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부터 패션기업까지 CVC 진출 봇물…이유는?
[CVC 열전]①
다양한 업종서 CVC 사업 출사표
미래사업 발굴하고 투자수익 창출

공정거래법 개정 후 CVC ‘활발’
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 현황 분석 결과’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는 총 12개다. CVC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벤처캐피탈을 의미한다.
이들 CVC 12곳 중 창업투자회사(창투사)는 ▲씨제이인베스트먼트(씨제이) ▲에코프로파트너스(에코프로) ▲대웅인베스트먼트(대웅) ▲비티씨인베스트먼트(빗썸홀딩스) ▲예원파트너스(평화홀딩스)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에코프로파트너스는 지난 3월 해외 법인에 매각됐지만, 지난해 투자실적 집계에 포함됐다.
이 외에 ▲포스코기술투자(포스코홀딩스) ▲지에스벤처스(지에스) ▲효성벤처스(효성) ▲동원기술투자(동원산업) ▲세아기술투자(세아홀딩스) ▲에프앤에프파트너스(에프앤에프홀딩스) ▲한일브이씨(한일홀딩스) 등 7곳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에 해당한다. 기업들은 투자 폭이 더 넓은 신기사 인가에 대한 선호가 더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에는 소재·부품·장비, 유통·패션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저마다 CVC 출사표를 던졌다. 이같은 기업이 주도하는 벤처캐피탈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2021년 말 지주사의 CVC 보유가 허용되면서부터 CVC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이전에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인 CVC를 자회사로 보유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지주사가 계열사나 해외법인을 통해 CVC를 설립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삼성의 삼성벤처투자나 카카오의 카카오벤처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지주회사의 CVC 설립‧전환이 활발해졌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력 및 창업, 생태계 관련 투자 시장이 크게 확대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3월 동원기술투자 설립을 시작으로 약 1년 반 만에 총 12개의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가 운영 중이다”면서 “이 중 상당수인 8곳은 단순히 기존에 운영하던 CVC가 지주 체제 내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신규로 설립·등록된 회사인 점을 고려할 때, 제도 도입이 벤처투자수요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순투자 넘어 미래사업 발굴…주로 ICT에 베팅
지난해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는 130개 기업을 대상으로 2118억원(171건)의 신규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조합(펀드)을 통한 간접 투자가 88.5%(1875억원), 고유계정을 통한 직접 투자가 11.5%(243억원)를 차지했다.
신규투자 현황을 투자대상 기업의 업력별로 보면, 2118억원 가운데 73.8%가 업력 7년 이하의 창업기업으로 유입됐다. 업종별로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에 대한 투자액이 24.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율주행·전기차를 비롯한 전기·기계·장비가 11.8%, 이차전지 등이 포함되는 화학·소재가 11.2% 등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반지주회사 CVC 제도는 시장에 빠르게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상당수의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가 아직 설립·운영 초기 단계인 점을 감안할 때,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의 벤처투자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들은 CVC를 통해 단순 재무적 투자 외에도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 등 전략적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모회사의 주력 사업과 협업 가능할 만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성장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더불어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 동력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CVC를 보유한 기업의 관계자는 “최근에는 CVC가 모회사의 전략적 목적 달성과 함께 재무적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CVC 설립이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궁극적으로 벤처생태계의 동반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VC는 대형 기술기업의 개방형 혁신을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CVC의 설립‧운용에는 시장잠재력이 높은 기술이나 제품의 동향을 파악하고 피투자기업과 향후 사업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전략적 동기가 일반적으로 작용한다”면서도 “반드시 전략적 동기만이 아니라 투자수익 창출이라는 재무적 동기도 고려하는 복합적 목표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동남아시아 신재생 에너지 시장은 기회의 땅
2尹이 쏘아 올린 '통신3사' 담합 과징금...억울한 통신 3사, 왜?
3中서 신종 코로나 또 발견?...관련주는 벌써부터 들썩
4'무례·혐오' 포털 뉴스 댓글에 몰려...유튜브보다 많아
5 미-러 대표단, 2주 내 우크라 종전 협상 예정
6일본 '다케시마의 날' 행사 열어...정부 "즉각 폐지 엄중 촉구"
7뉴욕 경매시장에 등장한 조선 달항아리...추정가 36억원
8"美 생산 아니면 관세"...트럼프, 일라이 릴리·화이자 등 압박
9AI에 돈 쏟는 중국 IT 공룡들...알리바바도 투자 동참