13.7%) 올랐다고 발표했다. 우유생산비 증가액 중 70.1%는 사료비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생산자, 수요자, 소비자 등 각계와의 논의를 통해 생산비만 반영해 원유가격을 결정하던 기존의 원유가격 결정체계를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반영해 결정하도록 개선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부터는 원유 ℓ당 69∼104원 범위에서 가격이 인상될 예정이다. 이는 제도 개편 전 ℓ당 104∼127원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축소됐다. 제도 개편으로 원유 가격을 ℓ당 최대 58원 인하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우유값 인상 자제 당부한다지만”…1ℓ ‘3000원’ 시대, 아이스크림·커피값도 오르나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지난해 상승한 생산비를 올해 반영해야하는 상황이므로 원유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와 달리 국내 농가의 생산비가 1년 또는 2년 뒤늦게 원유가격에 반영되는 가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상승한 생산비를 농가가 모두 감내해온 셈인데, 농가의 어려움을 일부라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해 어느 정도의 원유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사료비 인상 등으로 농가의 우유 생산비도 13.7% 상승한 반면, 농가의 젖소 마리당 소득은 23.3% 감소했다.

정부, ‘흰 우유’ 인상 자제 당부...“낙농산업 어려움 초래”

이러한 이유에도 정부는 원유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흰 우유 등 유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간담회를 통해 유업체들과 협력해나가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농식품부 측은 “흰우유 소비가 지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원유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져 낙농산업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생산자와 수요자는 물가 상황뿐만 아니라 낙농산업의 미래를 고려해 원유가격 협상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식품제조 업종별 원재료의 제조원가 비중도 공개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빵류 58.8%, 과자류 59.4%, 면류 61.5%, 커피·코코아 65.1%, 음료류 53.8%, 제분 73.5%, 제당 65.5%, 식용유지 78.4% 등이다. 가공품과 아이스크림류를 제외하면 주요 식품류의 국산 우유 사용률이 낮아, 원유가격 인상이 가공식품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거란 분석이다. 


식품업계, 물가압박 호소...“원가부담에 경영악화”


아이스크림, 커피 등 식품업계는 정부의 물가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 및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원유를 제외한 제반 비용이 큰 폭으로 올라 원가 부담이 높아졌다는 토로다.

실제 지난해 원유 가격이 1L당 49원 인상되자 빙그레는 메로나와 비비빅 등 아이스크림 가격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렸다. 중저가 커피의 대표 주자인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4년 만에 카페라테를 3700원에서 4200원으로 인상했다. 인기 메뉴인 토피넛라테는 4000원에서 4200원으로 올렸다. 메가커피는 지난해 카페라테를 2700원에서 2900원으로 올리는 등 일부 메뉴의 가격을 200~300원씩 조정했다. 커피빈코리아는 올해 1월 우유가 포함된 음료의 가격을 200원씩 올린 바 있다. 

빙과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주요 원재료 가격이 내려가긴 했지만, 인건비·물류비 등의 부담은 여전하다”며 “주재료인 원유를 포함해 설탕 값도 1㎏ 기준 2018년에 비해 21.5%나 뛰었는데 가격 인상분을 반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오르면 시판 우유 가격도 덩달아 올라 원가 압박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우 가성비 정책을 내세우며 많이 팔수록 많이 남기는 ‘박리다매 전략’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원가 압박이 커지면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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