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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진단부터 신약 개발까지…‘개르신’ 치매 시장 노리는 K-바이오

반려견 치매 치료제 개발한 지엔티파마
대웅펫, 넥스모스 손잡고 임상 진입 속도
개발 기간 짧고 비용 적어…시장 매력 ↑

반려견의 기대 수명이 높아지면서, 이들이 앓는 다양한 퇴행성 질환을 향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반려견의 기대 수명이 높아지면서 각종 질환에 노출되는 반려견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반려견이 오래 살 수 있다고 해서 노화도 느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 든 반려견이 앓을 수 있는 질환으로는 ‘인지 기능장애 증후군’(Canine 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이 대표적이다. 반려견의 뇌가 나이 들며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사람의 ‘치매’와 증상이 비슷하다.

미국의 수의학협회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살 이상인 반려견의 15%는 인지 기능장애 증후군을 나타냈다.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14%에서 60%로 다양했으나 반려견이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은 높아졌다. 11~12살인 반려견은 28%가, 15~16세인 반려견은 68%가 인지 기능장애 증후군을 앓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오래 키운 반려견이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방향 감각을 잃는다면 인지 기능장애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인지 기능장애 증후군을 앓는 반려견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실내를 돌아다니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인지 기능장애 증후군을 빠르게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지 기능장애 증후군을 노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세계 여러 기업이 반려견의 치매를 조기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지엔티파마가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인지 기능장애 치료제 ‘제다큐어’(성분명 크리스데살라진)를 출시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전국 1600여 개 동물병원에 제다큐어를 공급하고 있으며 해외에 이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임상시험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엔티파마는 연세대 생명과학부에서 교수를 지낸 곽병주 대표가 1998년 창업했다. 이 회사는 개발 초기 크리스데살라진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개발하려 했으나 반려견 대상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확보하며 연구개발 방향을 틀었다. 이후 2021년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제다큐어를 동물의약품으로 승인받았고 유한양행과 이 제품을 국내 판매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인 넥스모스도 반려견을 위한 인지 기능장애 증후군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가 보유한 디옥시리보핵산(DNA) 압타머 복합체인 ‘NXP031’를 인지 기능장애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넥스모스는 대웅제약의 동물용 의약품 개발 기업인 대웅펫과 함께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독성시험과 유효성 평가시험 등 비임상 시험을 마쳤고 내년 중 임상시험에 진입하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인지 기능장애 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도 있다. 반려동물 스타트업인 키베이직은 현재 인지 기능장애 증후군을 진단하는 기기를 개발 중이다. 반려견의 콧물에서 얻은 단백질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이용해 반려견이 인지 기능장애 증후군을 앓고 있는지 확인하는 진단키트다. 기존에는 수의사가 반려견의 행동을 살펴보고 주관적으로 인지 기능장애 증후군을 진단했으나 진단키트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치매 진단이 가능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동물의약품 시장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장보다 작다. 그러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적고 인허가 절차도 단순해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인지 기능장애 증후군은 알츠하이머병과 질환의 발병 원인이 비슷하다고 알려져 일부 신약 개발 기업들이 반려동물 의약품을 우선 개발하는 추세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동물의약품도 함께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사람과 동물 모두 치매는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needs)가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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