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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라면, 유럽에선 파스타가 문제…세계 곳곳서 터지는 ‘면 가격’ 논란

유럽 파스타 제조사들 제품 가격 인하 압박
이탈리아 파스타 가격 14% 올라
영국·독일·프랑스 파스타 가격도 20%대 상승
‘밀 가격 하락, 소비자 가격 적용엔 시간 소요“

유럽에서 파스타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티이미지]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국내 라면업체들이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받은 가운데 유럽에서는 파스타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아 시민들의 분노가 이어졌지만, 제조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유럽 파스타 제조사들이 제품 가격 인하 압박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아 시민들의 ‘파스타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FT에 따르면 지난달 이탈리아의 파스타 1㎏당 가격은 전년 대비 14% 올랐고, 지난 4월 기준으로는 헝가리의 파스타 가격이 전년 대비 46.7%나 올랐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의 파스타 가격도 1년 전보다 각각 27.6%, 21.8%, 21.4% 상승했다. 

이탈리아 소비자단체 ‘코다콘스’는 최근 규제당국에 파스타 가격 담합을 조사해달라고 요구하고, 소비자에게 “파스타 파업(pasta strike)에 나서자”고 독려 중이다. 파스타 주원료인 캐나다산 듀럼밀 가격이 2021년 고점 대비 40% 이상 내렸는데 소비자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최대 농업 단체 콜디레티에 따르면 듀럼 밀 값은 지난해 5월 이후 30% 떨어졌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2021년 극심한 가뭄으로 밀 가격이 폭등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꾸준히 시세가 내려가는 추세다. 현재 시세는 가격 폭등이 시작되기 전인 2021년 6월 보다 18.8% 높은 수준이며 고점 대비로는 약 40% 낮다.

이에 바릴라, 드 세코 등 이탈리아 파스타 제조사들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제 밀 가격의 하락이 소비자 판매가로 전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주장이다.

이탈리아 4위 파스타 제조사인 ‘라 몰리사나’의 최고경영자(CEO) 주세페 페로는 “회사들이 최고 가격일 때 사놓은 밀 재고를 여전히 소진하고 있기 때문에 파스타 가격이 여전히 높다”며 “서너 달 안에 (소진이) 끝나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해 국내 라면업체들이 고민에 빠져 있다. 각 업체는 국제 밀 가격은 하락했지만 업체가 쓰는 밀가루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밀 외에 다른 원료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어 원가 부담이 여전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라면이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라는 점을 고려해 국민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최대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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