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 손가락 빤 KB·NH證, 하반기 명성 되찾나
IPO 명가였지만 상반기 주관실적 부진
LG CNS·두산로보틱스·SK에코플랜트 등 대어급 줄줄이
일정대로 상장 성공시 상장 주관실적 반전 여부 주목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올 상반기 주관실적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 하반기엔 이를 뒤집을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양사 모두 향후 예정된 대어급 기업공개(IPO) 대부분에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상태라 흥행여부에 따라 실적 대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선 지난해 IPO 주관 실적 1위를 차지했던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단 한건의 실적도 내지 못했다. KB증권은 작년 8곳(공모총액 13조4479억원)의 IPO를 주관하며 업계 1위에 올라선 바 있다. 특히 KB증권은 지난해 역대급 공모주 'LG에너지솔루션'을 단독 주관하며, 이 1건으로 연간 실적을 한방에 달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금액은 12조7500억원으로 지난해 KB증권의 공모총액의 94.8%에 달했다.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 IPO로만 수수료 196억원을 챙겼다.
업계에서는 KB증권이 하반기에 반전을 이루어 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로봇과 2차전지 산업 등 신사업 분야 상장 주관으로 내실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KB증권은 지난 1분기 두산로보틱스, LS머트리얼즈, 휴맥스모빌리티의 IPO 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 올해 연내 상장을 노리는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1위 협동로봇 제조업체다.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대어(大魚)로 꼽힌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두 곳으로 KB증권은 NH투자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와 함께 공동주관사로 참여한다.
두산로보틱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4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예상 시가총액을 2조~3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조은애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미 있는 매출성장과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상승을 지속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과거 기업가치인 4000억원보다 높게 상장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LS전선의 자회사인 2차전지 제조업체 LS머트리얼즈의 기업가치도 약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회사는 지난 4월 KB증권과 키움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상태다. LS머트리얼즈는 ‘차세대 2차전지’로 불리는 울트라 커패시터(UC) 시장에서 대형 제품 부분 세계 1위다.
LG CNS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LG CNS는 지난해 KB증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순이익 기준 기업가치는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상장 주관사 선정 당시 보다 기업가치가 3분 1수준으로 줄었지만 하반기 대어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흥행 비교군이 될 경쟁사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해 상장 일정을 두고 고심 중이다. 다만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디지털전환(DX)와 스마트팩토리 등 신사업 확장으로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조 단위 딜의 인수 수수료의 경우 기본 수수료율로 0.7~0.8%를 책정하고 공모 흥행 여부와 기여도에 따라 0.2~0.3%의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조 단위 이하의 경우 그 이상의 요율이 책정되기도 한다. KB증권 대형주뿐만 아니라 에스와이스틸텍, 에코아이, 세니젠, 한싹, 피노바이오 등 중소형 상장예비심사를 진행해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KB증권은 올해 초 조직 개편을 통해 IPO역량 강화에 나선바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IPO 업무를 담당하는 주식발행시장(ECM) 3·4부를 하나로 통합하고 올해 1월 유승창 리서치센터장을 ECM 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지난해 IPO 성과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반기 대어급 예정대로 상장하면 반전 가능성↑
'IPO 명가'로 꼽히던 NH투자증권도 올 1분기까지 지아이이노베이션 1곳을 주관하며 부진했다. 이마저도 하나증권, 삼성증권과 공동으로 IPO를 주관한 탓에 확보한 수수료 수익은 한정됐었다. NH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컬리, 오아시스, 케이뱅크 등 대어급 기업들이 시장상황을 이유로 줄줄이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NH투자증권은 2021년 주관 순위 2위에서 지난해 7위로 밀려난 상태다. 그간 NH투자증권이 SK바이오팜, 하이브,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굵직한 IPO 딜을 성사하며 IPO 명가로 이름을 높인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NH투자증권도 하반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파두와 SK에코플랜트의 대표 주관사로 참여하고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공동 주관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파두는 2015년 설립된 시스템반도체 업체로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개발이 주력 사업이다. 올 2월 약 120억 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 유치에서 약 1조 8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일각에서는 파두의 상장 후 시가총액이 2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약 10조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는 주축 사업을 건설에서 친환경·에너지로 바꿔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똑같은 실적을 내더라도 상장시 어떤 업종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건설업종이 아닌 친환경에너지기업으로 인정받고 상장하면 수십배의 PER이 적용되고 기업가치가 몇 배로 커질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SK에코플랜트는 올해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신사업 개발과 공격적인 인수합병(M&A)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4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현재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르면 오는 8~9월 무렵 상장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기업가치는 3조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 6652억원의 매출과 3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94%, 140% 증가한 수치다. 다만 매출이 대부분 핵심계열사 에코프로비엠에 원료로 납품하는 내부매출이라는 점은 발목을 잡는다. 또한 모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의 이동채 전 회장이 내부자 거래 혐의로 구속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등의 심사가 상장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NH투자증권의 관심사는 하반기 대어뿐만이 아니다. 회사는 올해 빅딜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 최종적으로 15개 이상 다수의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실제 중소형 주인 전기차용 알루미늄 부품업체 알멕은 최근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잇단 흥행기록을 세웠다. NH투자증권은 알멕의 단독 대표주관을 맡았다. 이번 IPO 흥행으로 NH투자증권은 업계 평균 대비 2배 수준의 요율을 적용한 수수료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다. 상장 주관사로서 알멕의 주식 2만주를 공모가(5만원)에 확보해 놓은 상태라 추가 수익도 기대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대어급 기업들이 일정대로 무사히 상장한다면 주관 실적은 달라질 수 있다”며 “다만 IPO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는 상장을 철회하거나 연기하는 기업이 나올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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