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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미래전략실’ 된 CVC…오너家 자제들 맹활약

[CVC 열전]③
GS·키움·보광 등 오너 3·4세 전면에
심사역으로 경험 쌓고 핵심계열사 합류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최근 재벌가 자제들이 경영수업 코스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수합병(M&A), 신기술 투자, 신사업 발굴, 스타트업 투자 경험 등을 토대로 경영 포트폴리오를 쌓는 셈이다. 오너 일가 입장에선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및 투자처를 발굴하는 한편 자제들의 실무 경험까지 축적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GS그룹의 CVC GS퓨처스는 오너 4세 허태홍 대표가 이끌고 있다. 1984년생인 허 대표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형인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둘째 아들이자 허주홍 GS칼텍스 상무의 동생이다. 허 대표는 스위스 에이글롱칼리지와 미국 조지타운대를 졸업하고 지난 2012년 GS홈쇼핑 재무회계부에 입사했다. 2014년 벤처투자팀 매니저 등을 거쳐 2020년 GS퓨처스 대표에 올랐다. 

GS퓨처스 설립 당시만 해도 허 대표의 GS그룹 내 직위는 부장이었다. 임원이 아니었던 탓에 GS퓨처스에 힘이 실리지 못할 거란 전망도 나왔지만, 지난해 9월 GS그룹 창립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신사업 전략 보고회에서 북미 지역 신기술 벤처 동향과 투자활동을 소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부터는 허 대표가 GS그룹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 반열에 오른 만큼 향후 GS그룹의 벤처투자 역량이 GS퓨처스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우키움그룹 창업주인 김익래 전 다우키움 회장의 장남인 김동준 대표도 2018년부터 계열사 키움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있다. 그는 그룹의 사모펀드운용사(PE) 키움프라이빗에쿼티(키움PE) 각자대표로도 등재 돼 있다. 1984년생인 김 대표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2009년부터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2011년 퇴사한 뒤 그룹 계열사인 사람인HR을 거쳐 2014년 다우기술 사업기획팀 차장으로 입사하면서 다우키움그룹에 합류했다.

그룹 내 투자사에서 심사역으로 활동 중인 이들도 흔하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의 장녀 이연수 이사는 에코프로 CVC인 에코프로파트너스(구 아이스퀘어벤처스)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일하고 있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그간 에코프로 자회사로 운영돼 왔지만, 올해 초 사명에 ‘에코프로’를 넣고 지분 일부를 미국 법인인 에코프로아메리카에 넘기면서 그룹 내 투자 사업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홍석준 보광 회장의 장남이자 보광 오너3세인 홍정환 씨는 보광인베스트먼트(구 보광창업투자)에서 투자심사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또 2021년 2월 사모펀드운용사 폴스타파트너스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1985년생인 홍정환 대표는 2020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장녀인 서민정 씨와 결혼했으나 8개월만에 합의 이혼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범 LG가(家)로 분류되는 LB인베스트먼트에서 인턴 생활을 마친 뒤 마젤란기술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하다 최근 퇴사한 구연제 씨는 구본준 LX 회장의 큰 딸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막내 아들 박준범 씨도 계열사인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 중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아니지만, 우량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해보면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계열사가 아닌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VC)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경우도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국내 1세대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몸담은 이력이 있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김 본부장은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해 신성장전략팀장으로 일하다가 2017년 초 폭행 사건에 휘말리며 한화그룹을 떠났다. 2020년초 승마선수에서 은퇴한 뒤 김 본부장은 스카이레이크에 머물며 M&A, 기업실사 등의 실무를 경험하고 한화그룹으로 다시 돌아왔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차남인 도재원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수석팀장도 아버지가 있는 스틱인베 대신 독립계 벤처캐피탈 컴퍼니케이에서 심사역으로 출발해 수석팀장까지 승진했다. 도 팀장은 현재 컴퍼니케이의 투자2본부에서 투자 심사를 담당 중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장녀 박하민 씨 역시 계열사 대신 미국계 VC인 GFT벤처스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현재 두산과의 지분 관계는 없지만, 박용만 전 두산 회장의 차남인 박재원 대표도 벤처캐피탈 벨스트리트파트너스(Bell Street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벨스트리트파트너스는 박 전 회장이 세운 회사로, 지난해 박 대표가 대표이사로 올라서면서 박 전 회장은 사내이사가 됐다. 박 대표는 세계적 컨설팅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두산인프라코어 재직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사 D20캐피털 설립과 운영을 맡기도 했다. 박 대표는 당시의 경영·투자 경험을 살려 현재는 기업의 컨설팅에 힘쓰고 있다. 

오너가 3·4세들이 벤처캐피탈에서 경험을 쌓는 행보는 과거 오너 2세들이 그룹 내 핵심 계열사에 관리자급으로 합류해 경영 수업을 받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991년 부장으로 입사), 정의선 현대차 회장(1995년 이사로 입사), 최태원 SK그룹 회장(1991년 부장으로 입사) 등이 대표적이다. 80~90년대생 ‘MZ세대’가 주로 포진해 있는 오너 3·4세들과 젊은 오너 2세들은 벤처캐피탈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익숙하다. 보수적인 주력 계열사 대신 계열 투자사나 투자업계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뒤 경영 보폭을 넓히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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